포항 영일만 신항만 관련 사진. 빨간선 안은 포항풍황계측기 설치 관련 지역.
[일요신문] 포항시 풍력발전소 유치를 위해 포항 영일만 신항만 방파제 인근에 설치한 풍황계측기를 둘러싼 금품비리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계측기 허가를 내준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계측기가 일시적인 조사시설로 모든 피해에 대한 책임은 계측기 시공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계측기 설치 당시 수산청은 허가를 내주지 않다가 당초 설치지점에서 불과 5km 가량에 다시 허가를 내주는 등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여 의혹을 사고 있다.
G 풍력(대표 박 아무개)은 2015년 6월경 포항 영일만 신항만 방파제 인근 해역에 9m 정도 크기의 풍황계측기를 설치했다. 풍황계측기는 풍력발전소 조성을 위한 1년간의 풍력수치를 조사하기 위한 시설로, G 풍력은 포항의 거센 북동풍을 이용한 풍력발전소 설치사업에 나섰다.
포항은 지난 2010년 정부의 녹색성장사업의 일환으로 풍력발전소 후보지로 부산, 목포 등과 함께 선정돼 육상에서 풍황계측을 실시했다. 하지만 풍력사업 기준에 못 미쳐 사업을 접었다가 2014년 G 풍력이 풍력발전소 조성을 목적으로 다시 풍황계측에 나서겠다며,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계측기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수산청은 G 풍력이 계측기 설치를 요구한 지점이 지역 내 유명 낚시터이자 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이란 이유로 설치허가를 극구 반대했다.
실제로 수산청에 따르면, 최초 설치 요구지점에서 2011년과 2013년 두 번의 사고가 발생해 9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후 G 풍력은 수산청에 계측기 설치 위치를 당초 지점에서 바깥 가장자리로 변경하고 허가를 받아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G 풍력이 수산청 직원 혹은 당시 청장에게 인허가 금품로비를 진행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계측기 허가 특혜 명목으로 설치 후 사업수익금을 분배해 금품이 오갔다는 의혹이다. 이런 의혹은 G 풍력 전 직원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이들은 최근(7월 초)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에 제보한 상태고, 대구지검 경주지청은 해당 건을 수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수산청은 “계측기를 설치하는 자체가 특혜권도 아니고 (계측기) 설치하는 게 사업이 아니다. 당시 바람이 가장 심하게 부는 곳에 설치하려 하자 수산청이 반대했다”면서 “유명한 낚시터 지점과 중복되자, 여러 민원이나 사고의 위험이 있어 반대한 것이다. 이 지역(방파제 인근)이 ‘세월호’ 사고 해역과 같은 물살이 엄청 센 곳이다. 적합하지 않아 반대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전경
하지만 “반대를 계속하자 G 풍력이 계측기를 낚시터 반대쪽에 설치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새로 제안한 지역은 친수시설로 만든 독특한 방파제로 운영주체가 없는 상태에서 사람과 배의 접근이 금지된 곳이다. G 풍력이 이곳을 제시했다. 육지에서 나온 바람의 양이 조금 모자랐기에 바다에서는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 설득해 이를 거절하거나 막을 명분이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 년 동안 계측만 할 뿐 장기적인 연구시설이 아니었다. 설치해서 계측하면 끝나고, 설치 시 발생하는 비용이나 관리는 시공사인 G 풍력이 알아서 할 사안이다. 게다가 국가시책사업 아니냐. 당시 운영상의 문제가 없어 거절 사유가 없었다”면서 “선박이 지나가는데 용역을 해서 안정성 검토를 해 오겠다. 9미터는 육상과 달리 해상에선 작다. 사람도 없는 곳이니, 바깥가장 쪽으로 설치해도 된다고 해 (결국) 허가를 해줬다”며 정상적인 절차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치된 계측기가 6개월 만에 파손된 것과 관련해서는 “안정성 검토를 실시하고 안전하게 설치한 것으로 안다. 2015년 6월쯤 설치했다. 그해 12월 바람이 세 계측기가 파손됐다. 친수공간이자 폐쇄공간이라 바람에 대한 완충작용을 하도록 한 구조다. 계측이 목적이므로 2월 날씨가 좋을 때 다시 계측기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설치자재에 중고자재나 폐기물이 사용된 의혹과 안전 및 설비관리감독 관련 지적에 대해선 “계측기 설치 허가는 풍력발전 어떤 공사가 아니라 자료채취용이었다. 단지 자료수집 시설일 뿐 계측기에 전체적인 문제가 없었다”며 “항만운영이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고, 그 시설물을 소홀히 했을 때 피해는 소유주인 시공사가 받는 것이다. 설치 허가조건에 천재지변 등 피해가 발생하면 시공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G 풍력의 박 대표는 수산청의 계측기 허가를 빌미로 한 기업으로부터 수억 원을 투자받아 G 풍력에 사용 후 철거한 중고기자재를 수산청 및 감리회사의 묵인 하에 사용했다. 또한 면허가 있는 설치전문회사에 발주를 주지 않고 공사면허만 대여해 박 씨 본인이 직접 공사를 하는 등 수익금을 수산청 관계직원들과 나눠가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계측기 설치 시 자재설비 등의 관리는 해당 지방수산청과 관할 시군이 하고 설치는 용역업체들이 하는 것으로 안다”며 “감리 등 관리감독의 권한도 항만시설에 한해 소관 지방청이나 지자체가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풍력발전소와 관련해서는 산업부와도 관련될 것으로 보이지만 방파제 인근에 설치한 시설에 대해서는 안전, 설비 및 시공사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 등은 명백하게 지방수산청에 있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G 풍력과 수산청의 비리 의혹을 주장하는 이들은 “G 풍력은 수산청 외에도 여러 비리 의혹에 연관돼 있다“며 ”검찰의 압수수색 등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G 풍력 박 대표는 “사업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에 대한 인건비 등의 문제가 있을 뿐 각종 비리 의혹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수산청은 지난 2015년 감사원으로부터 계약과 업무 과정에서 업체들에게 관련 법규를 어기면서까지 여러 차례 특혜를 제공한 사실을 지적받는 등 비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자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체 감사나 수사의뢰가 아니어서 또 다시 비리 의혹에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G 풍력 대표 역시 올해 4월 타지역에서 풍황계측기를 설치하다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수산청에 대한 구조적 비리 수사에도 불구하고 금품수수 및 특혜 의혹이 지속되자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해운·항만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국가시책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 및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