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인 주 아무개 씨는 같은 목사이자 어머니인 이 아무개 씨가 운영하고 있는 교회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수감 중이다. 어머니 이 씨가 운영 중인 교회.
그는 교회 정문에 석유를 뿌렸고 이를 본 전도사 A 씨(47)가 주 씨를 막았다. 이 때문에 교회 방화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화가 난 주 씨는 자신을 막은 A 씨의 머리를 신발과 의자로 내리치고 도주했다. A 씨는 당시 주 씨로부터 맞아 피멍이 든 팔을 보여주기도 했다. A 씨와 이 씨는 한목소리로 “아직까지 딸이 성이 나 있어 찾아가보지 못했다. 지금 찾아가면 괜히 화를 부추기는 꼴이 된다. 딸이 오늘 교도소로 가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번 사건의 원인이 딸에게 마음의 병이 있어서라고 말했다. 주 씨가 세 살이 되던 해에 이 씨는 가족을 집에 두고 홀로 나왔다. 이 씨는 “딸 아이가 세 살쯤 됐을 때 나 혼자 집을 나왔다. 애 아빠도 경제적 능력이 없던 상황에서 내가 목사가 돼 가족들을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목회자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 교회가 있는 자리에서 개척을 했고 이후 교회를 지었다. 어린 나이에 엄마와 떨어져 아이가 많이 상처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당시에 가족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에 따르면 주 씨가 14살이 됐을 때 즈음해서 이 씨는 가족을 교회로 불러들였다. 이때부터 가족들이 다시 같이 살게 된 것. 이 씨의 남편도 목사 안수를 받고 사망하기 전까지 목사를 했다고 알려졌다. 이 씨는 거의 혼자 힘으로 지금의 번듯한 교회를 세웠다. 여자 혼자 개척교회를 세우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딸과의 원만한 관계까지 얻지는 못했다. 주 씨는 10년 동안 엄마와 떨어져 살았던 것에 마음의 상처가 컸던 것.
주 씨의 SNS를 통해 과거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었다. 주 씨는 유년기를 부모의 돌봄이 없었던 불행한 시절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주 씨는 “본인이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동네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엄마 없는 아이’에 ‘술주정뱅이 딸’이라고 수군거렸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가난해 뼈만 앙상했다”면서도 “키다리아저씨와 같은 하나님을 만나 삶이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바뀔 수 있었다”고 기록했다.
주 씨는 지난 2012년에 한 기독교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유년시절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어머니는 가난했지만 하나님만을 의지했고 아버지는 술독에 빠져 어머니를 때렸다”며 “아버지의 폭력으로 교회에서 내어 준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지만 가족은 여관방에 터를 잡았고 어머니와 같이 하나님께 기도해 남루한 그 자리에 교회를 세웠다”고 말했다.
주 씨는 오랫동안 목사를 꿈꿨다. 부모가 목사를 했던 것만큼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주 씨가 어릴 적부터 목사를 꿈꾼 것은 당연해 보였다. 어머니 이 씨는 주 씨의 신학대학교와 해외 대학교 진학을 위한 뒷바라지를 했다고 말했다. 또 이 씨가 운영하던 교회 두 군데 중 한 군데를 운영하게끔 했다. 이 씨의 말대로라면 주 씨는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목사가 된 것. 주 씨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여러 권의 저서를 쓸 정도로 유명세도 타게 된다.
그러던 와중 지난 5년 동안은 이 씨가 담임목사로 있는 큰 교회에서 주 씨가 담임목사를 하게 된다. 그 사이 이 씨는 딸이 운영하던 작은 교회에 가 있었다. 이 둘이 같은 교회에서 생활했던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그 5년 동안 주 씨가 어머니의 교회를 운영한 결과는 참담했다. 기존에 교회를 다니던 대부분의 신도들이 교회를 떠나간 것. 이 씨는 “대부분의 신도들이 떠나 서른 명 정도만 남았다. 원래 신도들은 목사를 따라 움직이는데 내가 다시 돌아왔으니 떠난 신도들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며 “딸이 아직 교회 운영 경험이 적어서 작은 개척교회에서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내가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를 당연히 물려주려고 했는데 딸이 운영권을 안 줄 것이라고 오해를 했다. 딸이 진짜 불을 지르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물론 그동안의 모녀 관계에 대한 내용은 모두 이 씨의 주장과 설명일 뿐, 주 씨는 또 다른 상황을 주장할 수도 있다. 다만 주 씨 역시 방화 혐의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주 씨의 방화 정황을 확인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에 따르면 주 씨는 수차례 이 씨에게 전화를 걸거나 찾아가 ‘교회 운영권을 넘기라. 그렇지 않으면 교회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했다. 또 이 씨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주 씨는 지난 7월 20일 오후 어머니 교회에 돌을 던져 유리창 3장을 깨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를 하려다 도주한 주 씨를 찾기 위해서 어머니 이 씨에게 딸 전화번호를 물어봤지만 모르고 있었다. 모녀 사이가 친했던 것 같지가 않다”며 “교회 자체는 신도들이 주인이어야 하는데 목사들이 세습이나 소유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주 씨가 운영하던 교회에서 주 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교회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 있었지만 경찰의 설득 끝에 스스로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끝까지 “어머니 교회에 찾아가 석유를 뿌린 사실이 전혀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전주덕진경찰서는 7월 25일 현주건조물방화예비, 상해 등 혐의로 주 씨를 구속했고 지난 27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