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 한 보유 유무 여부를 알지 못했던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약간의 혈액 채취로 알아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혈액 내 존재하는 ANGPTL8 호르몬의 기전이 규명되어 바이오마커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탓이다.
먼저 연구팀은 지방간 유무가 확인 된 134명의 환자군(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군 96명,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아닌 환자군 38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통한 여러 지표를 비교 분석했다. 비교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보유한 환자군은 체질량 지수를 포함한 각종 혈액지표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보유하지 않은 환자군보다 유의미하게 수치가 높아져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환자군을 대상으로 혈중 ANGPTL8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비만 또는 당뇨질환의 여부와 상관없이 지방간을 보유한 환자군에서 높은 농도가 나타남을 확인했다.
ANGPTL8의 농도는 지방간 증세를 보이지 않는 집단에서는 0.900±0.574μg/L 수치를 보였고, 비알코올성 지방간 증세를 보인 집단에서는 1.301±0.617μg/L 로 측정돼 그 결과치가 의미 있음(P<0.001)을 보였다.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를 환자군에 적용시켜 살펴본 혈중 ANGPTL8 농도 역시 비슷한 결과치를 나타냈다. 정상, 과체중, 비만 집단은 체질량지수가 높아지는 순서대로 혈액 속 ANGPTL8 단백질 농도가 증가했다. 수치는 각각 0.828 ± 0.356 μg/L, 1.234 ± 0.686 μg/L, 1.271 ± 0.608 μg/L 로 나타났다.(그림 2)
한편, 연구팀은 세포 및 마우스 등 동물을 이용한 실험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서 ANGPTL8의 발현이 증가하게 된 기전을 밝혔다. 지방독성(lipotoxicity) 및 소포체 스트레스(ER stress)는 지방간을 일으키는 주요 병인 기전으로 알려져 있는데, 간세포주를 이러한 환경에 노출시키면 ANGPTL8의 발현이 증가함을 확인했다.
연구를 진행한 이용호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을 보유한 환자는 평소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에 잘못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서 생활하다가 간경화·당뇨병·심뇌혈관 질환과 같이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조기 진단을 위해선 복부 초음파나 전산화단층촬영(CT 검사) 같은 고비용 소요 영상검사를 시행하거나 간 조직 일부를 직접 떼어 살펴봐야 하는데 이 또한 환자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번 연구를 통해 ANGPTL8이라는 간에서 분비되는 헤파토카인의 조절 기전으로서 소포체 스트레스의 역할을 규명할 수 있었고 ANGPTL8이 혈액 내 바이오마커로 지방간질환 예측과 진단에 정확도를 높여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덧붙여 “최근 미국 오바마 정부의 추진 정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 분야가 활성화 되면 ANGPTL8과 같은 여러 유용한 혈중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측정으로 지방간 질환 진단 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 프로그램인 ‘세계의생명과학자 선도 사업’ 지원을 받은 이번 차봉수·이용호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Nature 자매지인 「Scientific Reports」(인용지수=5.578) 최근호에 「지방간질환 예측 가능한 혈액 내 바이오마커 발굴과 발현 기전 규명」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ilyo24@naver.com 이동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