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뼈 건강을 유지하려면 균형 잡힌 식사와 함께 햇빛을 받으며 적당히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영보다는 걷기나 조깅이 골밀도 증가 효과가 더 높다. | ||
흔히 뼈는 약해지기 시작하는 중년 이후부터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젊어서부터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놓아야 나이들어 고생을 덜하게 된다. 골밀도는 25세에 가장 높다가 35세 이후로는 매년 0.3∼0.5% 정도씩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골밀도가 증가하고 유지되는 시기인 35세 이전부터 운동, 균형잡힌 식사 등으로 골밀도를 최대한 높여주어야 늙어서 뼈로 고생하지 않는다.
자주 거르거나 대충 먹는 식사, 흡연, 음주, 운동 부족, 카페인 과다 섭취 등 뼈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은 곳곳에 있다. 무리한 다이어트 중인 사람, 마르거나 왜소한 체격도 주의해야 한다.
최근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뼈가 주로 밤에만 자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수의학자인 노먼 윌스먼 박사는 <소아정형외과학 저널>에 공개한 연구 보고서에서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뼈는 24시간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잠잘 때와 쉴 때 90% 이상 성장한다”고 밝혔다. 걷거나 서 있을 때는 연골로 이루어진 성장판이 압박을 받아 성장이 억제되고, 누워있을 때는 이런 압박이 느슨해지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
이는 양의 정강이뼈에 미니 센서를 넣어 관찰하여 입증한 것으로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윌스먼 박사는 덧붙였다.
뼈가 성장하는 것은 지속적인 세포분열을 통해서다. 뼈세포 역시 여느 살아있는 세포들과 마찬가지로 생성하고 쇠퇴하는 과정을 겪는다. 사람의 뼈세포는 얼마 주기로 바뀔까.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뼈는 새로 생성되는 조골세포와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가 균형을 이룰 때 제 모양을 유지한다. 파골세포의 수가 상대적으로 증가하면 골다공증이 된다. 하지만 속에서는 파골세포가 늘어 뼈가 약해지기 시작해도 뚜렷한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골밀도의 저하는 다른 질병들과도 일정한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 <신경학 회보> 최신호에 따르면 골밀도가 떨어지는 여성은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이나 다른 형태의 치매가 나타날 위험이 2배나 높다고 한다. 보스턴의 잘디 시 탄 박사가 8년간에 걸쳐 9백87명의 남녀를 분석한 결과, 대퇴경부의 골밀도와 치매 발생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입증됐다. 반면 남성은 골밀도 저하와 인지기능 저하 사이에 별로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밀라노대학에서는 45~65세의 폐경 여성 1천3백여 명을 대상으로 골밀도와 혈중 콜레스테롤의 관계를 측정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장병뿐만 아니라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 위험도 높다”는 결론이다.
악성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지단백의 농도가 높은 그룹에서 골다공증 직전 상태인 골감소증 위험이 정상인 그룹보다 74%나 높게 측정됐기 때문이다. 악성 콜레스테롤 성분은 뼈의 분해를 조장해 전체적인 뼈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현대인의 일상은 뼈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바빠서 식사를 거르거나 대충 하는 습관은 뼈에 필요한 영양을 모자라게 하고, 햇빛이 부족하면 칼슘의 대사에 관여하는 비타민D가 턱없이 부족해진다. 흡연 음주, 운동 부족 등은 뼈를 약화시키는 주범이다.
보통 골다공증 하면 폐경을 겪는 중년 여성들만 위험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렇게 뼈를 방치하면 남성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골다공증의 위험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높다. 여성은 50세 전후의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줄어드는데, 이때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조기 폐경(45세 이전)이나 수술로 난소를 제거한 경우, 아기를 낳은 적이 없는 여성도 마찬가지 이유로 위험이 높다.
여성이 임신 중에는 여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뼈를 강하게 하지만, 뱃속의 아기가 가져가는 칼슘을 바로 보충해줘야 나중에 고생하지 않는다.
골다공증의 위험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가족 중 골다공증이 있거나 마른 체형일수록, 간 질환이나 신장 질환, 그리고 당뇨가 있는 경우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천식이나 관절염 치료를 위한 스테로이드 제제 복용 환자도 위험이 높아진다.
