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고속의 주인은 최근 몇 년간 수차례 바뀌어왔다. 금호산업은 2012년 금호고속 지분을 IBK투자증권 사모펀드(PEF)에 매각했다. 이후 금호터미널은 지난해 6월 IBK PEF로부터 4150억 원에 금호고속을 인수했다. 그러나 같은해 9월 금호터미널은 칸서스자산운용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칸서스KHB에 3900억 원을 받고 금호고속을 매각했다. 매각 과정에서 금호터미널은 2년 3개월 안에 금호고속을 되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받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금호고속을 인수하기 위해 자금마련에 들어갔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앞의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금호터미널의 차입금 상환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했던 것이었고 어차피 언젠가 되찾아 올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룹 재건을 위한 포석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이 금호고속을 담보 개념으로 잡고 투자했다는 것. 당시 칸서스자산운용은 PEF를 구성해 인수금액 중 일부를 조달했다. 정확한 규모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갑작스럽게 인수 의사를 보이는데 놀라는 분위기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그러나 업계에서는 다른 분석도 존재한다. 박 회장이 그룹 재건과 동시에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호터미널의 지분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인 금호기업이 100% 갖고 있다. 또 지난 5월 공시를 통해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의 합병을 발표했다. 따라서 두 회사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금호터미널이 인수할 계획인 금호고속도 같이 합병될 예정이다.
금호기업은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 과정에서 NH투자증권에 3300억 원을 빌렸다. 매년 이자만으로 180억 원(5.5%)을 내야 한다. 금호기업 입장에서 수백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두 회사를 인수하면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커질 수 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금호고속과 금호터미널의 영업이익은 각각 490억 원, 360억 원. 여기에 금호고속이 최대주주로 있는 금호리조트에 대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 그룹 역시 인수 후 금호기업의 매출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금호고속은 최근 몇 년간 매년 수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의 빚은 늘어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분명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금호고속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지나치게 많은 부채로 인해 계열사에 부담이 가기 때문이다. 금호터미널이 금호고속 인수를 위해 필요한 현금은 150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호터미널의 부채는 72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금호기업의 부채까지 합치면 1조 원이 넘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일부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도 대우건설 인수와 같은 무리한 인수합병(M&A)이 주 원인”이라며 “금호고속 인수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불안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혁중 시사경제평론가는 “박 회장이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 인수에는 1조 원가량이 필요하다”며 “여기서 금호고속 인수를 위한 대출까지 받으면 금호그룹 계열사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그룹 재건 ‘마지막 퍼즐’ 금호타이어 인수는? 1조를 또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도 피력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였으니 당연히 가져와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인수 주체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최대주주는 지분 42.01%를 보유한 채권단이다. 해당 채권은 우리은행이 33.7%, KDB산업은행이 32.2%, 국민은행이 9.9%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월 매각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했다. CS는 지난 7월 13일 채권단에 “매각을 위한 경쟁 환경이 충분히 조성됐으니 지금 매각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채권단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있다. 지난 7월 27일 기준 금호타이어의 시가총액은 1조 5041억 원이고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채권단의 지분 가격은 6319억 원이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계산되는 경영권 프리미엄(30~40%)을 적용하면 금호타이어 인수 가격은 8215억 원에서 8847억 원 수준으로 예상할 수 있다. 우선 금호고속 인수 의지를 밝힌 박 회장이 앞으로 있을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과연 큰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제3자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양도할 수 없다’는 약정도 있어 사실상 계열사를 통한 인수도 막힌 상태다. 그렇다고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고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끌어 모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 포기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고 검토한 적도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금호타이어 매각 공고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정식 공고가 나오면 정확히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