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 지급 정면돌파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선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요신문DB
이에 대해 서울시는 “마지막으로 어떻게든 설득해보려고 (박 시장이) 국무회의에 참가한 것이다. 국무회의 자체가 이슈는 아니었다. 7월부터 계속 행정적으로 준비되는 대로 시행한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를 따르지 않자 다음 날인 8월 4일 직권 취소를 내린 상태다. 서울시는 관련법에 따라 조만간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대법원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사건 발단은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26일 서울시의 청년활동수당 사업계획서에 대해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 논의 등을 통해 검토한 결과 ‘부동의(사업재설계 후 재협의 권고)’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업의 타당성 재고, 모니터링 방안 재설계, 급여 항목 재설계, 민간위탁기관의 재선정 등 4개 항목에 대해 수정·보완을 요청했다.
이 같은 결정에 서울시는 “보건복지부가 부동의(사업재설계 후 재협의 권고) 결과를 통보한 데 유감스럽다”면서 “서울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밝혀왔듯 정부와의 협의 절차가 승인 절차는 아니라고 판단되는 만큼 일정대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라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서울시는 6월 10일 사업계획서 수정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또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수정 의지가 없어 보였다. 1차 사업계획서에 수정 사항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시는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의 승인과 무관하게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렇게 여러 상황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부동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협의 및 조정)은 “중앙행정기관 장과 지방자치단체 장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를 통해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회보장기본법을 얘기하면서 “만약 협의가 불발될 경우엔 위원회 조정안에 회부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협의는 종결됐다. 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은 보건복지부가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는 이번 문제에 대해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협의’에 대한 해석 차이로 봤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보장기본법에서 말하고 있는 ‘협의’는 ‘절차’일 뿐이다. 대법원 판례도 있다. 서울시는 절차를 마쳤으니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승인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또한 협의 단계에서 보건복지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이어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보건복지부가 요구하는 대로 수정·보완 작업을 해왔다. 모든 협의가 실질적으로 끝난 뒤 행정적인 부분만 남겨둔 상황에 보건복지부가 수정·보완이 끝난 부분을 다시 문제 삼으며 돌연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커지자 여야도 청년수당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다만 여야 입장은 상반된다. 지난 8월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김순례 새누리당 의원은 “청년보다 딱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게 맞느냐. 무상 정책은 자리를 한 번 잡으면 제거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김승희 의원도 “지자체 복리에 관한 사무가 자치권으로 보장된다고 해도 법률에 위반하는 수준에 이르면 중앙정부가 시정명령하고 직권취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서울시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무조건 막을 게 아니라 청년의 절박한 고민을 어떻게 국가가 안고 수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렇게 염치없는 정부가 어디 있느냐. 청년을 위해 대체 뭘 하고 있느냐. 예산이 취약한 지방정부에서 하도 답답해 청년수당 좀 하겠다는데 그것을 동의 안 해주느냐”고 반문했다.
여야가 이처럼 부딪히면서 ‘청년 수당’은 내년 대선 이슈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년 실업과 복지 이슈 등 사회 구조적 문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 행보가 대권 전략 일환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전계완 평론가는 “박 시장이 이번 문제를 정면 돌파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결국 이번 문제에 대한 여론의 판단은 합법·불법성으로 내려지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 입장대로 정책이 궁극적으로 청년실업 문제 등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느냐 아니면 정부 입장처럼 도덕적 해이를 불러 올 것이냐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