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암에 효능을 보이는‘글리벡’. | ||
최근 암을 초기에 발견해내는 진단장비의 개발, 암의 실체와 원인을 밝히는 여러 연구의 성과들이 암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1930년대 세계적으로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에 불과했다. 이후 50년대엔 25%, 70년대 33.3%에 이르다가 2000년대에는 50%에 가까워졌다.
부작용은 줄어들고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는 신개념 항암제 역시 암 치료전망을 더 밝게 해준다. 완치 또는 단순한 생명연장이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기대되는 항암제들에 대해 알아본다.
기존의 항암제와는 달리 2000년대 들어서는 정상세포를 제외하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신약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신약들은 기존의 항암제보다 골수억제 구내염 구역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이 적으면서, 항암효과는 우수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암의 종류에 따라 신약을 포함한 2~3가지 항암제를 함께 사용한다. 이때의 반응률(종양의 크기를 50% 이상 감소시키는 비율)은 30~60%에 이른다. 하지만 월 3백만원~1천만원 정도로 고가인 신약의 가격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보험이 되지만, 수술 후의 보조요법으로 항암치료를 받을 때는 보험이 되지 않는다.
이레사 영국계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것으로,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쓰인다. 폐암을 완치시키지는 못하지만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줄여준다.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가 변형을 일으키면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EU 미국 일본 등 전세계 6개국에서 승인받아 시판중이다.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에게 이레사를 썼을 때 항암효과가 크고 여성, 비흡연자, 선암인 경우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 을지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조인성 교수의 설명이다.
폐암은 다른 암보다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비소세포폐암이 폐암의 80%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소세포폐암이다.
글리벡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예전의 항암제와 달리 암세포만 골라서 없애주는 표적 항암제다. 스위스 노바티스사에 의해 개발, 3년 정도의 임상실험 기간을 거쳐 2001년 전세계 36개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았다.
혈액암 중에서도 만성골수성백혈병에 뛰어난 효능을 보이고 있다. 백혈병의 발병 원인이 되는 비정상 단백질이 활성화되는 것을 막아 치료 효과를 내는데, 이 비정상 단백질은 정상세포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40~50대에 많이 발생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글리벡의 개발로 치료효과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글리벡이 나오기 전만 해도 5년 생존율이 60%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는 90%를 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규형 교수는 ‘항암 칵테일요법’이라고 해서 기존의 항암제와 글리벡을 함께 처방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의 완치율을 10%에서 50%로 높일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글리벡보다 효능이 뛰어난 슈퍼글리벡 ‘AMN-107’이라는 제품도 개발돼 국제 임상2상 시험에 들어간다. 국제 임상1상 시험결과가 기존의 글리벡보다 60배나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발표돼 말기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 항암치료중인 환자. | ||
젠디신 유전자 치료제로는 최초로 상품화된 것이 젠디신(Gendicine)으로, 시판이 허용된 상태다.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P53 유전자를 탑재한 아데노바이러스로 두경부암에 방사선 치료와 함께 사용하면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두경부암은 방사선 치료만 할 때는 종양이 완전히 소실되는 완전반응률이 19%에 불과하다. 하지만 젠디신을 함께 투여하면 완전반응률이 무려 64%로 높아진다.
에포틸론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시키는 신약이다. 암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탁솔이나 탁소텔처럼 미세소관을 안정화시켜 암세포 분열을 억제해 증식을 막는다. 미세소관은 세포가 분열하여 증식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세포가 둘로 나누어지는 데 필수적인 단백질이다. 특히 에포틸론(Epothilone)은 탁솔 계열이나 다른 종류의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암세포에 대해서도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폐암 전립선암, 그리고 유방암 등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진행중이다.
아직 시판되지는 않았어도 개발중이거나 개발돼 임상실험을 진행중인 항암제도 많다. 최근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팀은 뇌의 검문소인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특수 항암물질을 개발해, 앞으로 임상용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혈액을 통해 뇌로 들어가는 모든 물질의 물리화학적 성분을 분석, 통과시켜야 할 것인지 아니면 막아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뇌의 관문이 혈뇌장벽. 지금까지는 뇌종양을 치료할 항암제가 개발되어도 혈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해 치료가 쉽지 않았다.
국내 항암제 9년간 80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투자하며 국내 신약 1호로 개발된 백금 착제 항암제인 선플라(SK제약)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발병률 1위인 위암에 대한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으로 제1세대인 시스플라틴의 부작용을 줄이고 제2세대인 카보플라틴의 낮은 항암효과를 보완할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선플라는 면역기능 저하, 신장 부작용, 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현재 간암, 두경부암 등에 대한 추가 임상도 진행중이다.
국내 항암제 2호는 간암 주사치료제인 밀리칸(동화약품)으로, 2001년에 개발돼 시판중이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베타선을 방출하는 동위원소인 Ho-166을 천연물질인 키토산에 표지해 종양 내로 주입하면 강한 에너지의 방사선으로 종양세포를 죽이는 원리다.
3호는 2003년 난소암과 소세포폐암의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종근당의 캄토벨이다. 각각 45%의 반응률(종양의 크기가 50% 이상 감소하는 환자의 비율)을 보인다. 기존 항암제를 단독 투여한 임상실험 보고에 따른 반응률은 평균 17~23%보다 높은 수치다. 현재 주사제 이외에 경구용으로도 개발되어 임상 1상 진행중이다.
백신 개발 노력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중이다. 특히 자궁경부암의 원인 바이러스인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를 막는 백신인 ‘서바릭스’는 현재 미국에서 최종 임상단계에 있다.
송은숙 건강 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조인성 교수, 동화약품·종근당·SK제약·한국노바티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