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역전됐다. 이진욱을 고소했던 여성은 성폭행 피해자에서 무고죄 피의자로 신분이 달라지며 사법 처벌 위기에 몰렸다. 애초 A 씨의 법률 대리인이던 법무법인조차 돌연 사임했다. 반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되며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졌던 이진욱은 2주 만에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됐다.
초반 분위기는 이진욱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그 이유는 거듭된 거짓말이었다. 사건 초기 이진욱 측은 A 씨와의 관계를 “호감을 갖고 있던 사이”라고 밝혔으며 일부 언론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 함께 다녀온 관계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그날 처음 만난 사이였다.
이진욱이 A 씨의 집에 가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A 씨가 이진욱에게 “집에 물건을 고쳐달라”는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고 알려졌지만 정작 이들은 단 한 차례도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 또한 A 씨가 그날 처음 만난 이진욱에게 자신의 집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정작 알려준 것은 건물 현관 공용 비밀번호일 뿐이었다. 인터폰 고장으로 방문자 호출벨을 들을 수 없어 건물 공용 현관의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이 와전된 것.
이처럼 사건 초기 매스컴을 통한 공방전에선 이진욱 측의 거짓말이 부각됐다. 그렇지만 정작 경찰 조사 과정에선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진욱과 A 씨의 경찰 진술 역시 상반됐지만 여기선 오히려 A 씨의 진술이 상당 부분 거짓으로 드러난 것. 그렇게 경찰의 수사 방향 역시 이진욱의 성폭행 혐의가 아닌 A 씨의 무고 혐의로 옮겨갔다.
이진욱이 곧 성폭행 혐의를 벗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시간이탈자’ 스틸컷.
@ 은밀한 신체주기 논쟁과 결정적 증거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반전의 계기가 된 부분은 바로 A 씨의 은밀한 신체주기를 둘러싼 상반된 진술이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이진욱이 A 씨의 은밀한 신체주기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라며 “당시 두 사람이 이와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는 정황이 성관계에 강제성이 없었음을 결정적으로 입증해줬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은밀한 신체주기’는 피임과 연관돼 있다. 신체 주기에 따라 임신 확률이 달라지기 때문.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진욱은 당시 A 씨가 임신 위험성이 낮은 시점이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으며 A 씨는 그 반대라고 주장했다. 우선 A 씨는 임신 위험성이 높은 시점이라 성관계를 거절했음에도 이진욱이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는 진술을 이어갔다. 반면 이진욱은 당시 A 씨에게 임신 위험이 높지 않은 시점이라 성관계를 해도 된다는, 다시 말해 오늘은 안전한 날이라는 요지의 얘길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역시 A 씨의 정확한 신체주기를 파악하긴 힘들 수밖에 없는데 이즈음 결정적인 증거가 등장했다. A 씨가 애초 성폭행을 당했다며 찾은 병원에서 작성한 서류에 나온 신체주기가 이진욱의 주장과 일치한 것.
이진욱의 진술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성관계의 강제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성폭행을 당하는 상황에서 A 씨가 “오늘은 안전한 날”이라는 내용의 얘길 이진욱에게 했을리 없기 때문이다.
@ 거듭된 진술 번복 ‘머리를 묶어나 풀었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A 씨와 이진욱의 진술이 상반된 부분은 이 외에도 많다. 문제는 진술이 엇갈린 부분 가운데 상당 부분에서 이진욱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실렸다. 다시 말해 A 씨가 거짓 진술을 한 부분이 많았던 것.
한 매체를 통해 당시 A 씨의 옷차림도 화제가 됐다. 이진욱이 A 씨의 집을 찾았을 당시 브래지어를 차지 않았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몸에 딱 붙는 면 소재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고 보도한 것. 게다가 이진욱이 그의 집에서 메이크업을 지울 당시 손수 화장을 지워주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영화 ‘수상한 그녀’ 스틸컷.
이미 이진욱과 헤어져 집에서 쉬고 있었음을 감안할 때 편한 복장이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진욱의 방문 역시 A 씨의 초대가 아닌 이진욱의 적극적인 방문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날 A 씨의 복장 자체는 성관계의 강제성과 큰 관계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거듭된 거짓 진술이 A 씨 진술의 전반적인 신뢰도를 떨어트린 것이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이 대목에서도 양측의 진술이 엇갈렸다고 밝혔다. A 씨 역시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 옷차림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긴 머리를 풀고 있어 가슴 부위가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진욱은 당시 A 씨가 머리를 묶고 있었다고 진술해 또 진술이 엇갈렸다. 이번에도 이진욱의 진술에 더 무게감이 실렸다.
@ “돈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미스터리는 A 씨가 왜 무고의 죄를 범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은 꽃뱀이다. 그렇지만 A 씨가 금전적인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놓고 볼 때 단순히 꽃뱀으로 보긴 힘들다. 이진욱의 소속사 역시 “돈이 목적은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돈이 목적인 경우 경찰에 고소하기 전에 미리 소속사에 연락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성폭행 혐의로 피소되면서 이진욱은 치명적인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경찰 수사 결과 최종적으로 무혐의가 나오더라도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A 씨는 무고의 위험을 감수하며 이처럼 이진욱을 힘겹게 만든 것일까. 경찰의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이제 세간의 관심은 A 씨의 무고 동기에 집중되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