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남미 대륙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5일(현지시간) 저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막을 올린다. 사진은 4일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파크에 세워진 오륜 마크에서 한 현지인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사드로 예민해진 라이벌 미-중 올림픽 전쟁 승자는
미국과 중국을 상징하는 수영 영웅 펠프스와 쑨양. 두 사람은 리우 현지 훈련 중 우연히 만나 그간 안부를 물었다. 사진출처=쑨양 웨이보
미국과 중국은 전통적인 스포츠 강국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두 국가는 종합우승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지난 2012런던올림픽에서는 미국이 금메달 46개로 38개의 금메달을 딴 중국을 제치고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중국 홈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에선 중국이 사상 최초로 종합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미국이 금메달 45개로 종합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금메달 36개로 2위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종합해 볼 때 미국이 중국보다 다소 앞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한 차례 미국을 누르고 우승을 경험한 바 있는 중국의 도전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는 미-중 라이벌 간에 심상찮은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한국 내 사드배치가 확정된 가운데 중국이 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냉전’이라 일컬어질 만큼 두 국가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민감한 외교적 이슈가 이번 올림픽 무대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다만 두 국가의 메달밭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육상과 수영 등 기초 종목을 토대로 고르게 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반면 중국은 탁구, 배드민턴, 다이빙 등 전통적인 강세 종목을 중심으로 메달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 국가가 직접 맞붙는 것으로 이미 확정된 매치가 있다. 주로 구기 종목들이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종목은 농구다. 두 국가의 남녀 농구대표팀은 각각 8월 7일과 15일 예선전에서 맞붙는다. 물론 농구 본토인 미국의 압승이 예상되지만 자국에서 국기로 일컬어지는 중국 농구 역시 만만찮은 도전이 예상된다.
이 밖에도 두 국가는 8월 9일 비치발리볼, 15일 여자배구 등의 매치가 확정된 상황이며 수영과 체조 등에서 격돌이 예상된다.
#리우올림픽 3대 악재 ‘지카-치안-인프라’
26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바드롬에서 한 보건당국 직원이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삼바 축제장인 삼바드롬에서 2016 리우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린다. AP/연합뉴스
이번 올림픽은 사상 처음으로 남미 대륙에서 개최됐다.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참가국들이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지카 바이러스(지카)다. 브라질은 남미에서도 손꼽히는 지카 창궐지역이다. 7월 현재까지 브라질 내에서는 1749명의 소두증 신생아가 탄생했다. 리우 당국은 현재 지카 확정 판정 환자가 주춤한 추세라며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반응이다. 이밖에도 현지에선 ‘뎅기열’ 등 풍토병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실제 리우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많은 선수들이 출전을 포기했다.
리우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3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경찰들이 순찰 구역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들 입장에선 선수촌 숙소와 경기장을 비롯한 상식 이하의 기반시설이 최대 악재로 언급되고 있다. 호주 선수들은 지난달 25일 시설 배관 및 배선의 안전상 문제로 입촌을 거부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중국 선수들도 망가진 화장실 등 열악한 숙소 내부와 식당 메뉴를 SNS에 올려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난 2일에는 결국 현지 선수촌장이 해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밖에도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숙소와 경기장 간 이동시간이 1시간이 넘는 등 전반적인 준비 면에서 이번 올림픽은 최악으로 기록될 소지가 높다.
#가장 핫한 종목은 야구 밀어낸 골프
리우올림픽에 한국 골프 대표로 출전하는 전인지 선수. 연합뉴스
아쉬운 점은 이번 올림픽에서 일부 상위 랭커들이 ‘지카 위험’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는 점이다. 모기가 서식하는 웅덩이와 수풀이 자리하는 필드의 특성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남자 골프는 제이슨 데이(호주), 더스틴 존슨과 조던 스피스(이하 미국), 로리 맥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세계 ‘탑 4’ 선수 전원이 불참했다. 한국의 김경태 선수 역시 지카를 이유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상황이다.
