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쏘카(Socar)는 월 19만 8000원으로 신차를 ‘내 차’처럼 이용한다고 홍보하는 ‘제로카’ 서비스를 내놨다.
쏘카 측은 신차를 ‘내 차’처럼 이용한다고 홍보했지만, 전면유리에 ‘SOCAR(쏘카)’ 로고(단말기)가 부착된 차량을 이용하고, 유류비도 쏘카 이용 요금을 내야 하므로 엄밀히 말하면 ‘내 차’는 아니다.
이 서비스는 주차장 확보가 어려운 쏘카를 위해 제로카 서비스 가입자가 주차장을 제공하는 것이 본질이다. 또 가입자가 차량 관리까지 해야 한다. 쏘카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주차장 확보와 차량 관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제로카 서비스 가입자 입장에서는 쏘카의 차량을 싼 가격에 정액제로 이용할 수 있다.
제로카 서비스의 본질은 주차장 확보가 어려운 쏘카를 위해 가입자가 주차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도심 내 주차장 확보가 성패 관건
제로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가주차장이 있어야 한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업체 측에서 주차장 심사를 진행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불특정 다수가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처럼 보안이 엄격해서 입주자만 드나들 수 있다면 서비스가 거절될 수 있다. 일반 아파트에서 주차장에 출입하기 위해 현관 통과 시 별도의 열쇠나 암호가 필요해도 불가능하다. 즉 누구나 접근 가능한 독립된 주차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럼 내가 사용하는 시간만큼은 ‘내 차’ 같은 느낌이 들까. 대개 ‘내 차’를 사려는 목적은 운전자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차종·사양·색상·인테리어 등을 고르기 위해서다. 그러나 제로카 서비스는 ‘흰색 아반떼 1.6 휘발유 모델 단일사양(법인용)’만 가능하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고급 오디오를 선택할 수 없고, 가죽시트를 선택할 수도 없다. 또 내릴 때마다 실내 및 트렁크의 소지품을 하나도 남김없이 갖고 나와야 한다. 이 사람 저 사람 타다 보니 차 안이 지저분해지기도 한다.
남이 타는 것이 싫어서 월 19만 8000원을 다 내고 탄다면 소지품을 매번 귀찮게 안 챙겨도 되므로 그나마 내 차 같을 것이다. 그럼에도 쏘카는 남는 장사다. 거리요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로카’는 가입자의 개인 돈으로 주유를 할 수 없다. ‘내’가 넣은 기름으로 다른 사람이 몰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내에 비치된 주유카드로만 주유를 해야 한다. 즉 업체가 주유 요금을 지불하고, 사용자는 거리요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쏘카의 아반떼(AD) 거리요금은 1㎞당 170원이므로 10㎞ 주행 시 1700원이다. 아반떼 공인연비가 13.7㎞/ℓ(복합)이므로 휘발유 1ℓ가 1500원을 가정하면 원가는 1㎞당 109.5원이다. 업체는 유류비로 35.6% 마진을 챙길 수 있다. 차를 전혀 운행하지 않으면 되겠지만, 그러면 월 21만 7800원(부가세 포함 시)을 지불하고 대여한 의미가 사라진다. 쏘카 입장에서는 큰 돈 들이지 않고 이슈 확산 및 고객 저변 확대라는 홍보효과를 얻었다.
차량공유 서비스 성패는 주차장 확보에 달려 있다. 지도는 서울 및 인근 지역의 이용 가능한 쏘카 검색 결과다.
#코레일 네트웍스 ‘유카’ 서비스 종료
차량공유 서비스는 회원가입 후 설치한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히 현재 위치 주위에 대여 가능한 차량을 검색한 후 예약하면 된다. 10분 단위로 예약이 가능하며, 10분 단위로 시간요금을, 이동 시 1㎞마다 거리요금을 각각 지불한다.
요금은 차량에 따라 상이한데, 쏘카의 경우 모닝은 10분당 1010원, 1㎞당 160원이고, 미니(Mini) 5도어는 10분당 1410원, 1㎞당 220원이다. 1시간 동안 10㎞를 사용했다면 모닝은 총 7660원, 미니 5도어는 1만 660원이다.
불특정다수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하므로 시동키는 차량 내에 끈으로 연결돼 있고, 회원가입 시 우편으로 받은 회원카드를 차량 앞창에 부착된 단말기 센서에 터치해 잠금장치를 해제 또는 잠금을 할 수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의 성패 요인은 주차장과 인기 차종의 확보다. 코레일네트웍스에서 운영하는 유카 서비스는 지난 3년 간 18억 원의 적자가 누적돼 올 7월 15일을 끝으로 서비스가 종료됐다. 실패 원인으로는 프라이드, 아반떼(MD) 위주로 차종이 다양하지 않았고, 도심과 떨어진 KTX역 위주로 운영하다 보니 필요할 때 빌리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 쏘카, 그린카 등은 시내 곳곳에 차고지를 확보하면서 접근성이 뛰어난 편이다. 차종도 다양해 쏘카의 경우 레이, 모닝, 스파크, 액센트, 프라이드, 아반떼(MD·AD), K3, 쏘나타(LF), 올란도, QM3, 스타렉스 등 국산차뿐 아니라, 피아트 500, 뉴 비틀, 미니 쿠퍼, 미니 5도어 등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소형 수입차까지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또 공격적인 광고·홍보로 서비스 시작 4~5년 만에 사용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공유 서비스 이용자가 36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쏘카는 전국 2300곳에 ‘쏘카존’을 마련해 5000대의 차량을 배치하고 있고, 그린카는 2250곳에 4100대를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증차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차량은 투자받은 자금으로 구매하면 되지만 주차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많은 곳은 유동인구도 많아 임대료가 비싸므로 주차장 확보에 큰 비용이 든다. 주차장이 가장 난제인데, 제로카 서비스를 활용하면 가입자가 알아서 주차장을 제공하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차량공유의 철학을 이해한다면 제로카 서비스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불리한 정보까지도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밝히고 동의를 얻어야만 좋은 서비스다. 공유경제의 정신을 감추고 소유욕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하는 것은 영혼 없는 거대 기업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들게 한다.
우종국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