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계탕은심장기능을 강화해주고 빈혈을 예방해 준다. | ||
여름 피로증은 대부분 더위로 인한 체력소모와 과다한 땀 분비가 원인이다. 땀이 열량을 뺏어가면서 체력소모가 심한데다 밤이 짧아지면서 체력의 회복시간도 줄어드는 탓이다. 이럴 때 영양공급마저 제대로 못하면 피로감은 한층 누적될 수밖에 없다.
덥고 식욕이 없다고 냉면이나 아이스크림 등 찬 음식을 자주 즐기다보면 지방 단백질 등의 부족으로 영양불균형이 오기 쉽다. 아무래도 물을 많이 마시게 되므로 위액이 묽어져 소화능력이 저하되고 지나친 냉방으로 자율신경계의 기능도 저하된다.
이럴 때일수록 리듬을 깨지 않는 규칙적인 생활 및 운동습관과 함께 의욕적인 영양식으로 건강을 챙길 필요가 있다. 더위를 이기는 건강식을 찾아봤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 규칙적인 운동과 배설, 그리고 왕성한 영양 섭취. 지치기 쉬운 여름을 이겨낼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여름보양식으로는 어떤 것이 좋을까.
이화여대 아시아식품영양연구소 이정희 전임연구원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6대 영양소 외에도 최근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생리활성물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모든 영양소를 완벽히 가진 음식물은 없으므로 연령이나 활동량을 고려해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네 선조들은 삼복 더위가 찾아오면 몇몇 특정 음식을 정해놓고 그 자체를 ‘복’이라 부르며 챙겨먹었다. 여러 사람이 야외로 천렵을 나가 음식을 나누던 관습은 시원한 그늘에 모여 친목을 다진다는 것 못지 않게 한여름 더위를 이기기 위해 영양을 보충하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 대표적인 복날 음식은 삼계탕 보신탕 등이다.
여름철 더위와 수면부족 위에 심한 스트레스라도 받는 날은 단백질과 비타민 C를 더욱 충분히 섭취해야 좋다.
[삼계탕]
삼계탕은 어린 닭고기를 주재료로 인삼이나 수삼, 마늘 대추 은행 밤 찹쌀 황기 등 약재를 함께 넣고 푹 고아 먹는 음식이다. 닭이 주재료이므로 옛날에는 계삼탕이라 불렀으나 요즘은 삼계탕으로 통칭된다.
질 좋은 지방을 많이 갖고 있는 고단백식품인 닭고기와 만병통치의 효과가 있는 인삼을 함께 고아 만든 음식인 삼계탕은 그 뛰어난 영양가에 비해 만들기가 비교적 쉬운 탓에 한국인들에게는 가장 많이 애용되는 보양식이다.
인삼은 심장기능을 강화하며 마늘은 강정제 구실을 한다. 함께 첨가되는 밤과 대추는 위를 보호하고 빈혈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 황기는 피부의 기능을 강화해 주는 한편 식은땀을 막아주는 효능이 있다. 쌀 대신 들어가는 찹쌀은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단백질 및 칼슘함량이 풍부하다.
삼계탕에 흔히 곁들여 먹는 깍두기와 인삼주도 삼계탕의 효능을 거든다. 깍두기 재료인 무는 고기의 소화를 도와주는 최고의 소화재다. 한방이론으로 설명하자면, 뿌리식물인 무는 음의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양의 성질이 강한 닭과 인삼의 결합체인 삼계탕의 기운을 체내에서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몸에 열이 많아서 닭과 인삼의 열성 작용이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삼계탕과 함께 깍두기를 듬뿍 섭취하는 게 좋다.
인삼 누룩 쌀 등을 발효시켜 만드는 인삼주는 비타민, 미네랄은 물론 체내의 유해 물질을 배설시키고 혈액을 맑게 해주는 사포닌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삼계탕에 한잔 곁들이면 소화흡수를 촉진하면서 보양효과도 높여준다.
