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당산동 그랜드 컨벤션센터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7.14 전당대회 2주년 만찬 행사가 열리고 있다. 박은숙 기자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병신 소리 듣고서도 참고 참았다.”
7월 14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전당대회 승리 2주년 기념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작심한 듯 “집권여당 대표로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비판 여론을 모두 듣고도 내색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참았다”며 사자후를 토해냈다. 총선 패배 뒤 잠행을 거듭한 지 3개월 만에 본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다. 공천 과정에서 쌓였던 앙금을 토로한 김 전 대표를 향해 1500명의 지지자들은 환호를 보냈다. 김 전 대표의 최측근 박성중 의원, 권오을 전 의원을 포함해 당권주자인 한선교, 정병국 의원 등이 참석한 행사는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팬클럽 ‘김사모’ 전국연합 회원 300여 명도 이날 행사에서 이목을 끌었다. 수도권 광주 대구 등 전국에서 집결한 김사모 회원들은 일찍부터 행사장에 도착했다. 김 전 대표가 나타나자 김사모 회원들은 빨간색 하트 모양의 부채를 흔들며 “김무성 사랑합니다”를 외쳤다. 김 전 대표는 “그동안 변함없이 지지를 보내온 김사모 회원들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김무성 의원실 관계자는 “김사모는 팬클럽 비슷하다.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봉사 활동 등 주기적으로 활동하는 분들이다. 회원들이 좀 미리 오셔서 대표가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귀띔했다.
김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맞춰 김사모 역시 들썩이고 있다. 12만 회원으로 구성된 김사모는 단순 팬클럽이 아니다. 세종시를 비롯한 17개 권역 및 해외 지부 그리고 240개 지자체별로 지부 등 전국 조직망을 갖추고 있다. 김사모는 전국을 돌며 수차례 간담회도 열고 있다. 김 전 대표의 재보선 당선일(4월 24일)을 기념해 2013년부터 매월 24일 열린 월례회의는 이미 30여 차례를 넘겼다. 익명을 요구한 김사모 회원은 “지난 3월 익산에서 열린 32차 월례회의에서 충청 호남 회원들과 함께 모임을 가졌다. 김사모 조직이 꽤 탄탄하다. 상당히 발 빠르게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가고 있다. 전국에 있는 봉사단체하고 협약식도 맺었다”고 설명했다.
김사모는 ‘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캠페인’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김사모에 속한 무한사랑봉사단, 전국대학사랑 무한 봉사단과 다양한 단체들이 봉사협약을 맺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한국장애인녹색재단과 (주)파웰코포레이션 같은 기업과도 협약식을 체결했다. 한국장애인녹색재단 관계자는 “김사모에 원래 아는 사람이 있었다.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연결이 됐다. 김 전 대표에 대한 호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일을 할 때 같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사모는 특수임무 유공자회(부천지부) 전몰군경유족회(익산지회) 등 보훈 단체들과도 봉사 협약식을 맺었다. 단체의 성격을 불문하고 보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전몰군경유족회 익산지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협약식을 개인 차원에서 했다. 우리 유족회하고는 별개다. 개인적으로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있는데 김사모와 뜻이 맞았다. 진보 진영이 하는 행동을 보면 눈에 거슬리는 게 너무나 많다. ‘김보수’를 보지도 못했지만 제가 보수를 좋아하다보니까 가입했다. 대체적으로 보훈단체들이 김사모에 많을 것이다. 확대 해석을 안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사모가 새누리당 취약지역인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2013년 5월 24일 호남 인사 24명이 처음 김사모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9월 12일 김사모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캠페인’의 행사도 벌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당시 김 전 대표는 물론 보성군수도 행사에 참석했다. 하헌식 김사모 사무총장은 “김 전 대표의 선친 김용주 선생은 해방 이후 광주에서 전남방직을 일으켜 산업 불모지였던 호남에 수천 명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호남 인사들이 김사모에 가입한 까닭은 뭘까. 최근 김사모에 합류한 호남 유력 인사는 “저는 원래 안철수계였지만 탈당을 했다. 김사모에 저를 추천해주신 분이 여야를 떠나서 존경받는 어른이었다. 몇 달 전 김 전 대표와 독대를 했는데 김 전 대표의 인격이나 지도력 면에서 신뢰가 갔다. 덩치가 큰 분이 작은 입술로 조용히 말하는데 지도자의 품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새누리당 당내에선 김사모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엿보이고 있다. 김사모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뒤 활동이 미미한 박사모보다는 노무현 재단으로 맥을 이어온 노사모를 뛰어넘는다는 것이 김사모의 목적이다. 새누리당의 한 보좌관은 “공조직은 정당이고 팬클럽은 사조직이다. 김사모는 노사모를 흉내 내는 건데 ‘노무현 코스프레’ 아니겠나. 김사모가 앞으로 노사모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해선 안 된다. 노사모는 철저하게 자발적으로 노 전 대통령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만들었다. 김사모는 약간 인위적인 느낌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사모와 함께 10년간 베일에 싸였던 김 전 대표의 사교모임 ‘춘하추동’과 ‘M 연구원(가칭)’도 주목을 받고 있다. 15일 한 언론은 김 전 대표의 대선준비조직 M 연구원 실체를 보도했다. M 연구원은 총석 직후 출범했고 1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M 연구원의 인사들은 대부분 김 전 대표 보좌진 출신들로 정기적으로 모여 대선 홍보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무성 의원 측근은 “춘하추동 모임은 실체가 없다. 사실이 아니다. M 연구원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다. M이라고 하면 우리 쪽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이상 우리 쪽도 알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 전 대표의 국회 연구단체 퓨처 라이프도 눈길을 끌고 있다. 7월 21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 원혜영 더민주 의원 등 여야를 총망라한 퓨처라이프가 공식 출범식을 열었다. 퓨처라이프의 공동대표직을 맡은 김 전 대표는 전체 의원 300명에게 가입 공문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퓨처라이프를 대권의 싱크탱크로 바라보기도 한다. 새누리당 다른 보좌관은 “김 전 대표 막후조직들은 대선 캠프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선 어떤 조직이든 만들 수밖에 없다.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후보가 안 된 상태에서 어깨띠를 두르고 선거 운동을 할까”라고 반문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본격적으로 정치를 재개하면 동지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앞장서도록 하겠다. 이제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며 연일 대권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사모의 다른 회원은 “김 전 대표가 총선 뒤 암중모색을 해왔다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다시 세를 결집해서 일어날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내년 대선에 모든 걸 집중해야 될 시기다. 김 전 대표는 전대를 기점으로 자연스럽게 청와대 친박하고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반 총장과 함께해서 대권 후보로 급부상하는 시나리오도 있다”고 귀띔했다.
여의도 정치권 일각에선 김 전 대표 대권 행보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도 흐르고 있다. 앞서의 새누리당 보좌관은 “김사모는 당연히 대선캠프다. 하지만 ‘무대’가 대통령이 되겠나. 지금 새누리당에 사람이 없으니까 김 전 대표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본래 이 양반은 베팅을 하는 양반이 아니었다.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같은 거물급의 멱살이라도 잡고 붙었어야 했다. 지금은 부산 출신 정치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설령 새누리당 후보가 된들 본선에서 이기겠나. 대통령이 애들 장난인가”고 잘라 말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