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전 부회장(오른쪽)이 ‘이건희전’ 저자와 출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눈길을 끈다.
이 전 부회장은 대표적인 재무통이자 이건희 회장 시기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2인자로 꼽힌다. 이 전 부회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20년여 동안 비서실장, 구조조정본부장, 전략기획실장으로 재임했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 삼성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맡았다. 이 과정에서 편법증여, 대선자금 등 검찰과 특검의 수사까지 받았다.
그렇게 삼성 오너 일가와 동고동락했던 이학수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10년 삼성물산 고문으로 발령받았고 곧 삼성을 떠났다. 의아한 점은 <이건희傳>에 대해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이 전 부회장만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물론 책 내용 중 자신을 다룬 내용에 불만을 가졌을 수도 있다. <이건희傳>이라지만 이학수 전 부회장도 상당부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한국>은 이 전 부회장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출판사와 저자도 소송에 대해 함구했다.
출판사와 저자에 각각 4억 원, 도합 8억 원의 소송액도 주목해볼 대목이다. 일반적인 명예훼손으로 인한 요구 금액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많기 때문이다. 또한 형사소송은 진행하지 않고 민사소송만 진행하는 점도 그렇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학수 전 부회장이 고소인 조사를 받아야하는 형사소송보다는 변호사를 내세울 수 있는 민사소송을 선호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의 소송 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그룹을 떠나신 분으로 개인차원의 소송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며 “책에 등장하는 분들이 이 전 부회장과 비슷한 고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비즈한국 기자 toyo@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