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출처=연합뉴스
[일요신문]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제 도입 이후 2년만에 처음으로 특별감찰을 받게 된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은 강제로 수사할 권한이 없고 감찰 범위도 제한적이어서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야권도 우 수석의 특별감찰관제는 ‘청와대의 시간벌기용’이라며,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하는가 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우 수석의 특검 시행을 주장하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지난 26일 지난 주말부터 감찰 조사에 착수했으며, 법에서 정한대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주말 무렵 우병우 수석에 대한 감찰을 개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우 수석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도 제기된 의혹만으로 우 수석의 거취 문제를 검토할 수는 없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
특별감찰관은 권력형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족,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을 감찰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도입됐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은 강제수사권이 없고 감찰 범위도 우 수석의 경우 수석직에 임명된 이후부터 등 제한적이다. 또한, 실질적인 의혹 규명 책임은 검찰에 있는 만큼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감찰대상자인 우병우 수석이 특별감찰관의 출석이나 자료 제출에 불응하거나 거부해도 형사처벌 등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우 수석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무적으로 책임지라고 했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며 사퇴론을 일축한 바 있다. 이에 우 수석이 특별감찰을 통해 억울한 의혹에서 벗어나고 명예회복을 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만큼 여론을 의식해 대충 무마하는 분위기로 몰아 갈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우병우 수석 의혹의 핵심인 처가 부동산 매매, 정운호 게이트로 촉발된 홍만표-진경준-김정주와 관련된 ‘몰래 변론’ 의혹 등 핵심 의혹은 제외된 채 진상규명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청와대가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특별감찰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이 싸늘한 이유다.
특히, 야권은 청와대가 핵심 의혹을 쏙 빼고 우 수석의 특별감찰을 하겠다는 것은 ‘시간 벌기’일 뿐이라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국민의당은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특별감찰관 조사를 지켜본 후 수사 방향을 결정하겠다며 수사를 미루고 나섰다”면서,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대통령이 감싸고도는 현직 실세 수석을 성역 없이 수사한다는 것 자체 모순”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가 특별감찰 카드를 꺼내든 것이 우병우 감싸기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며, “특감은 우병우 ‘특별감싸기’의 줄임말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특검을 하라고 했더니 특감을 지금 하고 있다. 닭 잡는 칼로 소를 잡을 수 있냐고 묻고 싶다”며 “(우 수석)아들에 대한 특혜성 보직 정도가 아마 다뤄질 텐데, 결국은 조사대상자의 진술이나 알려진 비리 사실을 종합하며 언론을 재탕하는 수준에서 끝나버릴 게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더민주는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이미 제기된 의혹과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더이상 민정수석 자리에 앉아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우 수석을 현직에 두고 감찰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것은 특별감찰이라기 보다 특별대우라는 인상을 준다”면서, “우병우 봐주기 감찰, 면죄부 감찰이 될 경우 국민의 의혹과 불신이 더욱 커질 뿐 아니라 특별감찰제도 존재 이유를 잃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한편, 여름 휴가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배치 반발 대응을 가장 크게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당의 우병우 수석 거취 공세가 끊이지 않고 있어 우 수석의 거취여부와 깜짝 개각 단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당정내에서 국정부담을 이유로 우병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인상도 점차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