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공익신고자를 재징계해 논란을 빚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일요신문] 국민권익위원회가 복직한 공익신고자에게 재징계조치한 KT에 징계 취소를 요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4~5년이 지난 사건이지만, 공익신고자는 여전히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일요신문>이 공익신고자 징계 논란의 겉과 속을 들여다봤다.
지난 2011년 11월 12일 제주도가 세계 7대자연경관에 선정됐다. 당시 전국은 제주도가 한국의 보물섬에서 세계의 보물섬이 됐다고 환호했다.
제주도는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을 자연경관생물권보전지역(2002년), 세계자연유산(2007년), 세계지질공원(2010년) 등 유네스코 지정 자연과학분야 3관왕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로 제주도가 명실상부한 지구촌의 보물섬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관제 여론몰이로 자발적 참여는 퇴색되었다는 비난 속에 전화 투표비로만 2백여 억 원이 쓰였다.
당시 세계 7대자연경관 주체인 뉴세븐 원더스(New7Wonders) 재단은 알려졌던 바와 달리 스위스 취리히나 독일 어디에도 사무실이 없는 등 주체기관의 공신력이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에 제주도지사와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조사와 KT는 2013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과태료 350만원을 부과 받았다.
문제는 이런 국제적인 망신살을 폭로한 KT내부의 공익신고자에 대해 KT가 징계조치를 하면서부터 발생했다.
KT직원이던 이 아무개 씨는 2010~2011년 제주 7대 경관 선정투표를 주관한 KT가 국내전화 회선을 사용하고도 투표자들로부터 국제전화 비용을 챙겨 거액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2012년 4월 권익위에 신고했다. KT는 같은 해 8월 이 씨의 근무지를 서울에서 가평으로 전보했다가, 권익위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근거로 ‘이 씨의 거주지를 고려해 출퇴근이 용이한 가까운 근무지로 다시 전보하라’고 결정하자 소송을 냈다.
KT는 공익신고 한 달 후 이 씨를 거주지에서 90km 이상 떨어진 원거리 전보조치도 모자라 해임처분하기도 했다. 이 씨가 장시간의 출퇴근으로 허리상병이 악화되어 병원 진단서를 첨부해 병가를 신청 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무단결근 처리했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이 씨에 대한 전보조치 및 해임처분 모두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보복성 조치로 보아 전보조치와 해임처분의 취소 등을 요구하는 보호조치결정을 하였다. 이에 KT가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도 KT가 공익신고자인 이 씨에게 보복성조치를 가한 것으로 판단하여 올 1월 권익위의 보호조치결정을 확정하였다.
이 씨는 지난 3월 권익위의 해임처분 취소 요구 등 보호조치 결정이 법원 판결로 확정되어 복직했다.
하지만 KT는 해임처분 당시와 동일한 사유인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다시 감봉 1개월의 징계 조치를 하였다.
KT는 해임처분을 보복성조치로 본 법원 판결에서도 이 씨의 무단결근 등이 징계사유에 해당된다고 인정한 만큼 감봉 1개월의 재징계조치는 정당하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2012년 9월13일 오후 ‘2012 탐라대전’ 개막식장인 제주시 이호해변에서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제주도에 대한 인증식이 열린 가운데 우근민 제주지사와 정운찬 N7W국제교류협의회 의장, 버나드 웨버 N7W재단 이사장 등이 인증 동판 제막을 하고나서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이에 권익위는 무단결근 등이 발생하게 된 원인 자체가 피신고자인 KT의 의도적인 보복성조치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4년여 간 이 씨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봉 1개월의 재징계조치 역시 공익신고에 대한 불이익조치이자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익위 관계자는 “권익위의 이번 결정은 무단결근 등 외관상 형식적 징계요건을 갖춘 경우라 하더라도 당초 징계사유 자체가 회사 측의 보복성조치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같은 징계사유로 한 재징계조치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권익위는 국민의 건강·안전, 환경 등을 해치는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한 공익신고자 보호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익 신고 이후 피신고자로부터 받은 파면·해고, 부당전보와 같은 각종 불이익조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된 2011년 9월 이래 총 74건의 보호조치 신청을 처리했다. 이 중 25건에 대하여 신고자 보호조치를 하였다.
그럼에도 공익신고자의 내부고발 및 공익 제보자체가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해석 등으로 공익 제보 행위를 보호ㆍ장려하려는 입법취지가 무색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KT의 ‘제주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 부정 의혹’ 등의 경우에서 공익신고자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보호조치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법원 등이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할 우려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자신이 고발한 비리가 사법부에서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인지 수사권한도 없는 공익 제보자 입장에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계속될 경우 결국 개인과 기업간의 분쟁으로 인한 손실이 어느 쪽으로 돌아갈지는 ‘물 보듯 뻔’한데 누가 공익 제보를 할 엄두를 내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세계 7대 자연경관이 뭐 길래 세계 7대 자연경관(New7Wonders of Nature)은 국제사설단체인 뉴세븐원더스 재단 명의로 재단설립자인 버나드 웨버 소유의 사기업인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NOWC)이 주관한 상업성 캠페인이다. 선정에는 누구나 투표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인터넷이나 전화로 무제한 중복 투표할 수 있었다. 2007년부터 440곳의 후보로 시작하여 2011년 11월 11일에 최종 후보 28곳 중에 최종 7곳(제주도를 비롯해 아마존 우림, 남아공 테이블산, 베트남 하롱만, 이구아수 폭포, 인도네시아 코모도 국립공원, 필리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 강)이 선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무료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가 차단된 비싼 아프리카와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들 전화번호로 국제전화비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한, 이 재단은 후보에 오른 나라들에게 비상식적인 금전 요구를 해서 잡음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뉴세븐원더스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코모도섬을 세계 7대경관 후보에서 공식 철회하는가 하면, 후보별 최종 득표수를 포함한 투표 결과와 관련된 어떠한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은 채 선정지를 발표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어 누구나 중복해서 무제한으로 투표할 수 있는 선정방식에 대해 유네스코와 국제사회가 비과학적인 선정방식이라고 비판을 하기도 했다. 특히, 조사를 주관하는 뉴세븐원더스는 지난 2000년 6월 스위스 중부에 있는 인구 14만4천의 슈비츠(Schwyz)주에서 버나드 웨버(Bernard Weber)라는 사람이 만든 민간단체로 국제기구나 스위스 정부로부터 이번 조사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인증도 받지 않은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단체로 알려졌다. 이에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당시 제주도가 성과주의에 연연해 국제적인 사기행각에 놀아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