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만표 변호사 대하는 모습과 닮은꼴
홍만표 변호사나 진경준 검사장을 대하는 검찰의 모습은 상당히 닮은꼴이다. 우선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 핵심 당사자인 홍 변호사에 대해 수사하는 것을 초기엔 머뭇거렸다. 최유정 변호사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할 때도 홍 변호사는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증거인멸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데다,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소용없었다. 검찰은 “수사를 할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수사를 할 수 있느냐”고 버텼다. 당시 이미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로비리스트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고, 그 리스트에 홍 변호사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다 검찰도 여론에 떠밀려 홍 변호사를 직접 수사하게 된다. 그 결과 62건이나 되는 몰래 변론을 통해 탈세한 30억 원 상당을 임대사업에 투자한 사실을 찾아내 구속기소했다.
진경준 전검사장이 14일 ‘주식 대박’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진 검사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법무부는 지난 3월 언론을 통해 진 검사장 재산에 의문이 제기되자 그를 감싸기에 급급했다. 진 검사장이 156억 5609만 원의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가 된 게 넥슨의 주식 80만 1500주를 팔아 한 해 38억 원의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라는 의혹에 대해 “개인 재산에 대한 문제”라며 진상 파악에 나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진 검사장이 비상장기업인 넥슨의 주식을 사들인 것 자체가 특혜라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 법무부 감찰규정을 근거로 진 검사장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고위 공직자 재산 검증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할 일이지 법무부가 나설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진 검사장은 지난주 이금로 특임검사팀에 제출한 자수서를 통해 2005년 비상장기업이던 넥슨 주식을 매입할 때 들인 4억 2500만 원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48)가 준 것이라고 인정했다. 또 2008년 제네시스를 처남 명의로 받은 부분도 시인했다. 물론 두 건에 대한 대가성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진 검사장이 오랫동안 거짓말을 해온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검찰의 한 인사는 “어차피 이렇게 될 거라면 처음부터 두 사람에 대한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었다”면서 “일단 문제가 제기되면 어떻게 해서든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지 자꾸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누가 검찰 얘기를 믿어 주겠는가. 실제로 검찰 수사를 통해서 홍 변호사에게 불법 혐의가 있었고, 진 검사장의 거짓과 위선도 만천하에 드러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인사는 그러나 “수사 착수에 늦은 만큼 홍 변호사 수사 때 그랬던 것처럼 진 검사장 수사도 일벌백계를 하는 쪽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래도 변하지 않는 ‘내 식구 DNA‘
뒤늦게나마 겉으로는 일벌백계하겠다고 검찰이 나선 상황이지만, 홍만표 변호사와 진경준 검사장을 바라보는 검찰 내부 분위기는 별로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단은 지난 8일 홍만표 변호사의 첫 재판이었다. 당시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홍 변호사가 재판이 끝난 뒤 구치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법무부 직원들이 이례적으로 홍 변호사의 모습을 우산과 가방 등으로 가려주면서 과잉 경호 논란과 부적절한 예우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홍 변호사에 대한 징계신청을 하면서 그가 몰래 변론한 62건의 사건 목록을 대한변호사협회에 넘기지 않는 것도 검찰이 끝까지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대목이다.
진 검사장의 경우 특임검사팀이 그를 긴급체포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들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수사의 본류에 해당하는 주식 대박 특혜나 제네시스 승용차 무상으로 받은 것 등을 수사하면 되지 친인척이나 그 외 다른 사건들로 확대하는 것을 원치 않는 표정이 역력한 것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 직원들이 왜 홍 변호사를 그렇게까지 감싸고 도는지 의문이고 진 검사장에 대해서도 조직의 뼈를 깎는다는 심정으로 수사해야지 적당히 타협해선 안될 것”이라며 “그러나 문제는 두 사람을 내 식구로 바라보는 검찰의 기본 인식은 한참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선 진 검사장의 여러 의혹 중 검찰 조직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건에 대해선 검찰이 아예 덮고 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선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검찰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김수남 검찰총장을 비롯해 수뇌부로선 이미 진 검사장에 대해 상당한 배신감을 갖고 있는 만큼 그런 얘기들은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