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결사반대” 성주군민들이 지난 15일 성주군청 앞에서 사드배치 결사저지를 외치고 있다.
[일요신문] 경북 성주 주민들의 생활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 발표 전과 후로 확연히 구분된다. 지난 13일 사드 배치 결정 이전의 주민들은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고 한가로이 생업에 종사했다. 그러나 사드 발표 이후 성주 주민들은 분노와 오열로 가득 찼다. 이 같은 주민의 분노는 지난 15일 사드배치 설명회에서 크게 폭발했다. 참외를 키우던 주민들의 손에는 농기구 대신 계란과 물병이 들렸다.
이날 사드배치 저지 시위에서 성주 주민들은 “성주에 집을 지어 줄테니 니들도(국방부 장관, 국무총리) 같이 살자”고 소리쳤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층을 향한 주민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성주군청 앞은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를 비롯해 사드 배치 반대로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다.
투쟁위는 총 3차례에 걸쳐 명칭을 변경했다. 앞서 ‘성주사드배치범군민반대비상투쟁위원회’에서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로 바꾼 후 다시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로 최종 수정했다. 총리 방문 당시의 감금 사태가 더 이상 빚어지지 않고 한 목소리를 내는 이성적인 대오를 갖춰야 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투쟁위는 이재복 투쟁위 대표위원장 등 2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 투쟁위 대표위원장은 “언론에서 물리적, 저질적 항의 시위를 하는 것으로 비칠 때 잠이 안 왔고, 성주 군수가 3~4일간 단식투쟁 끝에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웠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3일 사드 성주 배치가 결정되자 성주군 주민들이 성주군청에서 “행정 절차도 국민 동의도 없는 사드배치 결사저지”를 외치며 삭발을 강행하고 있다.
그는 “우리 지역은 안 되고 다른 지역은 된다는 말이 아니다. 한 번의 공청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드배치 지역으로) 선정했으며 이 지역이 적지였다면 왜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았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성주군은 이달 중순 예정이었던 ‘별고을 작은음악회’를 취소했다. 군은 다른 축제의 취소도 검토 중이며 주민 역시 각 학교의 동창회나 야유회 행사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성주는 자녀들의 학교 등교 거부는 물론 참외 출하량 하락과 더불어 부동산 거래가 급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주교육지청이 사드배치 반대 집회에 참가한 학생 184명을 무단결과(일부 수업 불참)로 처리하자 학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장 10명은 긴급회의를 갖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향후 추이를 살펴보겠다는 뜻을 내비쳐 상황에 따라 무단결과 처리를 철회할 여지를 남겼다. 현재 성주지역 학교에서는 등교거부와 조퇴 사태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사드 예상 배치지를 중심으로 반경 5.5km 내에는 성주읍 1만 4000여 명을 비롯해 성원리 등 5개 마을에 1만 5000가구 3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직선거리 3km 내에는 1379가구 2891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또 공군부대를 중심으로 1.5km 내에는 성주군청과 경찰서, 학교 등이 위치해 있다.
아직도 주민공청회조차 열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진행한 정부의 태도에 분노한 주민들에게 정부는 사드의 안전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11시 성주군청 앞 사드배치 결사저지를 외치는 성주군민 앞에서 사드 배치 불가피성과 성주가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배경 등을 설명했다. 이과정에서 성난 성주군민들이 황교안 총리 일행을 향해 물병과 계란투척을 벌였다.
“새누리 의원들 모두 탈당하라.” 성주 새누리당원들이 잇따라 탈당하면서 반(反) 새누리당 정서도 확산되고 있다.
성주 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는데도 일부 새누리당원들이 찬성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지역 선출직 의원들 모두가 탈당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쟁위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사드 배치를 저지해서 성주 지역의 생존권을 지켜낼 것”이라고 밝히며 21일 서울역 광장에서 평화적 집회를 통해 성주 사드배치의 부당성을 직접 호소했다.
김항곤 군수도 “중앙정부는 지자체하고 전혀 공감대 형성 과정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통행으로 행정행위가 결정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보탰다.
지역의 한 신문은 지난 19일 1면을 백지로 발행, 근조(謹弔)라는 글자와 함께 ‘2016년 7월 13일 사(死)드 성주군’이라는 글귀를 통해 민심을 대변했다.
경북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이 거론된 상황에서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희생됐다는 여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사드 전자파 무해를 주장하는 정부와 이를 불신하는 주민들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어 김관용 도지사의 적극적인 중재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남경원 기자 ilyod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