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의 ‘공짜’를 제외하면 최근 대부분 틴팅필름은 자외선을 99% 이상 차단하므로 차 안에서 굳이 살이 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썬팅? 틴팅?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썬팅’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지만 ‘틴팅’이 맞는 표현이다. 자동차 유리에 색이 들어간 필름을 입히는, ‘염색하다’, ‘색조를 더하다’는 뜻의 영어는 ‘틴트(tint)’다. ‘썬트(sunt)’라는 말은 없다. ‘썬팅’은 한마디로 국적불명의 언어다.
필자의 회사에는 업무용 차량 한 대가 있다. 2000년대 중반에 나온 아반떼(HD)다. 그런데 여름에 이 차만 타면 목이 타면서 몸의 수분이 다 빠져 나가는 느낌이 든다. 자동차 담당 기자로서 최신형 시승차를 탔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는 차 안으로 들어오는 적외선을 거의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차들은 전면유리에도 약간의 농도가 있는 틴팅필름을 붙이기 때문에 웬만한 적외선은 차단한다. 차단율이 20%대에서 99%대까지 차이가 난다.
# 필름 농도와 자외선 차단은 무관
정리하면, 틴팅을 했다면 차 안에서 살이 타는 것을 막겠다고 피부를 가리는 유난스러운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틴팅필름 광고를 한창 하고 있는 국내 두 업체의 제품 설명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가격에 상관없이 자외선 차단율이 모두 99.9%다. 지금은 투명한 안경을 맞춰도 렌즈에 기본으로 자외선 차단제가 들어가 있다.
이때 알아둘 것은 자외선 차단은 필름의 농도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색이 진하다고 해서 자외선을 많이 차단하는 것도 아니고, 투명하다고 해서 자외선을 차단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얼마나 넣었느냐가 중요하다. 색을 넣는 것은 가시광선을 일부 차단해 눈부심을 막기 위한 것일 뿐이다.
최근 루마와 넥스가드의 틴팅필름 마케팅전이 불붙고 있다. 사진은 올해 7월 열린 2016 서울오토살롱에서 가장 큰 부스를 운영한 두 업체의 모습.
차 안이 뜨거워지는 것은 적외선 때문이다. 흔히 ‘열 차단’이라고 하는 것은 ‘적외선 차단’을 의미한다. 최근 연예인 카레이서 김진표를 동원해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넥스가드(Nexguard)’의 제품을 보면 최저가 제품의 적외선 차단율은 73%, 최고가 제품의 적외선 차단율은 99.3%다. 세단의 앞·옆·뒤를 전체 시공할 때 가격은 최저 20만 원에서 최고 280만 원이다. 자외선 차단율은 가격대와 상관없이 99.9%다.
‘루마(Llumar)’의 경우에는 전체 시공 시 최저 36만 원(전면+측후면 가격 각 합계)에서 최고 330만 원에 이른다. 루마 역시 가격대와 상관없이 자외선 차단율은 99% 이상이다. 루마는 ‘적외선 차단율’을 표기하는 대신 ‘태양에너지 차단율’이라는 수치를 공개하고 있는데, 최저가 제품은 28%, 최고가 제품은 67%다. 이례적으로 최고가 제품에만 적외선 차단율 98%를 명기하고 있는데, 태양에너지 차단율과 다른 수치다. 넥스가드가 ‘공개 테스트를 하자’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부분이 적외선 차단율이다. 업계 선두인 루마는 이에 대해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3M의 경우 제품을 검색해본 결과 전체 시공 시 최저가 29만 원, 최고가 120만 원(전면+측후면 각 합계)이다. 최고가 제품의 경우 자외선 차단율 99% 이상, 적외선 차단율 97%지만 최저가 제품은 적외선 차단율이 21% 그친다.
# 선진국일수록 유리창 투명해
틴팅은 차량을 구매한 후 한 번 시공하면 폐차할 때까지 바꾸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영업사원이 공짜로 해 주는 것 또는 공짜쿠폰을 받아서 하는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자외선 차단조차 되지 않으면서 농도만 진한 필름을 시공해줬다. 지금은 자외선 차단은 웬만큼 될 것으로 짐작되지만, ‘공짜’라는 이유로 차량용 필름이 아닌 것을 시공해줄지 모른다. 차량용이 아닌 경우는 자외선 차단을 떠나 시인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자동차 전문가 입장에서는 50만~100만 원 들여 성능 좋은 필름을 시공한 후 여름에 쾌적한 환경에서 운전하는 것을 권한다.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같은 고가 장비의 배터리가 열로 팽창해 수명이 줄어들거나 에어컨 과다 사용으로 연비가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틴팅에 들어가는 돈을 아까워하면 다른 데서 새어 나갈 수 있다.
최근에는 유리창뿐 아니라 차량 표면을 덮는 투명필름도 나와 있다. 이를 PPF(Paint Protection Film)라고 하는데 차량 표면에 스크래치가 생기는 것을 방지한다. 이를테면 스마트폰 화면에 투명필름을 붙이는 것이 윈도 틴팅이라면, 스마트폰 보디 전체에 투명필름을 바르는 것이 PPF라고 할 수 있다.
PPF를 시공하고 나면 필름을 부착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감쪽같다. 덕지덕지 바른 표시가 난다면 아무도 구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산 세단 기준으로 차량 전체를 덮는 시공 비용은 450만 원에 이르지만, 주로 많이 손상되는 ‘헤드라이트·도어에지·주유구·트렁크리드’에만 할 경우 40만 원이면 할 수 있다. 특히 도어에지는 ‘문콕’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 대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면유리의 경우 투과율 70%, 측후면유리의 경우 40%보다 어두우면 불법이다.
틴팅 시 투과율의 법적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전면유리는 투과율 70%, 측후면은 40% 미만이어야 한다. 이 말은 전면유리의 경우 빛이 70~100%, 측후면은 40~100%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도로교통법에는 ‘10m 거리에서 승차한 사람을 식별할 수 없게 한 차에 대한 운전금지’라고 명시돼 있다.
최근 앞유리까지 어둡게 해서 사람이 탔는지조차 알아볼 수 없는 차들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일수록 차유리가 투명하다. 얼굴이 안 보이게 틴팅한 차가 많은 한국에서 난폭운전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우종국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