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전당대회는 공직 선거가 아니라 당내 선거이기 때문에 선관위 조사를 받지 않는다. 막강한 권한을 좌우하는 선거임에도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니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고 돈 선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검은돈에 대한 유혹도 커진다.
실제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때 300만 원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이른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2011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2006년 당내 선거에서도 위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선관위가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의견을 제출했지만 현재까지 관철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를 ‘쩐’당대회라고 부른다.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엄청난 선거비용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 기탁금으로만 당대표 후보 1억 원, 최고위원 후보 5000만 원을 내야 한다. 더민주의 경우는 당대표 후보는 8000만 원, 최고위원 후보는 3000만 원이다.
기탁금은 전당대회 선거 관리 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후보가 부담하는 금액이다. 기탁금은 특별당비로 당에 귀속되기 때문에 후보자가 선거 도중 사퇴해도 반환되지 않는다. 여야는 후보가 난립할 경우 컷오프를 시행할 계획이다. 컷오프되는 후보들은 본격적인 선거를 치러보지도 못하고 기탁금을 절반만 돌려받을 수 있다.
선거가 시작되면 돈이 들어갈 곳이 더 늘어난다. 선관위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치러진 여야 전당대회에서 후보자들이 공식 신고한 경선 비용은 수천만 원에서 3억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선거캠프 사무실 임대료만 해도 수천만 원에 달한다. 여의도에 선거사무소를 차리면 일반적으로 한 달 임대료만 2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선거기간은 한 달가량이지만 사무실 임대는 최소 3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쓰지도 않는 사무실 임대료 수천만 원을 내야 한다.
선거사무소를 차리면 운영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또 여야 모두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당원이 수십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선거 홍보 문자를 한 번 보낼 때마다 1000만 원에 가까운 문자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너무 과도한 선거 비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새누리당은 각 후보별로 문자 전송 횟수를 5회로 제한하기도 했다.
후보자에 따라서는 선거 공보물과 동영상 홍보물 제작비용 등으로만 수천만 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플래카드나 부채 형태의 응원도구 등 선거용품 구입비도 상당하다. 자체 여론조사도 한 번 실시할 때마다 100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선관위에 공식적으로 신고되는 지출 내역들이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공식적으로 지출되는 것보다 비공식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공식, 비공식 식사자리만 해도 비용부담이 엄청나다. 각 지역을 돌며 대의원들과 식사를 하면 식사비만 1억 원에 달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전당대회는 다른 공직선거처럼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제도적 장치도 없다. 정치 후원금을 통해 선거비용을 충당하긴 하지만 대부분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 후보는 전당대회 선거 비용을 마련하려고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 대표 후보 선거캠프의 관계자는 “후보들이 선관위에 신고하는 선거비용은 1억에서 3억 원 정도지만 어떤 후보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실제로는 1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검은돈이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 방식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돈 안 드는 전당대회를 치를 것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정치가 부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돈이 많이 드는 선거구조”라며 “전당대회에서 과다한 정치비용이 허용되면 부패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 역시 선관위에 조사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등 외부로부터의 감시가 필요하다. 금품, 향응 제공 등을 감시할 법적 근거가 없으니 돈을 더 많이 쓰는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고 과열 경쟁이 생기는 것”이라며 “모바일 투표 등을 적극 도입해 전당대회 개최 비용 자체도 크게 절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