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해 나선 세계 미인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미스코리아다. 그동안 미스유니버스와 미스월드 등 세계적 권위의 국제 미인대회 출전 자격은 미스코리아 입상자에게 부여돼 왔다. 미스코리아 진은 미스유니버스에, 선은 미스월드에 출전하는 것이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스코리아 대회가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미스유니버스가 지난 2월 미스코리아 주최 측인 한국일보로부터 미스유니버스 대회 출전 라이선스를 회수했기 때문이다. 앞서 2011년 미스월드로부터 라이선스를 회수당한 미스코리아는 미스유니버스 출전권마저 박탈당하며 양대 미인대회 모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지난 8일 선발된 2016 미스코리아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도대체 어찌된 사연인지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제60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진을 차지한 김진솔(가운데)이 주최사의 권리계약 문제로 내년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사진출처=미스코리아 공식홈페이지
한국일보와 결별한 미스유니버스는 새롭게 2011년부터 미스월드 코리아를 개최해 온 내셔널 디렉터 월드케이뷰티 박정아 대표와 라이선스 권리 계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내년 미스유니버스 대회 출전자는 박 대표가 진행하는 미스유니버스 코리아 대회 우승자가 나가게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스코리아 주최 측인 한국일보와 한주E&M이 미스유니버스 대리인 격인 박 대표와 세계대회 출전 라이선스를 놓고 진실공방을 펼치고 있다.
먼저 입장표명을 한 쪽은 미스코리아 주최 측이다. 지난 15일 미스코리아 주최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스유니버스 논란 관련 공식 입장을 밝혔다. 주최 측은 “최근 박정아 월드케이뷰티 대표가 미스유니버스 한국 라이선스 취득을 주장하고 나서 미스코리아의 미스유니버스 대회 참가자격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첫 대회 때부터 60년간 미스코리아가 한국 대표 자격으로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당연히 참가해 온 역사에서 이러한 갑작스럽고 석연치 않은 상황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주최 측은 박 대표가 미스코리아 조직위와 미스유니버스 본사 사이에서 가로채기 식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그 배경으로 2011년 미스월드 권리계약 문제로 박 대표와 벌인 법정 다툼에 대해 언급했다. 주최 측은 “1959년부터 미스코리아 진이 미스유니버스에, 선이 미스월드에 각각 참가해온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미스유니버스와 경쟁관계인 미스월드 측은 당시 미스코리아 2등이 출전한다는 점을 문제 삼아 박 대표에게 미스월드 라이선스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미스유니버스 관련 논란도 지난 2011년 상황과 비슷하다는 게 미스코리아 주최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19일 박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미스 유니버스 라이선스 취득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날 “정당한 방법으로 미스 유니버스와 미스 월드 라이선스를 취득했다”며 “라이선스를 빼앗아갔다는 미스코리아 주최 측의 주장은 옳지 않다. 명예훼손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주최 측이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음에도 2016 미스코리아 후보들에게 어떤 공지도 않고 대회가 끝날 때까지 그 사실을 비밀로 부쳤다”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주최 측이 미스유니버스 측으로부터 출전 자격을 박탈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표가 주장한 사유는 이렇다. 먼저 미스코리아 주최 측과 미스유니버스 측의 신뢰관계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한국일보는 지난 59년 동안 라이선스를 부여받았으나 올해 대회를 주관한 한주E&M은 미스유니버스 측으로부터 어떠한 라이선스도 부여받은 적이 없다. 그동안 한국일보는 내부 사정으로 미스코리아 개최권을 뷰티한국, 그리고 한주E&M으로 넘겼고 이 과정에서 미스유니버스 본사와 어떤 논의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박 대표는 미스유니버스 측과 대화의 창구도 열어놓지 않고 마음대로 라이선스를 양도했다는 점이 미스유니버스와의 신뢰를 깨버린 행위라고 전했다.
