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지난 3일 <한겨레>는 지난해 10월 22일 열린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체)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 문제에 대한 집중 논의가 이뤄졌지만 특별감리 착수 등 결론을 내리지 않고 대응을 미뤘다고 전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금융위원회 작성, 서별관회의에 제출된 대우조선해양 관련 문건에 따르면 “대우조선에 5조 원 이상의 부실이 현재화돼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감리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있다”는 설명과 함께 대우조선의 분식 의혹과 관련된 경과가 설명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수조 원대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일주일 뒤인 10월 29일 산업은행이 4조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포함한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서별관회의의 참석자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에도 압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에 대해 “채권단이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시중은행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관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재계 일각에서는 대우조선 등 조선업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이 형평성에 맞지 않게 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경제가 어렵다는 경고음이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최근 몇 년간 조선업의 유동성 위기 해결을 위해 투입된 자금은 10조 원대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가장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조선업과 해운업을 비교해도 그렇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유동성 위기에 놓인 해운업 회사들은 수조 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해야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 그 규모도 크지 않았다”며 “반면 조선업의 경우 자구안이 완성이 되지 않았거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수조 원 규모의 자금지원이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STX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체들은 거제, 통영, 울산, 창원 등 모두 경남 쪽에 집중돼 있다. PK는 TK(대구·경북)와 함께 여권의 핵심지역이다”며 “대우조선해양 4조 2000억 원 지원을 발표한 지난해 10월은 4월 총선을 앞둔 중요한 시점이었다. 따라서 청와대나 여권에서 그곳의 민심을 잡기 위해 산은의 지원을 압박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대우조선 조선소는 경남 거제에 있다. 경남 창원에 조선소를 두고 있는 STX조선해양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는 STX조선해양을 두고 지난 2013년 3월 서별관회의를 거친 뒤 산은을 통해 4조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5월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인 2010년에도 수출입은행은 자율협약에 들어간 성동조선에 1조 8000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성동조선의 조선소는 경남 통영에 있다.
홍익표 의원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자금지원 결정은 한편으로는 대우조선이 위기에 처하면 생길 실업 발생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4월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고민에서 나왔을 것”이라며 “총선 국면에서 PK 표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 하긴 어렵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부실 논란은 부산·경남 선거뿐 아니라 전체 선거 판도에 영향을 줬다. 그런 점에서 선거가 자금지원 결정에 상당한 작용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수조 원대 나랏돈의 자금지원이 이뤄지면서도 객관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통한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전경련, 노동계, 학계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아놓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국회를 통해 여·야간 다시금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결정이 실패하더라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비판받는 것은 이러한 정당성 없이 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서로 책임이 없다고 발을 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웅기 비즈한국 기자 minwg08@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