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은 2016년 1000억 원, 2017년 1300억 원, 2018년 960억 원을 순차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2016년 1분기 CJ대한통운의 현금성 자산은 1000억 원 규모로, 자금 조달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일요신문DB
그러나 늘어난 단기 차입금은 공격적인 투자의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 2014년 2639억 원이었던 단기 차입금은 2015년 7082억 원, 2016년 1분기에는 9257억 원까지 증가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월 중국 물류업체 ‘Rokin Logistics and Supply Chain Co., Ltd’를 인수하는 등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즉 회사의 외연이 커지면서 단기 유동성에 부담이 생긴 셈이다. 때문에 CJ대한통운 안팎에선 메가 허브 터미널 공사에 그룹 계열사 자금이 유입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계열사를 통한 자금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2000년 말 6000억 원이었던 택배 시장은 온라인 마켓 및 모바일 쇼핑의 성장세에 힘입어 2014년 말 기준 4조 원을 돌파했다. 2012년 CJ에 인수된 CJ대한통운은 불과 5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2배 이상 끌어 올렸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2년 20.5%를 기록한 점유율은 2015년 41.3%까지 치솟았다. 2016년 1분기에는 43.5%의 점유율을 기록해 경쟁업체인 현대·한진·우체국 택배를 압도했다.
2012~2015년 CJ대한통운의 택배 사업 부문 매출은 6231억 원에서 1조 4964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목표였던 1조 3985억 원을 초과한 실적이다. 또 CJ대한통운은 2012년 총 매출(2조 7732억 원) 가운데 22.5%를 택배 사업에서 올렸는데 2015년(5조 557억 원)에는 그 비중이 28%로 증가했다. 즉 메가 허브 터미널은 택배 시장의 호황에 따른 결과인 셈이다.
일선 물류 현장에선 이번 투자에 찬성하면서도 그 결정이 다소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간 수도권 터미널의 부재로 실제 집배송 업무를 처리해 온 1만 6000여 명의 배송기사는 대전 등 다른 지역에서 물량을 받아 처리했다. 연간 택배 물량은 매년 1억 박스 이상씩 증가했지만 터미널 신축이 지연되면서 기존 거점은 ‘교통·물류 체증’에 휩싸였다.
택배물량이 급증하면서 택배기사들의 업무량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산동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일요신문DB
CJ대한통운은 택배 물량을 특정 거점(허브 터미널)에 모은 뒤 실제 고객에게 전달하는 운송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각 거점의 수용 범위를 넘어서는 물량이 생겼고, 자연스레 하차에 필요한 시간이 증가했다. 하차가 늦어지면서 고객은 평소보다 늦은 시각에 물건을 전달받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CJ대한통운은 ‘2회전 배송’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새벽에만 진행하던 하차 작업을 오전과 오후로 나누고 택배 물량의 분류 또한 수시로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2회전 배송’은 일부 택배기사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하루에 한 번 들어오던 터미널을 두 번 이상 들어오면서 운행거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터미널에 쌓인 택배 물량의 분류는 택배기사들의 몫이었다. 광주터미널의 유성욱 기사는 “분류 작업에만 평균 4시간 이상 소요되고 집배송 업무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 평균 13시간을 일했다”며 “분류에 필요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면 그 비용은 택배기사들이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한 직원은 “전국 수백 개 영업소의 ‘분류 알바’를 CJ가 고용하면 연간 수백억 원이 지출될 것”이라며 “회사로서는 손실날 수 있는 부분을 택배기사들에게 넘긴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한진택배 등 다른 업체들도 분류 작업을 택배기사들이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CJ대한통운은 메가 허브 터미널이 완공되면 배송 업무의 효율성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완공 전까지 현장에서 발생하는 ‘무형의 비용’은 사실상 택배기사들이 부담해야 한다. 물류업계 한 전문가는 “해외의 경우는 분류 인력을 따로 두거나 자동 분류기를 설치해 택배기사들이 집배송 업무만 전념하는 추세”라며 “택배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긍정적인 측면(물량 증가에 따른 수입 증가 등)도 있었지만 그들이 수입과 노동 시간 측면에서 적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