두 번째 이유는 디렉터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주관사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할 미스코리아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등한시했다”며 “2015년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미스코리아가 직접 미스유니버스 본사에 메일을 보내 ‘자신은 아무런 지시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미스유니버스 측은 지난 2월 1차적으로 미스코리아 주최 측인 한국일보에 세계대회 참가권을 회수한다고 알렸다. 미스유니버스 측은 한국일보 이메일 계정을 통해 ‘2016년부터 그리고 장래에도 한국일보사에게 어떤 라이선스도 부여하지 않겠다’는 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지난 2월 미스코리아 주최 측에 계약 해지가 정식 통고된 이후 4월 14일 라이선스를 양도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한주E&M 측이 박 대표에게 간 라이선스를 돌려달라는 메일을 미스유니버스 측에 보냈기 때문에 2차 통보를 5월에도 하게 됐다는 것이 박 대표의 주장이다.
박 대표는 미스코리아 주최 측이 지난 2월 세계대회 출전 권리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거짓된 홍보를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 대표는 “사실 미스코리아의 미스유니버스 출전권 박탈은 지난 2월부터 공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한 후보자들에게 끝나는 날까지 라이선스 박탈에 대해 공지하지 않았다”며 “이는 후보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실제 미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는 아직까지도 2016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 안내 공지 게시글에는 ‘당선자에게는 세계 3대 미인대회인 미스유니버스, 미스인터내셔널, 미스어스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는 내용의 문구가 포함돼 있다.
미스코리아 주최 측인 한국일보와 한주E&M은 아직까지 박 대표가 밝힌 의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요신문>은 몇 차례 한주E&M과 한국일보 측에 박 대표가 제기한 문제와 관련해 해명을 요구했지만 서로 답변을 미루는 모양새다.
한주E&M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다시 한 번 표명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일보 측에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일보 관계자는 “앞으로 이와 관련해 재공지가 있을 예정”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거부했다.
한편, 미스코리아가 대회 60년 만에 국가대표 미인 선발대회의 자격을 상실한 가운데 미스유니버스와 미스월드의 국내 라이선스를 취득한 월드케이뷰티는 오는 10월 미스유니버스 코리아와 미스월드 코리아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미스유니버스는 어떤 대회? 2007년 ‘어우동 한복’ 이하늬 4위 화제 미스유니버스는 지난 1952년 도널드 트럼프와 NBC방송사 주최로 시작된 대표적인 국제 미인대회로 미스월드, 미스인터내셔널, 미스어스와 함께 세계 4대 미인대회로 알려져 있다. 미스 유니버스 우승자는 1년간 HIV/AIDS 예방 봉사 활동을 비롯해 각종 행사 참여와 함께 아파트 무상임대거주권 등을 갖게 된다. 평균 80여 개 국가에서 참가하는 이 대회는 올림픽처럼 국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대회가 아닌 사기업이 운영하는 상업대회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참가에 드는 비용은 모두 참가자 본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국내 한 뷰티아카데미 관계자는 “참가비 자체가 10만 달러에 달하고 항공료 및 각종 민속의상, 이브닝 드레스 등 필수품과 액세서리는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며 “따라서 종종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불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54년 계선희가 첫 참가한 이후 1959년부터 1962년까지 4년 연속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어 1963년에는 김명자가 5위에 올랐고, 1988년에는 장윤정이 2위의 영예를 안았다. 가장 최근에는 2007년 이하늬가 4위를 기록해 과거 영광을 이어갔다. 특히 이하늬는 대회 출전 당시 전통적인 대례복 대신 어우동 스타일의 한복에 전공인 국악을 살려 장구춤을 선보이며 전통의상 1위에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전통적으로 미스유니버스 대회는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가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아시아권 미인들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한 뷰티 디렉터는 “최근에는 일본이나 필리핀 등에서 우승자가 나와 아시아권 미인들도 세계대회에서 ‘우승’의 영예를 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