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두 영화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디 워>가 초보 감독이 미국의 유명하지 않은 배우들과 촬영한 반면, <인천상륙작전>은 중견 제작사가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연출한 이재한 감독을 앞세웠고, 배우 이정재 이범수 진세연 등 스타들도 출연한다.
하지만 평론과 관객들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치닫는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8월 1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전문가 평점은 10점 만점에 3.41점인 반면 관람객 평점은 8.58점이다. 이를 두고 “역시 평론가는 믿을 수 없다”며 그들을 향한 날 선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 150억짜리 반공영화인가?
이 영화의 시사회가 끝난 후 한 매체는 ‘147억짜리 반공영화?’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매체가 대표적 보수 신문이었기에 반향이 더 컸다. 일각에서는 “오죽했으면 조중동도 혹평할까?”라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평가를 비웃든 <인천상륙작전>의 흥행 기세는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국뽕’(애국주의에 치우쳤다는 의미) 영화라는 표현도 무색할 정도다.
이 영화가 반공영화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유는 흑백처럼 대비되는 남북에 대한 시각 탓이다. 남은 절대 선으로 그린 반면 북은 절대 악으로 그려졌다. 이런 논조가 마치 30여 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린 것 같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결국은 만듦새다. <인천상륙작전>은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에 비해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단순한 이야기구조와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컴퓨터그래픽 등이 영화에 대한 혹평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 리암 니슨은 꼭 필요했나?
<인천상륙작전>이 대중적 관심을 받은 큰 이유 중 하나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인 리암 니슨의 출연이다. 그가 5000 대 1의 확률을 뚫고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켜 6·25전쟁의 판세를 뒤바꾼 맥아더 장군을 연기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컸다.
하지만 리암 니슨의 활용도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이 영화는 ‘인천상륙작전=맥아더’라는 등식이 아니라, 이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한국의 이름 모를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큰 줄기다. 그러나 리암 니슨의 비중을 지나치게 크게 그리며 오히려 기존 틀을 흔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명언집을 읽는 듯한 맥아더의 대사들도 현실감이 다소 부족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반면 리암 니슨의 출연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의 합류는 영화 홍보에 더없이 좋은 소재였고, ‘인천상륙작전’의 의미를 더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 KBS가 적극 홍보한 까닭은?
<인천상륙작전> 홍보의 첨병은 KBS다. 공영방송인 KBS가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콘텐츠에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 영화와 KBS 사이에는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KBS는 자회사인 KBS미디어와 함께 이 영화에 약 30억 원 정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드라마 제작 등에서 적자를 본 KBS가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수익을 내 적자폭을 줄이려는 복안이라는 의미다.
KBS는 개봉 전날 특집 다큐멘터리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이야기 첩보전>을 내보냈고, 주연 배우인 이정재는 KBS <뉴스라인>에 출연해 영화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북한 입장에서는 <인천상륙작전>이 달갑지 않다. 그들은 이 작전을 ‘실패한 작전’으로 날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봉 전 미국 CNN에서 다룰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이 영화가 흥행하면 북한이 패한 전투가 부각되기 때문에 북한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때문에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7월 29일 “남조선 괴뢰들이 지난 27일 그 무슨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영화에 대한 시사회 놀음을 벌였다”며 “불가능한 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작전이니, 죽음을 불사한 이야기니 뭐니 하는 희떠운(버릇 없는) 수작들을 늘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반응은 <인천상륙작전>으로 관심이 몰리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역사를 바로 알고, 널리 알리기 위해 “이런 영화는 마땅히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북한이 <인천상륙작전>의 흥행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 <부산행> 넘을까?
<인천상륙작전>은 한 주 먼저 개봉된 <부산행>과 흥행을 쌍끌이하고 있다. <부산행>은 이미 900만 명에 육박해 10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관건은 과연 <인천상륙작전>이 <부산행>을 넘을 것인지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1000만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호평 일색인 <부산행>과 달리 <인천상륙작전>은 의견이 갈리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관객 감소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현재까지 <인천상륙작전>의 흥행은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다. CGV 리서치센터가 27∼31일 CGV에서 <인천상륙작전>을 본 관객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대가 32.0%로 가장 많았으며 뒤를 이어 40대(30.9%), 30대(22.1%) 순이었다.
이 영화가 50대 이상 장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고, 이들이 영화관을 찾는 시점이 빠르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뒷심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상륙작전>이 <부산행>을 넘는다는 것은 올여름 두 편의 1000만 영화 탄생을 의미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지난해 <암살>과 <베테랑>이 시너지 효과를 냈듯 지금은 두 영화가 밀고 당기며 관객을 모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영화 <덕혜옹주>와 <터널> 등 기대작들이 속속 개봉하기 때문에 예단할 순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