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수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우 수석이 부동산 거래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자 이틀 뒤인 기자 간담회에서는 “계약 당일 장모님이 와달라고 해서 계약 장소에 갔지만 가서 한 일은 장모님을 위로해 드린 일뿐이었다”며 말을 바꿨다.
하지만 당시 거래에 참여했던 한 중개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약 당시 중개인은 동석하지 못하게 하고 우 수석과 처가 식구, 넥슨 관계자들끼리만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중개인을 배제시키고 거래를 진행한 만큼 우 수석이 계약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우 수석은 넥슨과의 거래가 공인중개사에게 수수료까지 지급한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작 관할 구청에는 ‘당사자간 거래’를 했다고 허위 신고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중개업자가 낀 거래는 중개업자가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 수석 해명대로라면 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현행법에 따라 공인중개사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일했던 직원의 증언도 나왔다. 직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개 수수료를 9억 8000만 원 받았다고 하던데 그 정도 규모 거래는 대형 부동산 중개 법인이나 하는 것이지 우리 같은 신생 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중개업소의 대표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었다는 증언도 했다.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인 줄 모르고 거래했다는 넥슨 측 주장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넥슨은 당시 대리인으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변호사 2명을 동석시켰다. 계약 체결 당시 만났을 것으로 보이는 우 수석의 존재를 몰랐다는 주장은 믿기 힘들다. 넥슨 측은 ‘대한민국에 검사가 한두 명이냐’고 반박했지만 법조계에서는 김앤장 변호사들이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이었던 우 수석을 몰라봤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또 우 수석은 기자간담회에서 넥슨에 매각한 부동산에 대해 “복잡한 거 안 걸려 있는 깨끗한 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 수석 처가는 땅 가운데 일부가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되어 있어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넥슨과 매매 계약을 맺은 뒤에도 소송을 벌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소송 중인 부동산을 매입한 넥슨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우 수석 처가가 소송에서 이기지 못했다면 최악의 경우 지었던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넥슨과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에 관여하고 다시 넥슨으로부터 이 부동산을 사들인 부동산개발업체 M 사의 대표는 서민 전 넥슨코리아 대표와 고교 동창이자 게임 업체 대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 업체를 운영하던 M 사 대표는 넥슨과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가 있기 1년여 전에 M 사를 만든 후 갑자기 부동산개발업체 대표로 변신했다. 우 수석의 해명과는 달리 전체적인 거래 과정이 의혹투성이인 셈이다.
넥슨이 우 수석 처가와의 땅 거래를 통해 결과적으로 이익을 봤다고 했던 주장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가 일본 금융청에 제출된 넥슨 일본법인의 2012년 사업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매각 예정 가격이 장부가격을 밑돌기 때문에 이를 회계상 특별 손실로 처리한다”고 적시했다. 각종 세금이나 은행 이자 등과 상관없이 매매 자체로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넥슨은 매입한 부동산에 강남 사옥을 지으려고 했다고 했지만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을 완전히 이전 받은 후 불과 9개월 만에 부동산을 되팔았다. 처음부터 사옥을 지으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넥슨은 부동산을 구입할 당시 경기도 판교에 이미 신사옥을 건립 중이었다.
의경 아들 보직 특혜 의혹에 대한 우 수석 해명도 충분하지 못하다. 우 수석 아들은 의경 복무 2개월여 만에 내규까지 어겨가며 의경들이 선호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운전병으로 전출됐다. 우 수석은 아들의 상사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해명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우 수석 아들의 상사였던) 서울경찰청 차장은 인사 때마다 파일이 올라가는 최고위급 간부다. (민정수석이) 알지 못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에선 지난해 12월 우 수석 아들의 상사가 지방 근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승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