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외국인들의 ‘알몸 소동’이 일어난 장소는 서대문구 신촌 일대였다. 유명 사립대학교가 몰려있는 신촌은 어학당에 다니거나 교환학생으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학생들이 자주 왕래하는 곳이다. 소란을 일으킨 이들은 술자리 게임의 벌칙으로 ‘알몸 질주’를 감행했고 일행 10여 명은 이를 보며 환호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흔치 않은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봤지만 일부는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의 행동이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CCTV를 통해 신원을 확인, 입건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거주 외국인 200만 시대에 접어들며 이들과 관련된 문제가 종종 언론에 등장한다. 외국인들이 특정 지역에 몰려 거주하고 있는 탓에 일어나는 문제들도 해당 지역에 몰려 발생 중이다. 또한 그들의 출신국과 현재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늦은 밤 신촌에서는 외국인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술을 마시는 장면이 종종 목격된다.
기자가 지난 11일과 13일 양일에 걸쳐 직접 찾은 신촌의 먹자골목에선 실제로 다른 지역에 비해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평일 저녁 시간임에도 ‘신촌의 밤’을 즐기기 위해 길을 거닐고 있었다.
상가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만큼 일대 상인들은 ‘알몸 소동’이 일어난 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인근에서 맥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장사를 위해 실내에만 있어서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주변 사장님들 사이에서도 많이 회자된 일이기에 알고는 있다. 아무래도 ‘알몸’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 관심이 생기지 않았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동네라 그런 일도 일어나는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외국인들이 특히 많이 찾는 한 바(BAR)를 알려줬다. 그 외에 다른 상인들도 확실하진 않지만 그 날 소란을 일으킨 외국인들이 술을 마신 곳으로 같은 곳을 지목했다. A 씨는 “그곳엔 외국인 손님이 항상 많다. 이른바 ‘진상 고객’도 있고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술을 팔다보면 쉽게 겪는 일 아니겠는가”라며 “오늘은 평일이라 일대가 한산한 편이다. 주말에 와보면 이곳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앞에 앉아 소주를 마시는 외국인 여성들에 말을 건네는 한국인 남성.
자정이 다 돼가는 시점에 두 번째로 신촌을 찾았을 때는 늦은 시간인 만큼 행인들로부터 풍기는 술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편의점 앞에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에게 말을 건네는 남성도 볼 수 있었다.
이날은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바를 직접 찾았다. 복층 구조로 이뤄진 약 150석 규모의 바에는 30여 명이 칵테일이나 맥주, 물담배 등을 즐겼고 일부는 가운데 넓은 공간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인근 상인들의 말대로 손님의 7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 클럽에서는 가볍게 몸을 흔들거리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다소 격렬하게 춤을 추는 분위기였다.
DJ의 음악에 따라 춤을 추던 외국인들은 흥이 오르자 더 과격하게 몸을 흔들었고 어떤 이는 신발에 술을 담아 마시기도 했다. 기자 일행을 포함해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의 손을 잡아끌며 함께 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바 관계자는 당황하는 기자에게 “여기는 원래 이렇게 자유롭게 노는 분위기”라며 달랬다.
바에는 평일 밤이었기에 사람이 많지 않아 종종 발생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다소 과격한 춤을 추며 DJ 부스나 2층의 난간에 올라서면 관계자가 우려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그들은 1시간이 넘는 시간을 즐기다 이내 물밀듯이 빠져나갔다. 여흥이 남은 탓인지 밖에서도 그들의 환호성과 일부 짝을 이룬 남녀 간의 스킨십이 이어졌다.
그들을 따라 나서다 골목에서 20년 넘게 꽃가게를 운영해온 상인 B 씨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영업을 마무리하고 밖에 내놓은 꽃을 정리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지난주에 그런 일이 있었다지만 우리 상인들은 어느 정도는 감수하고 넘어간다는 분위기다. 신고도 상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했을 것 같다. 우리는 사람이 많이 몰려 장사가 잘 되는 게 우선이다. 괜히 경찰이 드나들고 뉴스에 오르내려 발길이 끊길까봐 걱정된다.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뉴스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일이 있었던 건 맞지만 그 외의 문제들은 조금 부풀려진 것처럼 느껴진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신촌의 한 바는 다소 격렬하게 춤을 추는 분위기였다.
B 씨는 “외국인이나 우리나라 사람이나 술을 마시다 보면 조금 달라질 수 있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7~8년 전에는 정말 외국인들이 술에 취해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때는 꽃을 밖에 내놓기도 겁났다”며 “요즘은 외국인들이 기물 파손이나 폭행 등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일은 드문 것 같다”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외국인 인구가 늘어났지만 체감하는 사고는 줄어들었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B 씨는 “우리나라 경기가 나쁘다는데 세계적 추세라 그런지 외국인들의 씀씀이도 예전 같지 않다. 요즘은 술집이 아니라 밖에서 술을 마시더라. 때로는 길거리에 둘러 앉아 통행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골목 어귀에 앉거나 걸어 다니면서 맥주나 소주를 마시는 외국인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인근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C 씨는 “정확한 통계는 모르지만 미군이 많이 몰리거나 차이나타운을 형성하고 있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이곳은 주로 외국인 학생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저렴한 술집이나 편의점을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젊은 학생들이라 혈기왕성하고 흥에 취해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우는 많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신촌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에서도 외국인들의 소란을 다른 사안에 비해 유난히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 듯 보였다. 지구대 관계자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근무했지만 뉴스처럼 최근에서야 유난히 외국인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주 일은 특별한 경우였고 신고가 들어왔기에 주민들을 위해 앞으로는 순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