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13번 도로를 따라 남부로 내려갑니다. 이 도로는 메콩강을 따라 가는 도로입니다. 남북을 관통합니다. 10시간을 쉬지않고 달리면 남부의 최남단 상업도시 팍세(Pakse)에 도착합니다. 비엔티안에서 648Km 거리입니다. 라오스 북부에 루앙프라방이 있다면 이곳 남부에는 팍세가 있습니다. 1905년 프랑스가 세운 행정도시입니다. 국내선 비행기도 있습니다. 팍세 시내에서 메콩강변을 따라 참파삭 마을로 갑니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이 마을 산언덕에 유적지 왓푸가 있습니다.
라오스 남부 왓푸사원 위에서 바라본 참파삭 마을로 멀리 메콩강이 보인다(위). 아래는 왓푸사원의 중앙신전으로 가는 길.
Wat는 사원을 말하며 Phu는 산을 말합니다. 그 뜻처럼 왓푸는 해발 1400m의 푸카오(Phou Khao)산에 있습니다. 산 아래 참파삭 마을이 펼쳐져 있습니다. 마을 앞으로는 넓디넓은 메콩강이 고요히 흘러갑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멀리 보이는 산 정상이 유난히 볼록한 모습입니다. 시바(Shiva)의 상징인 링가의 모양입니다. 아담한 마을은 두 갈래의 길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마을 한바퀴를 돌다 강변에 맞붙은 참파삭 게스트하우스에 차를 세웁니다. 오늘 자야 할 숙소입니다. 방도 넓고 메콩강을 바라보며 식사도 할 수 있는 식탁도 있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메콩강은 달빛에 반사되어 잔물결이 반짝거립니다. 달빛을 입에 물고 밤물결들이 강변으로 밀려옵니다. 아름다운 참파삭의 밤입니다.
참파삭은 지금은 작디작은 마을이지만 옛 참파삭 왕국(1713-1946)의 수도였습니다. 란쌍왕조가 시들어가고 3개의 왕국으로 갈라졌던 시절, 라오스 남부를 장악한 왕국이었습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왓푸 유적지가 있어서 여행자들의 발길이 간신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오스 국민들에겐 대표적인 성지순례 장소입니다. 하지만 외국여행객은 아직 많이 찾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왓푸를 오릅니다. 매표소를 지나 유적지 입구에 유물전시관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만든 박물관으로 역사적 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시실에는 이곳에서 발굴된 힌두신들의 석상, 사암을 조각해 만든 부조들, 각종 장식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유적지 왓푸에 대해 아직도 쟁점이 되는 것은 지어진 시기에 대한 것입니다. 언제 지어졌느냐 하는 점입니다. 왓푸는 라오스에 남아 있는 가장 거대한 크메르 사원입니다. 앙코르와트(Angkor Wat)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앙코르와트의 모델이라고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왓푸는 앙코르와트보다 300여 년 앞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왓푸 유적지는 지진 등으로 건축물들이 무너져내리고 석상들도 깨어지고 돌더미들이 이리저리 널려 있습니다. 게다가 남은 건축물들의 외부는 힌두신전이지만 내부는 불교유적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역사적인, 종교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왓푸의 쓰러진 부조들. 보존이 안되어 돌더미가 무성하다.
왓푸는 지금 복원이 한창이고 인근에 유적들이 발견되고 있어 고고학적인 연구결과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왓푸는 다른 크메르 사원과 달리 메콩강을 내려다보는 링가모양의 산 위에 신전을 지었습니다. 입구에는 연못처럼 생긴 3개의 바라이(Baray)가 있습니다. 가로가 600m, 세로가 200m입니다. 아주 큽니다. 이 연못은 수리야바르만 2세가 완성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연못은 당시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든 관개시설이어서 마을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왓푸 유적지는 웅장함은 없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면 사원이 마을과 강과 어우러져 참 아름답습니다.
왓푸에는 좌우로 2개의 궁전이 있습니다. 사암으로 지은 건축물입니다. 지붕과 벽면이 많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왼쪽 건축물은 여성 순례자를 위해, 오른쪽은 남성 순례자를 위한 건축물로 이용됩니다. 돌계단을 계속 오르면 가장 높은 곳에 중앙신전이 있습니다. 시바를 기리는 신전입니다. 하지만 중앙 신전에는 불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크메르 제국이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국교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는 천년이 지난 부조들이 눈길을 끕니다. 상반신을 드러낸 데바타 여신과 수문장인 드바라팔라 부조입니다. 불교 국가인 라오스 국민들은 힌두사원 안에 있는 불상을 찾는 게 이상하진 않는가 봅니다. 불교의 사후관과 달리 탑을 쌓고 거대한 무덤을 만들었던 힌두의 왕들. 그 옛날 죽어서도 영원 속을 살고 싶었던 수리야바르만 2세의 꿈은 산속의 문화유산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