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대표는 체형에서 풍기는 마초 기질이 언사에서도 나타난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김무성, 경상도 사나이 스타일
▲김 전 대표 체형에서 풍기는 마초 기질이 언사에서도 나타난다. 단문과 직접 화법 때문에 ‘쿨’한 느낌을 준다. 김 전 대표 단점은 반말 어투다. 젊은 세대들은 특히 반말을 싫어한다. 이러한 모습이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더구나 금수저이기 때문에 더욱 오만해보일 수 있다. 신뢰감을 주는 묵직함과 쿨함, 솔직함 등 장점을 살려야 할 것 같다. (정연아 이미지테크 대표)
▲김무성 전 대표의 평소 목소리가 아주 낮은 톤은 아니다. 하지만 연설할 땐 높아진다. 스피치 성격도 있지만 총선 땐 소리를 더 크게 외쳤다. 특히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 ‘샤우팅’이 더 심해진다. 평소엔 중후하다. 김 전 대표는 ‘합시다’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리더십이 있어 보인다. 총선을 계기로 언사에서 리더십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
# 문재인, 두루뭉술? 그러나 품격 갖춰
▲전형적인 변호사 화법이다. 한 문장이 너무 길고 말투가 딱딱하다는 뜻이다. 논리적이긴 한데 문장이 길어 듣는 사람은 지루하고 임팩트가 없다. 문 전 대표는 입장이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두루뭉술하다. (정연아)
▲언사로 이미지가 달라지는 사람이 있고 언사와 이미지가 같은 사람이 있다. 문 전 대표는 말과 이미지가 거의 같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친근하고 편안하고 우아한 겉모습처럼 언사도 친근하고 고품격이다. 하지만 문한 문장이 길고 편안한 논조라 잘 들리지 않는다. 좋지 않은 얘기가 더 잘 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강진주)
# 안철수, 모범생 스타일
▲입을 잘 벌리지 않아 우물우물해 소극적으로 보인다. 연설 내용은 모범생 답안지를 보는 것 같고 화법은 약간 경직됐다. 심각하게 말하는 스타일이고 소프트하진 않다. 그래도 옛날에는 간접화법을 많이 사용했는데 정치적 연륜이 쌓이며 직접화법을 구사한다.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단어 선택이나 어투가 훨씬 좋아졌다. ‘아이 컨택’도 연설에서 중요한데 정치 입문 초기엔 우왕좌왕했다. 최근엔 중간도 보고 여유가 생겼다. 눈빛이 점점 살아났다. (정연아)
▲안 전 대표는 감성적이고 추상적인 얘기를 많이 한다. 또 만연체를 사용한다. 교수라는 전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학문적인 것을 가르칠 때와 실질적인 것을 전달하는 것은 다르다. 말을 잘하는 편이긴 한데 연설에 방점이 없어 임팩트가 없다. (강진주)
강 소장은 “과거엔 어려운 표현을 사용해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 잘하는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상호 소통으로 추세가 변하고 있다. 듣는 이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그 의견에 동의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중학교 수준의 어휘를 쓰고 단문을 사용해야 한다. 그것이 명연설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명연설가로 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쉬운 단어와 짧은 문장, 풍부한 제스처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새누리당 창원 합동연설 한선교 의원 으뜸 지난 7월 31일 새누리당 당 대표 후보자들이 경남 창원에서 합동 연설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한선교 후보 연설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줬다. 한 의원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연설문은 한 의원이 직접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정연아 대표는 “원고 내용에 깊이가 있다. FM적으로 했다. ‘아빠가 딸의 교복 값이 없어 절도를 저질렀다’는 가슴 뭉클한 예시를 넣었다. 비전도 제시했고 ‘그렇지 않습니까’라는 말을 넣어 공감을 끌어내려고 했다. 계파하고 선을 긋는 치밀함도 엿보이고 야당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매우 세련된 원고”라고 말했다. 강진주 소장 또한 “한 후보는 아나운서 출신답게 잘했다. 역시 프로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다만 연설가로선 매우 잘했지만 임팩트가 없어 다소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정현 후보의 연설도 신선한 평가를 받았다. 이 후보는 연설 도중 눈물을 흘리며 감정에 호소하는가 하면 점퍼를 벗어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강 소장은 “이 후보의 점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옷을 벗어 던지는 행위는 ‘내가 혼신의 힘을 다했고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다’는 메시지가 있다. 계산하고 던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돌려서 던지는 것은 과한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과연 저 이미지가 새누리당에서 통할지 결과가 매우 궁금하다”고 말했다. [민] |
전문가들이 보는 박 대통령 화법 “포인트 잘 짚지만 중언부언도” 정연아 대표는 박 대통령 연설에 대해 10점 만점에 7점을 주면서 ‘한이 서린 화법’이라고 칭했다. 정 대표는 “박 대통령의 삶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불신이 많은 것 같다. 때문에 언사에도 한이 서려 있다. ‘진돗개 정신’ ‘암 덩어리’ ‘배신의 정치’ 등 농축된 단어를 사용한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말에 대해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언사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강박도 보인다. 의미 전달은 훌륭하나 중언부언한 면이 있어 70점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후보 시절까진 여유로운 미소와 유머를 사용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론 그런 모습이 사라져 불통이 됐다. 더구나 얼굴에 화가 많다. 국모로서 후보 시절과 같이 여유 있는, 따뜻한 화법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은 8.5점을 주면서 “연설은 정치인 가운데 박 대통령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차분한 어조로 단정적으로 말하는 특징이 있다. 단문을 많이 사용하고 포인트를 정확히 짚는다. 연설이 끝난 뒤 따로 정리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다. 단호한 얘기를 할 땐 주먹을 불끈 쥐는 등 제스처도 좋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원고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을 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오랜 국회의원 생활에서 나오는 여유 같다. 대통령이 된 뒤론 ‘대박’ 등 신세대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사용해 흔히 말하는 ‘꼰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또 보수적인 박 대통령이 ‘대박’이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연습을 많이 하고 노력했다는 증거일 것”이라고 평했다. [민] |
“말은 삶에서 나온다” 최고 명연설가는 노무현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6년 4월 25일 한·일 관계 특별담화 연설문 첫 문장이다. 노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독도 문제를 일본 과거사 청산 및 역사 인식 문제와 연계해 화제가 됐다. 강원국 전북대학교 초빙교수는 연설에서 ‘그 사람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같은 말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명연설이 되기도 하고 보잘 것 없어지기도 한다. 좋은 연설을 하려면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 때문에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말은 사람의 생각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생각은 그 사람 삶의 궤적에서 만들어진다. 때문에 말의 수사나 기법을 보려 하지 말고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봐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을 명연설가로 뽑았다. 강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노 전 대통령을 다시 추억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그 분의 말과 글이 행동과 일치했다는 것이 새롭게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말과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 평생 노력했다. 그런 노력을 한다는 것은 소통하려는 의지고 노력”이라고 얘기했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