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진 한국렌탈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렌탈시장은 1970년 이래 기업고객(B2B) 위주로 성장해왔으며 이후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렌탈이 합리적 소비 방법으로 주목받으며 개인고객(B2C) 렌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사무용품·건설산업장비·법인 렌터카 등이 B2B에 속하며 정수기·비데 등은 B2C에 해당한다.
대기업들은 보유 렌터카를 활용해 중고차 경매시장까지 뛰어들기도 한다. 사진출처=롯데렌탈
사업적 부문에서 흔히 ‘렌탈’이란 필요한 때에 필요한 물건을 빌려 쓰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렌탈업’을 하는 기업은 렌탈 자산을 직접 보유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제공,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하며 수익을 얻는다. 대표적인 것이 렌터카 사업이다. 국내 렌터카 인가 대수는 2008년 20만여 대에서 2015년 말 50만 대를 넘어서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KT렌탈을 인수해 렌터카업계 1위에 오른 롯데렌탈의 경우 지난 7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다. 이 같은 성장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인식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소비자가 상품을 물질적으로 소유하는 것보다 실제로 사용하고 소비하는 경험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며 “렌터카는 차량 번호판에 ‘허, 하, 호’가 들어가 고객들이 꺼려했는데 요즘은 이마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사실 2005년 전까지만 해도 렌터카업계는 대부분 중견·중소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대기업이 뛰어들었고 상황은 바뀌었다. 대기업들은 계열사들을 이용해 렌터카와 고객들을 관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기업들은 또 보유 렌터카를 활용해 향후 중고차 경매시장까지 뛰어들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렌탈산업은 특히 경기 불황 때 성장세가 좋은 분야 중 하나인데, 앞으로 10년 간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중고차 경매시장이 렌터카 프로세스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을 들여 차량을 구입하고 렌탈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렌터카 사업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렌터카시장은 25%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롯데렌탈에 이어 AJ네트웍스-SK네트웍스 등의 순으로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 생활가전 렌탈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최근에는 롯데, 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의 렌탈사업 강화가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5일 업계 최초로 고급 의류와 주얼리, 가방 등을 대여해주는 렌탈 전문매장 ‘살롱 드 샬롯’을 론칭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패션 렌탈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충분히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렌탈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패션 렌탈을 기획했다”며 “향후 상품군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고급 의류 등을 대여해주는 패션렌탈 전문매장 ‘살롱 드 샬롯’을 론칭했으며(왼쪽) LG전자는 정수기 렌탈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렌터카시장을 제외하고 생활가전이나 패션 부문 렌탈시장에서 대기업들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2009년 정수기 렌탈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 꽤 어려움을 겪었다.
렌터카 부문과 생활가전 부문에서 대기업들의 성적표가 엇갈린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렌터카업계는 대기업을 선두로 수많은 영세기업이 포진해 있다. 소기업들이 단기 렌트 위주로 사업을 가져간다면 대기업들은 개인용 장기 렌터카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렌터카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렌터카 기업들은 개인의 차량 구입 방식이 ‘개인 장기렌트’로 바뀌어갈 것으로 보고있다”며 “개인 장기렌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대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렌터카로 가장 큰 수익을 얻는 것은 최종 단계인 렌터카 중고 경매 시장”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고객에 대여한 렌터카가 마지막 단계인 중고시장에 나올 때까지 3~5년을 버티려면 자금 여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렌터카 시장에서 대기업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가 된다.
생활소비재 렌탈시장의 사정은 다르다. 정수기와 같은 상품은 소비자들이 주로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렌탈 서비스를 판매 전략의 하나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렌탈시장에 진출했다기보다 상품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렌탈케어라는 법인을 세운 현대백화점의 상황도 비슷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당장 생활가전 시장의 수성이 목표가 아니라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전체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며 “향후 실버산업이라든지 라이프 토탈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렌탈시장에 진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반려동물이 물건인가요…이색·엽기 렌탈 아이템 자동차·정수기뿐 아니라 최근에는 여러 아이템들이 렌탈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잠깐 쓰는’, 한시적인 제품으로 분류되는 것들이 렌탈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유아용품이다. 유아용품은 신발과 옷 등 의류부터 유모차, 학습교구까지 아이의 성장에 맞춰 단계별로 모두 구입해야 하므로 비용 부담이 크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유아용품을 쉽게 빌릴 수 있다. 면접용 의상을 전문적으로 대여해주는 곳도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열린 옷장’은 취업준비생들에게 면접용 정장을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준다. 면접장에서만 입을 정장을 수십만 원을 들여 사지 않고 쉽게 빌릴 수 있어 구직자에게 인기가 좋다. 이외에도 캠핑·등산용품과 같이 고가의 전문 용품을 대여해 주는 사업이 인기다. 최근 캠핑이 유행하며 캠핑카와 바비큐 장비, 텐트 등 캠핑에 필요한 물품을 렌트해주는 것이다. 렌탈 상품군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관상용 수족관 렌탈 서비스도 등장했다. 관상용 수족관을 대여해주고 주기적으로 관리자가 방문해 수족관과 물고기들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정수기 렌탈 서비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애완동물을 일정 기간 빌려주는 곳도 있다. 아이들의 정서 발달과 교육을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을 때 동물 렌탈이 이뤄진다. 동물 렌탈 시장에서는 소형 애완견이 주된 렌탈 대상인데 국내 업체 기준으로 3박 4일 대여 시 6만~7만 원 상당이 든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 등은 동물을 대여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며 동물학대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