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원 새누리당 전 홍보본부장.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D 사가 설립된 정확한 날짜는 지난 1월 8일이다. 총선을 불과 3개월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홍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총선의 사전 투표일이 4월 8일이었으니까 사실상 총선까지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회사가 설립된 것”이라며 “그런 회사가 제대로 선거 공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D 사의 정 아무개 대표는 “저와 직원들은 오래전부터 선거 공보 작업을 해왔던 사람들이라 전혀 문제가 없었다. 원래 제가 다른 홍보업체의 대표로 있었는데 지난해 11월쯤 회사를 나와 D 사를 새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D 사 대표는 새누리당의 선거 홍보를 총괄했던 조동원 전 홍보본부장과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던 인물로 확인됐다. 조 전 본부장이 지인이 만든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 대표는 조 전 본부장이 만든 창조인재양성기관 ‘워커스’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동영상 무상 제공으로 문제가 된 미디어그림 오 아무개 대표도 워커스에서 두 사람과 함께 활동했었다.
조 전 본부장은 “정 대표는 업계 후배일 뿐”이라며 모든 의혹을 일축했다. 정 대표 역시 “워커스에 참여했던 것은 맞지만 제대로 활동하지 않았고, 조 전 본부장은 새누리당 선거 공보 작업을 하며 오다가다 만난 사이일 뿐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우리 팀이 오래 전부터 선거 공보 작업을 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조 전 본부장이 우리에게 공보 작업을 맡긴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5억 원이 넘는 프로젝트를 총선 3개월 전 설립된 지인 회사에 수의계약으로 맡긴 것은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자 정 대표는 “경쟁 입찰을 했으면 오해가 없었겠지만 선거 공보가 워낙 중요한 만큼 조 전 본부장은 믿을 수 있는 사람한테 맡기고 싶어 해서 우리와 수의계약을 하게 된 것”이라며 특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과거엔 선거 공보 작업을 모두 공개 입찰로 진행했지만 조 전 본부장이 총괄하게 된 이후로는 대부분의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D 사는 정상적으로 선거 공보 작업을 진행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총선이 끝난 지금까지 변변한 사무실도 없는 실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신고한 D 사 주소지를 찾아가보니 식당과 카페가 있었다. 식당 주인은 D 사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하지만 건물 우편물통을 살펴보니 D 사 우편물이 배송되고 있었다.
정 대표는 “해당 건물이 친구네 건물인데 일단 법인 설립을 하려고 주소지만 등록해놓은 것”이라며 “실제로는 성수동에 사무실이 있다. 아직 주소지 이전을 못해서 그렇다”고 해명했다.
이에 D 사의 성수동 사무실도 찾아가봤다. 그런데 건물 관리인은 해당 건물에 D 사는 없다고 했다. 정 대표가 D 사의 사무실이라고 말했던 곳은 전혀 다른 업체인 B 사가 입주해 있었다.
정 대표는 “B사는 전 회사에서 같이 활동했던 친구들이 만든 업체인데 이번 총선 때 우리가 B 사 사무실 일부를 빌려 활동했다”며 “B 사도 우리가 인수할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같은 업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D 사는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온라인광고를 맡았는데 정작 포털에 실릴 배너 등의 디자인 작업은 외주를 줬던 것으로 확인됐다. D 사는 포털사와 새누리당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맡았고 이 과정에서 총 계약금 5억 원 중 20% 정도인 1억 원가량을 중개료로 가져갔다. D 사는 중개료 외에도 기획료 등의 수익도 챙겼다. 정 대표는 “중개료 20% 정도를 가져가는 것은 업계에서는 당연한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너 디자인 등을 모두 외주에 맡긴 만큼 D 사는 가만히 앉아서 1억 원이 넘는 중개료만 챙긴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 D 사 측은 “외주에 맡겼지만 디자인 작업에 일부 참여했고 온라인광고 중개 작업도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관계자는 “비교적 쉽게 막대한 커미션을 챙길 수 있는 온라인광고 중개 사업을 가져가기 위해 조 전 본부장이 지인을 내세워 급하게 회사를 설립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이고 중개료로 지급받은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추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새누리당이 총선 당시 선거 유니폼 물량을 실제 공급 물량보다 부풀려 계상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가운데 선거 유니폼을 제작했던 J 사 역시 선관위에 신고한 주소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J 사가 선관위에 신고한 주소지에 가보니 전혀 다른 업체가 있었다. 평일 낮에 방문했음에도 해당 업체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선관위에 신고된 회사 전화번호로 수일에 걸쳐 여러 번 전화를 해봤으나 받지 않았다. 새누리당 측은 “원래 그 주소지에 J 사가 있었는데 회사명을 바꾼 것인지 아니면 이사를 간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소지에 있던 업체명을 검색해보니 오래전부터 운영되어 왔던 업체였다. J 사가 현재 어디에서 운영되고 있는지 실제로 운영은 되고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가 없었다. 선거 유니폼을 제작했던 J 사 역시 일감을 따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졌던 업체는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일요신문>은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조 전 본부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다만 조 전 본부장은 문자로 D 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D 사 대표에게 직접 설명을 들으라는 입장만을 전달해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