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밝힌 분할의 이유는 사업경쟁력 강화다. 삼성SDS는 2012년 물류 업무프로세스아웃소싱(BPO)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에는 물류BPO 부문에서만 2조 6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SDS 관계자는 “물류사업을 더 키우기 위해 물류BPO 부문의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DHL은 이름만 들어도 물류회사라는 느낌이 오지만 삼성SDS의 물류사업은 IT서비스 회사 안에 있다 보니 물류 전문기업으로 나가기에는 브랜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S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물류부문을 분할한다고 밝혔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그러나 분할 후 물류BPO 부문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물류사업 부문과 삼성물산의 합병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삼성SDS의 지분 22.58%를 차지해 최대주주고 삼성물산이 17.08%, 이 부회장이 9.2%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이 지분 17.23%를 소유해 최대주주다. 그러나 삼성SDS는 지난 7월 18일 공시를 통해 삼성SDS의 물류BPO 부문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이에 삼성SDS의 물류BPO 부문이 분할 후 삼성물산 자회사로 편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일원화 목적에서 삼성물산이 물류BPO 부문을 자회사로 지배하고 삼성전자가 삼성SDS IT사업부를 자회사로 두는 방안이 유력해졌다”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SDS IT사업부 지분과 삼성전자 보유 물류BPO의 지분 교환은 인적분할 이후 양사 주주총회 없이 쉽게 진행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와 합병 혹은 자회사 미라콤아이앤씨와 합병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앞의 삼성SDS 관계자는 “아직 검토 단계라서 확실하게 말하기 힘들지만 미라콤아이앤씨와 합병 문제는 이미 박성태 전무(삼성SDS)가 직접 부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삼성SDS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과 삼성SDS 물류BPO 부문의 합병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회공시 3개월 이후에는 입장을 변경하더라도 공시번복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합병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는 “삼성전자 내부점유율 확보가 마무리되는 2018년 이후 그룹 내 물류사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다”며 “이때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에 이를 노리고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병 시 합병신주가 발행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오히려 하락하는 결과가 나온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실제로 합병 시 합병신주가 발행되면 이 부회장의 지분은 줄어든다. 현재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약 23조 원이고 삼성SDS 물류BPO 부문의 시장가치는 2조~3조 원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양사가 10:1 비율로 합병한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 9.2%는 기존의 11분의 1인 약 0.84%가 된다.
또 합병신주 발행 효과로 이 부회장이 가진 기존 삼성물산의 지분도 하락한다.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 17.23%는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11분의 10인 15.66%가 된다. 삼성SDS의 지분까지 합쳐도 16.5%로 이전과 비교해 오히려 하락한 수치다.
IT서비스 부문이 삼성전자와 합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 이 부회장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0.59%다. 삼성SDS 시가총액은 13조 원이므로 올해 1분기 기준 영업이익의 82%를 차지한 삼성SDS IT서비스 부문의 가치는 10조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220조 원이다.
이에 따라 22:1의 비율로 계산하면 합병 시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0.4%, 삼성전자의 지분은 0.56%로 총 0.96%가 돼 이 부회장의 지분이 늘어난다. 비록 소폭이지만 삼성전자 지분이 차츰 늘어나면 훗날 ‘삼성전자투자회사’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공고히 될 수 있다.
삼성SDS 측은 검토가 끝나기 전까지는 어떠한 내용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검토 기간은 앞으로 4~5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라며 “검토가 끝나면 모두 공시할 계획이고 그 전까지는 새로운 게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물류 분할’ 대비책? 삼성SDS IT에 힘쏟는 까닭 삼성SDS는 지난 7월 14일 영국의 사이버 보안 솔루션 업체 다크트레이스와 한국 블록체인 전문 업체 블로코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SDS는 “사이버 보안과 블록체인 분야 기술력을 확보하고 향후 미래 ICT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다크트레이스의 차세대 보안 솔루션을 활용함으로써 사이버 보안 사업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블로코의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화를 추진하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삼성SDS는 이 같은 IT 분야에 대한 투자가 물류사업 부문 분할과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물류는 물류대로 키우고 IT는 IT대로 키우는 것”이라며 “IT사업부를 다른 회사와 합병할지 삼성SDS 브랜드로 계속 이어나갈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분할 이후 삼성SDS에 대한 업계의 예측은 엇갈리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IT사업의 최근 3년간 매출 성장률은 1.8%에 그친다”며 “성장성 부재의 돌파구를 물류 부문에서 찾겠다는 게 포인트였는데 그게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삼성SDS 관계자는 “삼성SDS는 IT서비스 업계 매출 1위로 나름의 축적된 기술과 전문성이 있다. 당장 물류BPO 부문이 분할돼도 IT서비스 부문이 큰 타격을 입을 리 없다”고 자신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