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모 중학교 기간제 음악교사와 운동부 소속 3학년 남학생의 부적절한 관계가 충격을 주고 있다. JTBC 뉴스 화면 캡처.
[일요신문]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해”라고 말하고, 남자는 여자에게 “그런 되도 않는 소리 하지 마라”고 말한다. 언뜻 보기에 오래된 연인의 대화 같아 보이지만 이 대사의 주인공은 30대 여교사와 10대 남자 중학생이다. 그것도 같은 사립학교의 교사와 학생으로, 교사의 주장이긴 하지만 서로 사귀는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와 학생의 본분을 저버린 이들은 주로 학교 밖에서 만나며 부산으로 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가벼운 문자메시지와 일탈만으로도 놀라운데 이들이 성관계까지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7일 종합편성채널 JTBC의 단독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은 대구시 남구의 모 중학교의 기간제 음악 교사 A 씨(여·33)와 그가 가르친 3학년의 운동부 소속 남학생 B 군(15) 사이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3월 해당 학교에 부임한 A 씨는 지난해 말경부터 B 군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B 군은 언론 인터뷰에서 “차 안에서 (A 씨가) 볼에 뽀뽀를 해줘서 당황했다” “차 안에서 (성관계를) 하고…그냥 좋았다” 등의 얘기를 해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이들의 문자 대화에는 서른셋의 여교사 A 씨가 열다섯 살 중학생인 B 군에게 ‘서방님’이라고 부르며 “서방님이 자야 저도 자요”라고 존댓말을 쓰고 B 군은 “그냥 자라, 되도 않는 소리 말고”라며 반말을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사이가 하루 이틀 만에 형성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교사와 남학생의 문자메시지를 복원한 화면. JTBC 뉴스 화면 캡처.
A 씨는 지난 2월 28일 계약 기간이 끝나 해당 학교를 떠난 상태다. 그는 B 군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중요한 사람은 맞지만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라고 부인했다. 문제의 중학교를 떠난 A 씨는 곧바로 같은 재단 내의 또 다른 중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부임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A 씨가 남학생과 추문을 일으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서 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하며 “오히려 그 학생이 나를 일방적으로 좋아한다고 하며 목을 조르는 등 폭행했다”고 해명했다. A 씨가 근무했던 학교는 대구 모 교육재단 내의 한 사립학교로, 해당 재단에는 총 12개의 중고등학교가 속해 있다. 이 재단 산하의 한 중학교의 교감이 A 씨의 아버지인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
사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학교가 사립학교라는 점, 정식 교원이 아니라 계약 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교사라는 점을 들며 조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재단 산하의 사립학교 특성상 시교육청이 해당 학교의 교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직접 내릴 수 없고 재단 측에 요구를 해야 한다. 그마저도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재단 측이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내부에서 유야무야 종결돼 버린다. 더욱이 계약 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교사이기 때문에 현재는 교사 신분이 아니므로 위법 사항이 있더라도 시교육청 차원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 대구시교육청 중학교 인사 징계담당 관계자는 “경찰 조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성범죄가 인정될 경우에는 (다른 학교에서도) 기간제 채용을 할 수 없도록 그와 관련된 정보를 모두 공개한다”라면서도 “그러나 아직 범행 여부가 정확히 밝혀진 게 아니고 해당 교사가 공무원 신분도 아니기 때문에 품위유지 위반 등 징계 사유를 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다만 피해 학생인 B 군에 대해서는 성폭력 관련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현재 대구 남부경찰서의 여성청소년수사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A 씨와 B 군 간의 성관계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성관계의 대가로 금품 등이 오간 정황이 없고 강제로 이루어지지도 않았을 경우에는 현행법상 A 씨에게 어떠한 잘못도 물을 수 없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건 관계자들에게 진상을 확인하고 있으며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형법에 따른 피해와 가해를 구분할 수밖에 없는데 만일 강제성이나 대가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면 혐의 없음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왔다는 사건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10년 10월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 화곡동 소재의 모 중학교 기간제 여교사(당시 35)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던 3학년 학생(15)과 영등포 역사 내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 이 사실은 해당 여교사가 남학생에게 보낸 ‘좋았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학부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밝혀지게 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수사에 들어갔으나 남학생이 만 13세 이상이고, 대가 없이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로 판단되기 때문에 현행법상 처벌 근거가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현행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만 13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성관계에 본인의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13세 이상부터는 대가 없이 성 관계를 가지거나 강제적인 정황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특히 피해 학생 본인이 “좋아한다”는 호의를 가지고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질 경우에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청소년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부산으로 데이트를 하면서 A 씨가 B 군에게 옷을 사줬다고 하는데 이 옷이 과연 성관계의 대가였는지 아니면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한 것인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며 “대가성이 있었다면 학생이 자유의사로 성관계를 했어도 혹은 성매매로 인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