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의 문제를 감추고 주민 몰래 배치지역을 선정했다면 주민들의 결사반대는 당연하다. 정부가 사드 기지의 안전성을 사전 점검하고 주민 설득을 나중에 하기로 한 것이라면 이제부터 주민들과 투명하고 진정성 있게 협의를 진행하면 된다.
성난 성주 주민들은 사드의 안전성을 설명하고, 사전 협의 없는 기지 선정을 사과하기 위해 성주군에 간 황교안 총리에게 물병과 계란을 던졌다. 광우병 파동 때 경험했듯이 괴담일수록 신속하고 광범하게 퍼지는 게 인터넷 시대의 특징이다.
사드의 전자파로 인한 여성의 불임, 성주 특산물 참외의 오염, 성주가 적대세력의 일차적인 공격목표가 된다는 등 괴담 수준의 정보들이 정부의 기지선정 발표와 함께 인터넷상에 확산됐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괴담의 확산을 막는데 주효했던 것은 경험효과라고 할 수 있다.
사드 미사일이 발사되는 상황은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해 북한 등에서 남한을 향해 미사일이 날아오는 상황이다. 제2의 한국전쟁이 가져올 참화는 양측 보유무기의 양이나 성능으로 보아 6·25전쟁을 수십 배 능가할 것이다.
남한이 북한의 핵무기로 공격당하면 북한은 미국의 핵무기로 보복을 당할 것이다. 운 좋게 방사능 피폭을 면한다 해도 방사능에 오염된 한반도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된다. 전쟁이 터지면 성주보다 먼저 공격을 당하는 것은 인구 밀집지역으로, 전쟁의 타격효과가 가장 큰 서울일 것이고, 방어용 사드기지보다는 수도권의 공격용 발진기지일 것이다. 사드배치로 성주군민이 제일 먼저 죽게 된다는 말에 한때나마 군민들이 현혹됐다면 쑥스러울 일이다.
여하튼 사드 미사일은 배치되더라도 발사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그 이전에 북한이 전쟁을 도발해선 안 된다. 북한이 핵미사일이 아니라 장사정포 한 발이라도 서울을 향해 쏘게 되면 그것은 전면전이다. 우리의 공격도 평양을 목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은 그런 아슬아슬한 공포의 균형 속에서 대치하고 있다. 6·25전쟁을 도발해 삼천리 강토를 피로 물들인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를 거치면서 아직도 전쟁을 협박하고 있다. 결코 써서는 안 될 핵무기를 만들어 놓고는 ‘서울 불바다’ ‘워싱턴 불바다’를 떠들고 있다.
그들은 네 번이나 핵실험을 실시하고서도 다섯 번째 실험을 위협하고 있다. 대기권 밖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뒤 재진입시키는 기술도 개발했고, 잠수함 발사 미사일도 선보였다. 정부가 오랜 망설임 끝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도 북한의 핵무력 증강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사드가 무용지물이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겐 역설이다. 써서는 안 될 무기를 어쩔 수 없이 들여오면서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분열해선 안 된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