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차의 대표 격인 폭스바겐이 떠나는 것에 대해 국내 자동차업계 의견은 엇갈린다. 현대자동차(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구입에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데 폭스바겐 사태로 판매 상승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라고 답했다. 반면 르노삼성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수입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이 나빠지면 반사이익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의 올 상반기 국내시장 점유율은 43%로 3%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현대·기아차 건물 전경.
이 같은 상반된 입장에 대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실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서 르노삼성의 SM6와 한국지엠의 말리부에 밀리며 시장점유율을 점차 뺏기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자동차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43%로 전년 동월 대비 3%포인트가량 하락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경쟁사들의 신차 효과로 상대적으로 조금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하반기 그랜저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돼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현대차의 실적이 신통치 못하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약 15% 감소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둔화되고 신흥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업체와 경쟁 심화가 매출 하락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후발주자들이 추격해오는 가운데 현대차의 넛크래커 현상(한국 경제가 선진국에 비해서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후발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르노삼성은 올해 출시한 SM6가 대박을 터트리고, SM7 판매가 증가해 6월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59.6% 매출이 증가했다. 또 위탁생산차의 미국 수출 증가로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7%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기업의 수출이 평균 13.3%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크다.
이렇다 보니 현대차의 국내 시장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이 같은 평가는 현대차 내부에서도 나온다. 현대차 일부 직원들은 “재고 물량에다 판매 부진이 겹쳐 내부적으로 비상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귀띔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이 현대차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현대차는 현대차가 위기를 맞을 경우 부품사 현대모비스와 자동차리스·할부 영업을 하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 한 직원은 “아직 위기감이 전해지지는 않지만 현대차 매출 부진이 우리에게 큰 타격이 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고객을 상대로 전기차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테슬라모터스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 관계자는 “올 상반기 1300~1500건 정도 예약을 받았다”고 했지만 한국전기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등록대수는 800대 수준에 그쳤다. 이중 르노삼성의 전기차가 212대를 차지한 사실로 미뤄보면 현대차의 전기차 예약 취소자가 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부문 글로벌 강자인 테슬라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국내 고객을 상대로 전기차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에도 국가보조금이 적용되면 가격경쟁력 면에서도 현대차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평가항목 및 기준과 환경인증절차를 거치면 국가보조금을 지급한다”며 “테슬라는 내년 하반기쯤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충전 시설 등 인프라가 아직 부족해 전기차가 대중화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우리도 테슬라의 기술력에 뒤지지 않는 전기차를 2년 내 개발·생산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국내 전기차 격전 예고…미국 테슬라·중국 BYD 조용히 국내 진출 준비 중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가 국내 진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11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진출 준비를 하고 있다. 테슬라와 관련해 환경부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테슬라는 국내 진출과 인증을 위해 환경부와 계속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국내 시장에서 테슬라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테슬라 한국법인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빌딩 4층에 입주해 있다. 중국 전기차 회사 BYD도 한국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BYD는 막대한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 현재 중국 전기차 시장의 3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6만 1722대를 판매해 테슬라를 누르고 세계 1위 판매량을 기록했다. 중국정부가 전기차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것도 BYD엔 큰 힘이다. 삼성전자가 BYD 유상증자에 참여해 30억 위안(한화 약 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BYD는 KCC오토그룹과 전기차 ‘E6’에 대해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인증을 준비 중이다. KCC오토 관계자는 “올해는 인증 작업에만 초점을 맞춰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