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희가 18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아침마당’을 떠나 KBS 색이 조금 옅어지면서 각 방송사들이 그의 영입을 놓고 서로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
[일요신문] 새 소리와 함께 아침을 여는 방송이 있었다. 많은 주부들이 남편과 아이들의 출근길과 등굣길 뒷바라지를 마치고 숨을 돌리는 시간에 이 소리를 들으며 TV 앞에 앉았다. 1991년부터 25년간 주부와 어르신들의 아침을 지킨 KBS 1TV의 아침 프로그램 <아침마당>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18년 동안 변함없이 시청자들을 맞이한 안방마님이자 <아침마당>의 얼굴 그 자체였던 이가 바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이금희(50)였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30일 안방에서 내려왔다. 방송 날짜로만 따지면 시작 후 4500여 일 만이었다. 표면적으로는 KBS 소속 아나운서 등 내부 인력 활용을 위해 ‘프리랜서 MC’인 이금희를 현 KBS 소속 아나운서로 교체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KBS의 경비 절감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고액의 출연료를 받고 있는 이금희를 내친 것이라는 의혹과 비판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금희가 이번 <아침마당> 하차를 통해 KBS의 이미지를 탈피함으로써 어떻게 방송 인생의 제2막을 화려하게 올릴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쏠리고 있다.
이금희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선언 이후에도 KBS에서 <국악한마당>, <TV동화 행복한 세상>, <파워인터뷰>, <인간극장>, <아침마당>의 내레이션이나 진행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물론 그가 KBS 방송에만 매진했던 것은 아니다. MBC <퀴즈의 힘>, SBS <생방송 투데이> 등에서도 진행자로서 모습을 보였지만 1~2년 만에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진행자가 바뀌면서 그는 다시 친정인 KBS로 돌아왔다. 이 때문인지 이금희는 외부 MC나 프리랜서 아나운서라는 이미지보다 KBS의 간판이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했다. MBC나 SBS 등 타 방송사가 이금희를 섣불리 영입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이금희가 가진 KBS의 색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 만큼 이금희가 18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아침마당>을 떠나 KBS의 색이 조금 옅어지면서 각 방송사들이 그의 영입을 놓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아침 프로그램이 취약한 TV조선, MBN, 채널A, JTBC 등 종합편성채널이 이금희의 <아침마당> 하차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편성채널들은 2011년 출범 이후 아침방송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2016년 7월 현재에도 이들의 아침방송 프로그램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아침시간의 대부분을 뉴스, 생활정보 프로그램, 또는 전날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의 재방송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이들에게 아침방송, 그것도 교양 프로그램의 안방마님 역할을 맡아 온 이금희의 존재는 확실히 매력적인 카드다.
문제는 이금희의 출연료다. <아침마당>의 하차 이유 중 하나로 제기돼 온 그의 출연료(연봉)는 2006년 국정감사 당시 KBS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약 2억 100만 원 상당이었다. 2013년에는 KBS 비상경영체제에 따라 출연료를 자진삭감했다고 하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2014년 케이블 방송 tvN의 <tvN 2014>에서도 이금희의 출연료를 언급했었는데, 이 당시에 이금희는 <아침마당>과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 등을 포함해 월 2000만 원의 출연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아나운서를 기용할 경우에는 방송 프로그램에 따라 정해진 페이를 지불할 수 있지만 이금희 정도의 연륜과 관록을 지닌 외부 MC라면 더 높은 금액을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이금희 역시 KBS 소속 아나운서였을 당시 <사랑의 리퀘스트> 진행을 맡으면서 회당 2만 원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밝혔던 바 있다. 그런 그가 프리 선언 이후 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출연료를 받게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금희의 영입에 대해 종편 등 타 방송사는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저울질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종편의 경우는 이금희 한 명에 대해 고액의 출연료를 지불해 영입함으로써 ‘아침 교양프로그램의 강자’ 자리를 누가 차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한편으로, 이금희는 정치권에서도 눈독 들이고 있는 인물이다. 오랜 기간 동안 <아침마당>을 진행하며 주부층과 노년층에게 상당한 신뢰도를 구축하고 있는 방송인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침마당>을 오랜 기간 진행하고 있어 정치권에선 영입을 시도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정치권 진출을 위해 이금희가 <아침마당>을 하차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금희가 <아침마당>을 떠남에 따라 정치권에선 이금희 영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게 됐다.
수천여 회의 장수 프로그램 방송 진행을 도맡아 오면서 단 한 번도 정치적인 논란을 일으킨 바 없는 이금희이기 때문에 그가 가진 바르고 깨끗한 이미지는 어느 정당에서도 노릴 만하다. 더욱이 이금희는 2006년 레이디경향과 다음 미즈넷(miznet.daum.net)이 공동으로 실시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은 누구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문화·체육계를 대표하는 여성 5위에 선정된 바 있으며, 여성 예비 언론인들이 존경하는 언론인으로 꼽는 인물들 가운데 10여 년간 상위권에 오르는 등 사회 전반에서 그의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에 올라 있다.
다만 그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후보(현 정의당 원내대표)의 선거유세를 도우며 지지함으로써 어느 정도 자신의 정치색을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선 정치색이라기보다는 노회찬 원내대표와의 개인적인 친분일 뿐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노회찬 원내대표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금희 아나운서가 <아침마당>을 떠나는군요”라며 “그는 지난 18년간 아침TV의 대통령이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국민 모두가 고마워할 것입니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큰 박수 보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지난 6월 30일 소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아침마당>을 떠나는 심경을 담은 장문의 편지글을 공개했다. 편지를 통해 그는 “<아침마당>을 떠나지만 방송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MC가 진행하는 <아침마당>도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금희가 떠난 <아침마당>의 자리에는 KBS 소속 엄지인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아 이어가고 있다.
이금희는 <아침마당> 하차 이후 DJ를 맡고 있던 KBS 2FM <사랑하기 좋은날 이금희입니다>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며 방송인으로서의 평범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다양한 영입설이 나돌고 있지만 아직 이금희는 향후 계획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도 응하지 않고 있다. 다만 본인이 직접 “방송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만큼 정치권 진출 등 방송을 떠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