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퀄컴 AP 의존도는 높다. 국내 업체가 제조 생산하는 대부분 스마트폰에서는 퀄컴의 AP가 장착돼 있다. 중저가형인 LG전자의 X 시리즈 중 일부와 삼성전자의 갤럭시J 시리즈 일부만 퀄컴 AP를 사용하지 않는 정도다.
LG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인 G 시리즈는 지금까지 모두 퀄컴의 AP인 스냅드래곤을 사용해왔다. 팬택이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스카이 아임백’도 퀄컴의 AP를 사용한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시리즈에 스냅드래곤을 탑재했다. 다만 삼성전자 제품은 자사 AP인 엑시노스 탑재 모델과 스냅드래곤 탑재 모델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퀄컴의 점유율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기술력 때문이다. IT업계 한 전문가는 “애플의 모바일 AP는 자사만 사용하고 대만의 미디어텍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삼성전자·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그나마 삼성전자는 자사 AP를 개발 중이지만 LG전자는 당분간 퀄컴의 AP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퀄컴의 스마트폰 핵심부품인 ‘스냅드래곤’은 국내 스마트폰 대다수에 탑재돼 있다. 퀄컴 홈페이지 캡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퀄컴이 국내 업체로부터 받는 로열티는 스마트폰 판매 가격의 2.5~5%로 보고 있다”며 “국내에서 로열티 수입으로만 매년 12억 7300만 달러(약 1조 4500억 원)를 가져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갤럭시S7에 사용된 스냅드래곤 820의 가격은 62달러(약 7만 원)로 알려져 있다. 갤럭시S7(32GB 기준)의 미국 출고가는 670달러(약 76만 원)다. 즉 삼성전자는 갤럭시S7 1대당 AP 가격과 로열티까지 95달러가량(약 10만 원)을 퀄컴에 줘야 한다. 상당한 폭리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다.
공정위 역시 지난해 11월 이 같은 문제들이 포함된 심사보고서를 퀄컴에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폭리 등이 포함된 퀄컴의 불공정 행위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공정위 측은 “퀄컴이 독점력 있는 특허권 행사를 통해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정위는 특허를 판매하면서 불필요한 다른 특허를 끼워 파는 행동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행위 등의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퀄컴에 발송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2월 퀄컴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60억 8800만 위안(약 1조 36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스마트폰의 65%에 해당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 3.5~5%를 받기로 합의했다. 당시 퀄컴은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이의제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퀄컴은 중국의 경우와 달리 한국에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퀄컴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에 대해 “사실이 아니고 법적으로도 오류가 있다”며 “20년간 유지해온 우리의 특허는 합법적이며 경쟁에 위반되는 사항도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의 IT 전문가는 “퀄컴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중국 내에서의 매출이 한국보다 4배가량 높다”며 “분명히 말하긴 힘들지만 중국의 시장성이 한국보다 크니 퀄컴의 대우도 그만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20일 전원회의를 열어 퀄컴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회의 내용이 정리되는 대로 공개할 예정”이라며 “퀄컴의 영업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결론나면 이에 따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퀄퀌 대체할 구원투수로…삼성전자 ‘엑시노스’ 기대 삼성전자는 LG전자와 달리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퀄컴의 AP 스냅드래곤과 삼성전자의 AP 엑시노스를 혼용한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2011년 2월 발표한 모바일 AP 브랜드명으로 갤럭시S2에서 처음 선보였다. 갤럭시 제품은 지역에 따라 AP가 다르다. 갤럭시S7의 경우 미국, 중국에서는 스냅드래곤을 탑재한 모델을 판매하고 그밖에 지역에서는 엑시노스 탑재 모델을 내놨다. 지난해 8월 출시한 갤럭시노트5는 엑시노스 버전만 출시하는 등 퀄컴의 사용량을 줄이는 추세다. 그러나 향후 퀄컴 AP 사용에 대한 질문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해진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엑시노트의 기술력은 스냅드래곤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스마트폰 기기 성능실험 사이트 기크벤치는 갤럭시S7의 엑시노트 탑재 버전과 스냅드래곤 탑재 버전을 실시간으로 비교했다. 그 결과 지난 21일 기준 엑시노트 버전의 멀티코어 테스트 점수는 6559점으로 스냅드래곤 탑재 버전의 5201점보다 높았다. 다만 싱글코어 점수에서는 엑시노트 버전이 2134점으로 2330점인 스냅드래곤 버전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퀄컴의 점유율은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도 42%로 모바일 AP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2014년 점유율 52%에 비해 10%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최근에는 중국 업체인 샤오미, 화웨이도 각각 자사의 AP인 라이플, 기린을 개발하면서 퀄컴에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 반면 엑시노스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스튜어트 로빈슨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전무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은 다른 모바일 AP 제조업체와 달리 자사 스마트폰이 있어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2016년에도 삼성이 모바일 AP 부문 성장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엑시노스 8890은 갤럭시S6에 탑재된 엑시노스 7420과 동일한 공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능과 낮은 전력 사용량을 제공한다”며 “향후 엑시노스의 제품 라인업 확대와 중국으로의 외판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