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말린 광어’에 대해 박세창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독극물로 소를 씻긴 뒤 그 소고기를 먹는 격”이라고 밝혔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포르말린과 관련한 이번 인터뷰에 응한 동기가 있습니까?
-최근 ‘옥시’ 사건을 보면서 침묵하면 죄가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오래 전에 언론과 인터뷰한 이래 더는 안 하려 했는데, 생각을 바꿔서 응하게 됐습니다.
=광어 양식에 포르말린을 사용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환경파괴입니다. 새 집에서 포름알데하이드가 1ppm만 나와도 새집증후군과 아토피성피부염 등으로 이어집니다. 그런 포름알데하이드가 몇 만 배 물에 녹아 있는 게 포르말린입니다. 그런 포르말린을 살포하면 그 주변 환경은 사막화, 황폐화되고 해양 동식물에게 피해를 줍니다. 이게 포인트입니다.
=포르말린이 광어 체내에 잔류하지 않는다는 반박이 있습니다. 그 광어를 사람이 먹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까?
-알 수 없습니다. 물론 포르말린 처리 2~3일 후에는 잔류하지 않는다는 것, 기준치 이하로 검출된다는 것, 그 정도로는 인체에 피해 안 줄 거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극물을 사람 먹거리에 살포하는 게 맞습니까?
독극물로 소를 씻긴 뒤 그 소고기를 먹는다고 생각하면 더 와 닿습니다. 또 그런 식으로 시일 경과를 전제한다면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물질은 없습니다. 보수적으로 판단해서 안 쓰는 게 맞습니다.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확실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포르말린을 살포하는 양식장 근로자들의 암 발생률이 높습니다. 서귀포 남쪽에 가면 광어 양식장이 많이 있는데, 물이 너무 깨끗합니다. 포르말린을 쓰니까 수중 미생물들이 다 죽은 것입니다.
=일본은 이런 이유로 쓰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일본도 우리처럼 처음에는 쓰게 했습니다. 하지만 양식장 주위가 사막화, 황폐화됐고 조사 결과 포름알데하이드가 분포하는 걸 찾아냈습니다. 그 후 포르말린을 못 쓰게 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왜 포르말린 처리를 허용합니까?
-사용해도 괜찮은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쪽은 양식장이 거의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서로 간격이 매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일어나도 충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광어가 아니라 필라피아 등 메기 과에 한정해서 양식을 합니다. 현지 수의사는 내게 “10년에 한 번 양식장에 포르말린 처리하러 온다”고 진술했을 만큼 잘 쓰는 문화도 아닙니다. 또 쓸 때는 수의사를 대동하고, 쓰고 난 물을 10배 희석해서 배출하게 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수의사에게 돌리는 것도 우리나라와 다른 점입니다. 결국 전 세계에서 사실상 우리나라만 포르말린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미국 등도 쓰니 괜찮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쓰면 안 됩니다.
=그럼 대체 왜 우리 정부는 포르말린을 허용하는 겁니까?
-해양수산부가 과거에 발암물질인 말라카이트그린 사건이 터지면서 휘청한 적이 있습니다. 이건 계속 축적되는 물질이라 빼도 박도 못합니다. 여기에 포르말린 문제까지 터졌으면 해수부가 없어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걸 막기 위해 논리를 만들어 포르말린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계속 포르말린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식업자들이 포르말린을 써야 하는 유인은 뭡니까?
-싸고 구충효과가 좋으니까 쓰는 것입니다. 업자들은 정부가 지정한 수산용 포르말린 안 씁니다. 똑같은 성분인데 1리터 100원짜리를 500~1000원에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 공업용 포르말린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대안은 뭡니까?
-다른 대체 구충제를 만들든지, 고밀도 양식을 안 하면 됩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까 기생충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기타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주도는 자신들이 포르말린을 안 쓰고 있다고 은폐하는데, 다 암암리에 쓰고 있습니다. 쓰면 일본 수출 길이 막히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사람과 동물, 그리고 생태계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학문 분야 전문가들이 총체적으로 노력하는 ‘윈 헬스’ 개념이 하루 빨리 도입돼야 합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