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내 네티즌들은 강정호의 이번 사건에 대해 ‘꽃뱀’에게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출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홈페이지
[일요신문]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팬들에게 ‘킹캉’으로 불리며 가장 사랑받는 선수 중 하나인 강정호가 성폭행 사건에 휘말렸다. 내야수 최초로 한국프로야구에서 미국 무대로 직행하며 성공가도를 달려 온 강정호는 이번 사건으로 선수 생활은 물론 개인의 인생에서도 중요한 기로에 놓이게 됐다.
시카고 경찰이 발표한 피해 여성 진술에 따르면 강정호는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가 끝난 이후 숙소에 한 여성을 초대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둘의 만남은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졌다. 이 여성은 강정호가 권한 약물이 섞인 알코올 음료를 마신 후 쓰러졌고 그 사이에 성폭행이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여성 측 증언 이외엔 추가 정보가 전해지지 않으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강정호 측의 해명은 물론이고 여성이 23세라는 정보 외에는 출신국이나 인종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사건과 관련해 많은 소식이 반복·재생산되며 억측들이 오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강정호가 마주한 쟁점으로는 크게 5가지가 꼽힌다.
# 실제 성폭력이 일어났나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과연 ‘실제 성폭력 행위가 있었는가’다. 여성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성폭력 혐의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강정호는 사법당국의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성은 사건이 일어난 이틀 뒤 병원을 찾아 성폭행 가해자의 DNA와 약물을 검출할 수 있는 ‘레이프 킷 테스트’를 진행했다. 사건의 진위 판단을 위해서도 검사 결과가 중요하다.
강정호 측에서는 선수 본인을 포함해 에이전트와 구단 모두 성폭력 여부에 대해 해명이나 반박이 없는 상황이다. 피츠버그 구단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 음료에 약물이 섞여 있었나
여성은 술을 마시고 15~20분의 짧은 시간 안에 정신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진술대로 강정호가 술에 약물을 섞어 권했다면 처벌의 수위는 더욱 높아진다. 일반적 성폭력보다 더욱 계획적이고 의도된 범죄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이 스스로 약물을 사용해 벌인 자작극일 수도 있다는 의혹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사건 현장은 청결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호텔이다. 약물 성분이 검출된다 하더라도 이를 사용한 주체를 밝히는 증거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강정호의 강제성이 있었나
두 사람 간에 성관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관계가 강정호의 강제에 의해 이뤄졌는지 이목이 집중된다. 만남이 이뤄진 데이팅앱이 여성만 먼저 말을 걸 수 있도록 돼 있는 데다 호텔 방문도 여성의 의지였다는 점은 강정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강정호는 강제성의 여부를 떠나 원정경기 기간에 숙소로 낯선 여성을 초대한 것에 대한 비판은 피해가기 힘들어 보인다. 프로 스포츠팀은 원정 숙소에서 선수들을 믿고 자유를 부여한다. 강정호는 당장 다음날 벌어질 경기를 대비해 휴식을 취하지 않고 자기관리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여성의 의도적 접근은 아닌가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여성의 의도된 행동이라는 의혹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많은 돈을 버는 스포츠 스타들에게 불순한 의도로 여성들이 접근하는 사건이 종종 있어왔다. 강정호의 경우도 비슷한 사건에 휘말린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일부 국내 네티즌들은 강정호의 고소 건을 이른바 ‘꽃뱀’ 사건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벌써부터 오히려 고소 여성이 무고죄를 선고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찌라시’도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 처벌이나 징계를 피할 수 있나
강정호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성폭력에 엄격한 미국인 만큼 강력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일리노이주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최소 4년의 징역에서 종신형까지 선고한다.
강정호는 무혐의 처리나 증거 불충분의 이유 등으로 사법처리를 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리그 차원의 징계만큼은 피하기 어렵다. MLB 사무국은 지난해 8월 선수노조와 가정·아동·성폭력 방지 협약을 맺고 이와 관련해 엄중한 처벌을 내려왔다. 이번 사건은 협약 이후 벌어진 첫 번째 성폭력 사건이다.
MLB는 지난해 8월 이후로 벌어진 세 건의 여성 폭행 사건에서 선수들에게 각각 30, 52, 82경기 출장 정지 명령이 내려진 바 있다. 이 중 한 선수는 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방출통보를 받기도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문제의 데이팅앱 ‘범블’은? 여성이 대화 주도…의도적 접근 의혹 키워 여성친화적인 ‘페미니즘 데이팅앱’으로 알려진 ‘범블’의 마케팅 담당자는 강정호가 고마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으로 유명세를 탄 탓에 앱 마켓에는 국내 이용자들의 리뷰가 가득했다. 한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음에도 한국 사용자들이 대거 몰려 뜻하지 않은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었다. 범블은 오직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했다. 페이스북 프로필로 앱 내의 프로필을 대체하는 탓에 다른 데이팅앱에 비해 익명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등록한대로 프로필 사진과 함께 간략한 신상 정보가 제공됐다. 사용자가 범블만을 위한 가짜 페이스북 계정을 새로 만드는 경우를 제외하면 범블은 사실상 실명제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다. 강정호가 사용한 데이팅앱 ‘범블’. 범블이 다른 데이팅앱과 비교해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여성이 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호감을 먼저 표시하더라도 여성만이 상대를 골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범블만의 특징은 고소 여성이 의도적으로 강정호에게 접근했다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