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외교대리전 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미국-중국의 외교 대리전된 ARF.존케리 미 국무장관(좌)과 왕이 중국 외교부 부장(우)가 악수하고 있다.출처=AP/연합뉴스
우리정부는 북한이 참가하는 유일한 역내 안보협의체인 ARF에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담기 위해 주력해왔다.
실제로 이번 성명에 담긴 북핵 조항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은 유엔 안보리 위반”이란 지적이 포함되고 작년 성명 문안에 담겼던 ‘비생산적 행보 자제(북한이 주장하는 한미연합훈련 등)’도 올해 성명에서는 빠졌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이 성명 관련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 조항과 남중국해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존중을 포함시키려 하면서 문안 교섭 협상이 진통을 겪었다. 북핵 문제역시 미중 입김에 성명 채택 조항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국은 PCA 판결을 언급하는 내용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배치 우려 조항을 성명 초안에 포함시킨 것도 PCA판결을 제외시키기 위한 ‘협상용 카드’였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26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포토세션.출처=AP/연합뉴스
결국 최종 성명에선 중국이 주장한 사드 배치 우려 조항과 미국 측이 성명에 담으려고 했던 PCA 판결 존중 조항이 모두 빠졌다. ARF 의장 성명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중립적 문서’란 상징성이 있어 특정 사안에 대해 갈등을 겪는 당사국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앞서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 공동성명에서도 중국은 “남중국해 PCA 판결 존중”이란 표현을 제외시켰다.
한편, 이번 라오스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 회의가 미중 간의 외교대리전으로 격화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역시 계속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아세안 등의 미중간의 외교 이익을 위한 동조 경쟁도 점차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