▲ 장어(왼쪽:장어덮밥)는 비타민A가 소고기의 2백배에 달할 만큼 많 고 추어탕(오른쪽)은 우리 주변에서 아무때나 맛볼 수 있는 대표 적인 여름 보양식이다. 미꾸라지에는 칼슘과 비타민D가 들어있어 뼈와 혈액생성에 큰 도움이 되고 추어탕은 특히 배를 덥히고 술을 빨리 | ||
배를 덥히고 원기를 돋우며 술을 빨리 깨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해져 오고 있는 추어탕은 삼계탕 못지 않게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보양식 중 하나다.
흙을 먹고 사는 미꾸라지를 재료로 만들어 양질의 단백질 외에도 광물성의 각종 필수 아미노산과 무기질이 풍부한 고단위 영양제다.
명나라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미꾸라지는 배를 덥히고 원기를 돋우며, 술을 빨리 깨게 하고 스테미너를 보하여 발기불능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했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덥고 맛이 달며 무독해 몸을 보하고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한다.
미꾸라지에는 칼슘과 비타민D가 함께 들어있어 뼈와 혈액생성에 큰 도움이 되는데, 특히 추어탕은 미꾸라지의 살과 뼈 내장을 가리지 않고 함께 갈아 만들기 때문에 뼈, 관절이 약한 사람들에게 중요한 영양공급원이 될수 있다. 비타민 A와 D는 알과 난소에 특히 많이 들어 있다.
[장어]
장어에는 비타민 A가 쇠고기에 비해 2백배 정도 함유돼 있다. 계란에 비해서는 4.5배, 고등어에 비해 84배, 그리고 돼지고기에 비하면 4백20배가 되는 함량이다. 완전히 자란 장어는 피로회복 뿐 아니라 피부미용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데다 육질을 구성하는 불포화지방산은 소화흡수가 잘되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 E는 불포화지방산의 산화를 억제하고 혈관에 활기를 불어넣는 작용을 한다. 특히 여성의 난소작용을 활발하게 해 주름방지, 피부탄력에 효과가 있으며 노화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장어를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는다. 조선 후기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에는 ‘맛이 달콤하여 사람에게 이로우며 오랫동안 설사를 하는 사람은 이 고기로 죽을 끓여 먹으면 이내 낫는다’라고 효능이 언급돼 있다.
일반적으로 장어구이는 뼈가 씹히지 않도록 잘 손질해서 간장이나 고추장 양념에 담갔다가 구어 먹으며 장어백숙은 장어에 마늘 생강 양파 후추 등을 넣고 끓인다.
[보신탕]
편견만 없다면 여름 보양식으로 최고로 꼽을 만한 것이 보신탕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고 해서 단고기라고도 했는데, 지금도 북한에서는 이렇게 부르고 있다. 사람의 근육과 흡사한 아미노산 조직을 가진 양질의 단백질로, 찬물로 씻어도 기름기가 씻겨나갈 정도로 체내에서 잘 굳지 않는 불포화지방산이 가득하다. 그만큼 소화 흡수가 빨라 환자나 수술후 회복식으로 애용됐고, 혈액순환을 돕고 양기를 높이는 식품으로 손꼽힌다.
보신탕은 옹호론과 회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음식이다. 한방에서는 양기를 돋우는 식품이지만 열이 많거나 고혈압인 사람은 많이 먹지 말도록 권한다. 그러나 서양의학의 관점에서는 개고기의 단백질이 다른 육류보다 뛰어나다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판단해 그 우수성에 대해 회의론이 우세하다.
보신탕의 효과를 지나치게 맹신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다. 보신탕은 고단백 식품일 뿐이므로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섭취는 오히려 영양의 균형을 깨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보신탕이 주로 남성들의 음식이라면 여성들이 산후 체력보강을 위해 주로 복용하는 흑염소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해 미식가들의 여름 건강식으로 유명하다. 특히 임산부와 허약 체질인 사람들에겐 보약으로 대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