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구·경북지역 의원과의 만남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일요신문]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부와 군 당국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드배치 지역으로 지명된 성주군의 반발이 거세자 다른 지역도 검토해보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권은 물론 정부당국의 입장까지 변경해야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부는 성주포대가 작전상 등의 최적의 사드배치 지역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만큼 고심이 클 전망이다.
청와대는 5일 정연국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사드배치 지역을 성주포대가 아닌 다른 지역도 조사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의원들이 성주군 내 다른 지역도 조사해 달라는 요청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성주군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새로운 지역이 있다면 면밀히 조사 검토하고, 그 조사 결과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국민께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사드 포대의 성주군으로 선정된 것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요청대로 다른 지역도 정밀하게 조사할 뜻임을 강조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발언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 배치 지역 변경 가능성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 파장이 심해지자 청와대가 이를 확전시키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달15일 오전 11시 성주군청 앞 사드배치 결사저지를 외치는 성주군민 앞에서 사드 배치 불가피성과 성주가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배경 등을 설명했다. 이과정에서 성난 성주군민들이 황교안 총리 일행을 향해 물병과 계란투척을 벌였다.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 및 지역 지지세에 대한 요구 등을 외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성난 성주군민들은 성주자체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고 있어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성주 사드 배치 전면 재검토는 희박할 것이란 주장이 지배적이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동맹으로 이뤄진 사드 배치 확정 발표를 지연시키거나 중단시킬 명분이 정부차원에선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일 위안부 합의의 경우처럼 말이다.
국방부 역시 ”까라면 까야지“식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 반발 여론이 거센 상태에서 의견수렴 차원의 소통 행보를 취한 것일 뿐 사드 타지역 배치 운운 발언 의도가 일종의 립서비스일 수 있다는 점으로 풀이된다.
자칫 국내 사드 반발 움직임과 함께 중국, 러시아와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차기 정권에서 사드 배치 전면 재수정을 고려할 수도 있는 만큼 결국 박근혜 정부가 임기 내 사드 배치 추진을 계획대로 강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내년말 사드 배치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