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14일 만기가 된 삼성중공업 여신 2000억원을 3개월 연장해줬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다음 만기일인 10월13일에 다른 은행이 여신을 회수하거나 농협은행이 상환을 요구할 시 추가 연장을 하지 않는 조건을 추가 연장 조건으로 걸었다.
만약 농협은행이 10월 만기일에 삼성중공업 여신 회수에 나설 경우 지난 4월 조선·해운 등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뒤 시중은행이 대기업 여신을 회수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농협은행 외에도 다른 은행의 여신 회수가 잇따를 가능성을 염두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앞서 농협은행 관계자는 “조선업 여신을 축소한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 3개월 만기 연장 후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로 자금 여유가 생기면 상환 받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올 들어 구조조정으로 기업 부실여신이 급증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중공업에 이어 현대중공업도 은행권의 여신 회수에 직면한 상태다. 또한,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에 대한 은행권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역시 위축된 상황에서 조선업계 등의 기업 경영 자체에 대한 여신 같은 자금운영이 위축될 전망이다. 업계관계자들은 과거 일본경제 불황처럼 금융긴축으로 인한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