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프로젝트 걸그룹은 배우 라미란과 개그우먼 김숙 등으로 이뤄진 ‘언니쓰’를 비롯해 101명의 가수 지망생이 벌인 경쟁을 뚫고 최종 선발된 11명으로 구성된 ‘IOI’가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시트콤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3인조 ‘C.I.V.A’ 역시 프로젝트 걸그룹 대열에 합류했다. 노래나 음반 등과 전혀 무관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기성 연예인부터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의 결합, ‘중고 신인’으로 불러야 할 연예인들이 서로 뜻을 모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이다.
# ‘언니쓰’의 반란…‘IOI’의 성공
7월 11일 현재 멜론 등 주요 온라인 음원사이트에는 언니쓰의 노래 ‘셧 업’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언니쓰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출연하고 있는 라미란과 김숙, 민효린과 홍진경, 티파니와 제시가 모여 결성한 걸그룹이다.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출연하고 있는 라미란, 김숙, 민효린, 홍진경, 티파니, 제시가 모여 결성한 그룹 언니쓰. 사진출처=‘언니들의 슬램덩크’ 홈페이지
배우로, 방송인으로 활약해온 이들이 뜬금없이 걸그룹을 결성한 데는,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멤버 각자 평소 원하던 꿈에 도전하는 내용을 그리는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기획에 따라서다. 걸그룹 데뷔는 멤버 민효린의 강력한 의지로 진행됐다. 멤버들은 물론 제작진은 걸그룹 도전을 단순히 일회성 방송 소재로 소비하지 않고, 장기 프로젝트로 구성해 시청자의 호기심을 촉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언니쓰는 약 3개월 동안 그룹의 결성과 노래 작업, 춤 연습 등 모든 과정을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며 “무대에 서 본 적 없는 멤버들이 걸그룹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몸치’로 질타를 받았던 홍진경이 한계를 딛고 실력을 키우는 모습처럼, 멤버 각자의 사연이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져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언니쓰가 얻는 인기는 기존 걸그룹 부럽지 않다. 특히 가수 박진영이 작곡하고, 안무까지 맡은 노래 ‘셧 업’은 나날이 인기를 더하는 상황. 화제에 힘입어 언니쓰는 이달 초 KBS 2TV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에 출연해 생방송 무대까지 소화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사실 40대부터 20대까지 고르게 포진한 언니쓰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기존 걸그룹 가운데 ‘최고령’이다. 하지만 이들이 꾸민 무대만큼은 에너지가 넘친다. <뮤직뱅크> 등 음악 프로그램 출연 요청뿐 아니라 행사 섭외 요청까지 받고 있을 정도다.
언니쓰의 강점은 이들이 보유한 팬층이 기존 걸그룹보다 ‘두텁다’는 데 있다. 걸그룹의 주요 팬층이 대부분 10~20대에 집중된 것과 비교하면 언니쓰의 인지도는 40~50대까지 포괄한다. 매주 금요일 방송하는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통해 확보한 시청자를 그대로 그룹의 팬으로 흡수한 덕분이다.
IOI. 사진 출처 : IOI 공식 페이스북
인기를 얻고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 걸그룹 IOI의 성공 배경도 비슷하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케이블채널 엠넷이 방송한 <프로듀스 101>을 통과한 11명의 멤버로 이뤄진 그룹이다. 멤버 각자 소속 연예기획사가 따로 있지만 공통의 팀으로 활동할 때는 소속사에서 벗어나는, 이색적인 구조를 띈다.
사실 IOI의 멤버들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각자 인지도를 쌓았다. 경합을 벌이고, 탈락과 합격이 엇갈리는 운명의 순간을 매주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멤버 각자의 사연과 성공스토리 역시 자연스럽게 알려졌다. ‘스토리가 있는 프로젝트 그룹’의 탄생은 그렇게 이뤄졌다.
때문에 <프로듀스 101>이 배출한 그룹 IOI가 데뷔부터 막강한 파급력을 발휘하는 것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뜨거운 관심은 음원차트로 직결됐다. IOI가 5월 초 발표한 데뷔곡 ‘드림걸즈’는 같은 기간, 쟁쟁한 기성 가수들을 제치고 온라인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현재 IOI의 멤버들은 각자의 소속 기획사로 돌아가, 소속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 IOI로 소화하는 프로젝트가 종료된 탓이다. 하지만 관련 활동이 재가동된다면 다시 뭉칠 계획이다. 이들은 내년 1월까지 두 장의 음반을 더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엠넷 ‘음악의신2’ 출연자들로 이뤄진 3인조 그룹 C.I.V.A. 사진출처=엠넷 공식 페이스북
프로젝트 걸그룹의 등장은 방송 제작진은 물론 가요계에서도 반기는 핫이슈다. 프로그램과 걸그룹이 서로 화제를 공유하며 ‘윈윈’하는 기회가 마련되고 있기 때문. IOI의 경우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오를수록 멤버들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증폭됐다. 그렇게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면서 그 관심은 또 다시 프로그램으로 집중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물론 해당 그룹까지 화제를 얻는 동시 효과다.
케이블채널 엠넷이 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 <음악의 신2> 출연자들로 이뤄진 3인조 그룹 C.I.V.A의 탄생도 이 같은 성공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멤버 각자 서로 다른 기획사에 소속된 IOI처럼 C.I.V.A 역시 3명의 멤버가 몸담은 곳이 각각 다르다. 하지만 공동의 프로젝트로 활동하자는 데 뜻을 모았고, 이달 초 걸그룹으로 정식 데뷔했다.
C.I.V.A의 음반 활동은 프로듀서 이상민이 맡았다. 그룹 룰라 출신으로, 작곡가로 활동하고 프로듀서로도 역량을 키운 이상민은 C.I.V.A의 음반 활동을 전방위에서 지원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가수 박진영이 언니쓰의 프로듀서로 나서 음악적인 전문성을 더했듯이 이상민 역시 C.I.V.A를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돕고 있다”며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하지만 음악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대중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공감대 역시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