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넷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당경공업부장)이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김 위원장을 추모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연합뉴스
<RFA>는 지난 7월 26일, 김정일의 마지막 부인이었던 김옥이 가족과 함께 숙청되었다는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RFA>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옥은 김정은이 집권하고 난 뒤 1년도 채 되지 않아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면서 “김옥과 그 가족이 관리소에 보내진 이유는 남동생의 안하무인격적인 행동과 오만한 태도가 결정적”이라고 덧붙였다.
<RFA>는 또 다른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체제의 속성상 김정은 집권 후 김옥은 어차피 제거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며 “김일성 사망 후 김성애가 조용히 사라진 것만 보아도 쉽게 짐작되는 일”이라고 숙청설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성애는 김일성의 두 번째 부인이자 김정일의 양모였다. 그는 한때 여맹위원장으로 북한 권력무대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친아들 김평일을 후계자로 밀었지만 김정일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인물이다.
1964년생으로 알려진 김옥은 금성고등중학교와 평양음악무용대학(피아노 전공)을 졸업한 엘리트 태생이었다. 북한 내 유명악단인 ‘왕재산경음악단’에서 활동하던 중 김정일의 눈에 들어 1980년대부터 수행비서 역할을 해왔다. 1990년대에는 김정일의 셋째 부인 고영희가 병상에 눕자 김정철, 정은, 여정 등 김정일의 자녀들을 양육했다. 이후 고영희가 죽은 뒤에는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오며 북한 핵심부 인물로 급부상했다.
김옥은 김정일에게 반발과 존댓말을 섞어 사용했던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으며 병상에 자유로이 드나들었던 특권을 부여받기도 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김옥은 한동안 건재했다. 아버지 김효는 중앙당 재정경리부 부부장직을 유지했으며, 남동생 김균은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로 북한 최고 명문인 김일성대 부총장을 지내는 등 만만찮은 세를 과시해왔다.
하지만 김옥의 신변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한 때는 김정은 집권 후 불과 1~2년 사이였다. 김옥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때는 2012년 7월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이었다. 같은 해 9월 김옥이 병치료를 목적으로 해외에 드나든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일요신문> 역시 지난해 9월 28일 보도를 통해 김옥이 2013~2014년을 전후해 해외 파견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그 배경은 곁가지를 중앙무대에서 배제하기 위한 김정은, 김설송의 복심이 작용했다.
김옥 본인의 신변 외에도 그의 아버지와 남동생 숙청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기도 했다. 2013년 여름에는 남동생 김균이 직에서 물러났으며, 아버지 김효 역시 2014년 3월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대의원 명단에서 사라짐으로서 공식적으로 해임이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김옥 일가의 숙청 가능성은 이미 높게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김옥 본인이 일가와 함께 정치범 수용소로 향했다는 직접적인 숙청설이 제기된 것은 <RFA>가 처음이다. 다만 김옥 숙청설에 대해 의문을 표하거나 정면으로 반박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조선중앙TV가 2011년 8월 30일 방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기록영화에서 김 위원장의 넷째 부인인 김옥(빨간원)이 등장했다. 사진은 김옥이 러시아 아무르주 주장관이 마련한 오찬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건배하는 모습. 연합뉴스
실제 대북 정보를 다루는 한 소식통은 “김옥 일가의 숙청설에 대해선 이미 오래 전부터 확인되고 있다. 김옥이 김정은과 김설송에 의해 권력무대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이유이지 인간적으로 김정은이 김옥을 내칠 가능성은 없다. 실제 본인을 키워준 양어머니이기도 했고, 친모인 고영희와도 친자매처럼 지냈기 때문에 그의 수용소 행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김옥은 예전 김성애와 같은 야망가도 아니었고, 주변 일가의 숙청만으로도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유명 대북전문가인 안찬일 박사 역시 “남동생 김균이 말실수 때문에 쫓겨난 것은 사실이다. 또한 김옥도 용도폐기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김옥의 수용소 행은 사실이 아니다. 더 이상 가까이 두면 잡음이 생기니까 권력과는 무관한 지역의 조용한 자리로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했다.
안 박사는 특히 김옥의 수용소행에 대해 “2013년 미국 NBA 유명 농수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맨의 방북 당시 파티를 총 지휘하는 역할을 김옥이 맡았다. 이는 당시 에이전트로 입국한 미국인으로부터 내가 직접 들은 사실”이라며 “보도에 따르면 김옥은 2012년~2013년 당시 가족들과 수용소에 갔다는 것인데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며 구체적인 증거를 들며 반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옥의 외국행에 대해서도 안 박사는 “김옥의 외국행은 김 씨 일가에 매우 위험한 일”이라면서 “김옥은 김정일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었다. 만약 적국으로 망명이라도 한다면 고영숙(김정은의 이모), 이한영(김정일의 조카)의 10배 이상 민감한 비밀이 새나간다. 김정은으로서는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