이번 올림픽에선 남녀 각각 개인전만 치른다. 한국의 경우 골프 영웅 최경주와 박세리가 각각 남녀 대표팀 감독으로 나선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메달 전망은 제법 밝은 편이다. 안병훈, 왕정훈이 참가하는 남자부에선 미국 선수들의 강세로 고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다수의 톱 랭커를 보유한 여자부에선 박인비, 김세영, 양희영, 전인지 선수 등이 어떤 색깔의 메달을 안길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LPGA에서 올해 4승을 올린 태국의 쭈타누간과 뉴질랜드의 리디아고 선수 등이 한국 낭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금빛 낭보 예상되는 한국 스포츠스타 누가 웃고 누가 울까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하는 손연재(22·연세대). 연합뉴스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사격에서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개회식이 열린 다음날인 오는 7일 새벽 1시부터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가 남자 10m 공기권총 종목에 출전한다. 진종오는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바 있다. 이번에도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되면 진종오는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3연속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진종오에 이어 금빛 메달 레이스는 이어질 전망이다. 7일 새벽 5시에는 구본찬, 김우진, 이승윤이 나서는 양궁 남자 단체 결승이, 8일 새벽 5시에는 기보배, 최미선, 장혜진이 팀을 이룬 여자양궁 단체 결승이 열린다. 또한 이들은 12일과 13일 각각 양궁 여자 개인과 남자 개인 결승전에서 다시 한 번 메달을 기대해볼 수 있다.
7일 오전 10시 40분과 9일 오전 10시에 각각 열리는 남자 수영 자유형 400m와 200m 결승전에는 박태환이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은 도핑 파문 이후 우여곡절 끝에 리우올림픽에 합류했다. 박태환의 주종목은 자유형 400m지만 올 시즌 기록은 3분 44초 26으로 랭킹 6위에 해당한다. 이에 박태환은 인터뷰를 통해 “나는 랭킹 6위로 조금 관심 밖에 있다. 부담 갖지 않고 즐겁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컨디션 관리만 잘한다면 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도는 한국 선수단에 메달을 안겨주며 깜짝 스타를 양성하는 효자 종목 중 하나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오는 7일 남자 –60㎏급 ‘세계 1인자’ 김원진, -66kg급 안바울, -73kg급 안창림 등이 출전, 금빛 메치기를 준비하고 있다.
올림픽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사격의 진종오 선수. 연합뉴스
19일에는 이대훈이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살리며 ‘그랜드슬램’에 재도전한다. 이대훈은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등을 모두 재패했지만,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치며 ‘그랜드슬램’ 달성 실패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에 이대훈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68㎏급으로 체급을 올려 금메달과 ‘그랜드슬램’ 달성에 도전한다.
같은 날 배드민턴 ‘환상 복식조’ 이용대-유연성의 경기에서도 메달이 전망된다. 이용대-유연성 두 사람은 지난 2013년부터 호흡을 맞추며 현재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에 랭크돼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이라는 만만찮은 상대가 있지만 금메달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폐회식을 하루 앞둔 21일에는 태극 낭자들의 금빛 소식을 기대해볼 수 있다. 20일 여자 골프 개인 최종 4라운드에 이어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승에는 ‘체조요정’ 손연재가 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연재는 지난 2월 열린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개인종합 2위 및 종목별 메달을 획득하는 등 올 시즌 참가한 8개 국제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지난 7월 러시아 카잔 월드컵에서는 개인종합 74.9000 개인 최고점을 경신해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메달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리우를 빛낼 월드스타 누구
리우올림픽을 대비해 훈련 중인 네이마르. 연합뉴스
미국의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도 런던올림픽 이후 선언한 은퇴를 번복하고 리우올림픽에 돌아왔다. 이번 올림픽 출전으로 펠프스는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5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마이클 펠프스가 올림픽에서 딴 메달의 개수는 22개다. 그 중 금메달만 18개다. 펠프스는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에 올라 있다. 펠프스는 이번 대회에서 개인 접영 100m와 200m, 혼영 200m 3개 종목에만 출전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남자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도전도 계속된다. 우사인 볼트는 역대 최초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육상 3관왕의 위업 달성을 노린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 남자 100m, 200m, 400m계주를 모두 휩쓸었던 볼트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3관왕에 달성한다면 ‘트리플 트리플’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의 최대 적수는 미국의 저스틴 게이틀린이다. 게이틀린은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 100m 결선에서 9초 80을 기록했다. 올해 100m 최고기록. 반면 볼트가 지난 6월 자메이카 그랑프리 결승에서 달성한 기록은 9초 88이다. 이는 프랑스의 지미 비컷의 올해 기록 9초 86에도 미치지 못한다.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남아공 여자 육상 대표 캐스터 세메냐도 우여곡절 끝에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염색체 검사를 하면 XY 성 염색체 ‘남성’으로 나타나는데 겉보기에는 여성인, ‘안드로젠 불감 증후군’ 환자들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손질했기 때문. 이에 따라 이번 올림픽에서 세메냐가 33년이 된 여자 800m 세계기록 1분 53초 28을 갈아치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민웅기 비즈한국 기자 minwg08@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