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일대 전경.
부산시는 지난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의 원전해체센터 사업에 응모하면서 기장군 방사선의·과학단지 내 3만 3000㎡ 부지에 이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내년 6월 고리원전 1호기가 영구 정지되고 2023년부터 본격적인 해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데 따른 행보였다.
하지만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한 지 26개월 만인 지난 8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를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날 원전해체센터의 경제적타당성평가(B/C) 지수가 0.28로 나와 파급효과, 이윤창출 가능성 등 사업성이 크게 미흡하다는 내용의 예타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예산을 움켜쥔 기재부가 이와 같이 밝히자 해당사업의 추진주체인 미래부는 원전해체센터 사업을 백지화하고 국내 원전해체기술 연구기관인 원자력연구원에 350억 원 규모의 연구시설을 구축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원전해체센터 건립과 관련한 정부의 방침이 이와 같이 결정되자 아쉬운 탄식과 더불어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아쉬움을 나타낸 곳은 부산시다. 부산시 관계자는 “고리1호기 가동이 내년 6월 영구정지 되면 5년간의 해체준비 과정을 거쳐 2023년부터는 본격적인 해체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2018년까지는 원전해체센터가 건립돼야 한다. 연구시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전했다.
부산시민들의 목소리는 정부의 이번 결정을 납득할 수가 없다는 게 주를 이뤘다. 고리원전 인근 기장군 장안읍 주민 A 씨는 “정부가 고리원전 5, 6호기는 추가로 건설되도록 허가하면서 주민안전과 직결되는 원전해체 관련 시설을 불허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거센 목소리를 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권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총선 당시 원전해체센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상직 의원(새누리당, 부산 기장군)에게 정부의 이번 발표와 관련한 입장을 물었다. 윤상직 의원은 “원천해체센터 건립을 재추진할 것이다. 구체적인 대안도 갖고 있다. 다만 여러 상황을 감안해 지금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역 상공계도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2일 상의 8층 회의실에서 지역 경제인, 학계, 관공서 등이 참여하는 ‘부산원전해체산업특별위원회’ 발족식을 갖기로 했다. 위원회는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에 따른 지역 기업의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원전해체와 관련한 검토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지 못하고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전 관련 전문가 B 씨는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향후 무려 1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는 원전해체 관련 산업에 뛰어들 기회를 놓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원전해체센터와는 별도로 사상구 덕포동에 건립 중인 한국생산기술원 동남본부에 ‘부산원전해체기술지원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센터는 지역 중소기업이 원전해체 공정 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