흡연은 칼슘의 체내 이용을 방해해 골다공증을 앞당기고, 에스트로겐 생성량을 감소시키므로 흡연 여성은 1~2년 정도 빨리 폐경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알코올 성분도 칼슘 흡수와 비타민D의 합성을 방해한다.
커피 등 카페인을 과용하면 칼슘 배설량이 늘어나 뼈가 약해진다. 하루 3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면 주의해야 한다. 피자나 햄버거 등에 많이 들어있는 인도 골다공증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뼈를 구성하는 주성분은 칼슘이다. 그렇다고 칼슘만 섭취하면 뼈가 튼튼해지지는 것은 아니다. 경희대 강남한방병원 생활의학센터 이창훈 교수는 “뼈 성분의 약 17%를 차지하는 인지질이나 마그네슘 포타슘 아연 비타민D 등도 고루 섭취해야 하므로 하루 세끼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한다.
▲ CT 촬영으로 골다공증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 ||
골다공증 환자나 갱년기 여성, 65세 이상의 남성은 하루 1,500mg 정도의 칼슘 섭취가 권장된다. 이는 우유 2잔, 요구르트 1병, 치즈 1∼2장의 음식에 함유된 양이다. 음식을 짜게 먹으면 소금과 함께 칼슘이 빠져나가므로 싱겁게 먹는 것이 좋다.
칼슘의 함량과 관계없이, 체내 흡수율을 고려하면 시금치 등 야채류보다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 유제품이나 멸치 뱅어포 등 뼈째 먹는 생선이 우수하다.
칼슘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신결석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우신향병원 내과 김장하 과장은 “한국인의 1일 영양 권장량에 의하면 성인에게는 하루 7백mg의 칼슘이 적당한데,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권장되는 하루 1천~1천5백mg 정도까지는 큰 부작용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5백~6백mg씩 몇 차례로 나눠 먹는 게 좋다. 가족 중 신결석 환자가 있거나 신장병, 갑상선질환 등이 있는 경우, 의사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고기 빵 콜라 시금치 등 철분이 많은 식품은 칼슘의 흡수를 방해한다. 칼슘제제는 흔히 변비를 일으키므로, 식사와 함께 복용하거나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뼈에 좋은 두 가지 습관으로는 균형잡힌 식사 외에 적당한 운동을 꼽는다. 어느 정도의 신체 활동을 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뼈의 밀도가 높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됐다. 실제로 침대에만 누워있는 환자는 1년에 40% 정도 뼈가 감소한다고 한다. 뼈의 감소가 이미 시작된 골다공증 환자도 걷기와 같은 운동을 하면 골세포가 자극돼 골밀도가 더 낮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뼈가 약한 사람이 빠르게 뛰는 것은 부상의 위험이 높지만 걷기는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이다. 빨리 걷기도 좋고 자전거타기, 조깅, 테니스 등도 권할 만하다. 반면 수영은 부력 때문에 골밀도 증가 효과가 적은 편이다.
햇빛도 자주 쏘여야 근육강화와 뼈 형성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D의 합성이 촉진된다. 햇빛을 보지 못하면 몸에서 비타민D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일조량이 충분한 여름보다는 겨울철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
특히 겨울 끝무렵의 노인은 햇빛을 자주 쏘이는 것이 좋다고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김희진 교수는 말한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면 비타민D의 체내비축량이 바닥 나기 때문이다. 햇빛만으로 부족하다면 비타민D 보충제를 이용할 수 있으며, 계란 노른자나 버섯, 간유 등에도 비타민 D가 풍부하다.
뼈 건강 수칙
▲과음을 삼간다.
▲금연한다.
▲적당한 운동을 한다.
▲영양분을 고루 섭취한다.
▲위험군은 골밀도 검사로 뼈의 상태를 체크한다(폐경기 여성, 흡연자, 노인 등).
▲복용중인 약이 골다공증을 만들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한다. 만성간질환이나 악성빈혈 등 질환이 있을 때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
▲올바른 자세로 생활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경희대 강남한방병원 생활의학센터 이창훈 교수, 노원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김희진 교수, 우신향병원 내과 김장하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