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대우건설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강경한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의 사장 의결 반대 움직임에 대해 “동의하거나 납득할 수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그간 내부 출신 사장들로 문제가 많았기에 대우건설은 외부 수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박영식 현 대우건설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1차 사장 공모를 실시했다. 당시 박 사장과 이훈복 대우건설 전무는 신임(또는 연임) 사장 자리를 놓고 경합했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받지 못했다. 사추위를 구성하는 5명의 위원 가운데 산은 소속 위원 2명의 반대가 주된 원인이었다고 전해진다. 대우건설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산은이 사실상 (대우건설에) CEO를 내려 보내는 구조”라고 말했다.
재공모 끝에 박 고문은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과 함께 최종 후보군에 올랐다. 그런데 대우건설 안팎에선 조 전 부사장이 ‘들러리’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파다했다. 박 고문이 산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있다는 이유였다. ‘친박 실세’의 외곽 지원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실제 사추위는 지난 5일 ‘비대우맨’인 박 고문을 최총 후보로 추대했다. 8일에는 대우건설 이사회가 박 고문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사추위 위원 간 고성이 오가고 정치권을 통한 압력이 들어왔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 ‘압력설’의 한 당사자인 A 의원실 관계자는 “그런 소문(개입설)을 우리도 들었고, 의원 본인에게 확인을 요구하는 전화가 왔지만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며 “오히려 B 의원이 아닌가. 듣기로는 B 의원 쪽에서 사추위 현장에 사람을 보내 누군가와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 의원 측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의 노조 관계자는 “전형적인 밀실·야합 인사”라며 “(외부 개입설이 제기된) 8일 이사회 때도 누가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표를 던졌는지 아무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측은 “관련 사안에 대해 회사의 공식 입장을 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반면 산은은 사추위에서 판단해 정해진 절차를 거쳤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외부 개입설도 일축했다. 산은 관계자는 “노조 주장대로라면 앞으로 대우건설을 이끌어갈 이사진이 (이사회에서) 회사에 해가 되는 사장을 선임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전형적인 밀실·야합 인사”라며 “(외부 개입설이 제기된) 8일 이사회 때도 누가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표를 던졌는지 아무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하지만 대우건설 안팎에선 산은의 주가 부양 의지에 대해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우건설이 실적 개선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해외플랜트 등 비주택 부문 사업에서 박 고문의 능력이 검증된 바 없기 때문이다. 박 고문이 몸담은 현대산업개발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국내 주택 분야에 한정돼 있다. 또 박 고문이 사장으로 재직한 2011년 3월~2014년 3월의 주가 흐름을 보면 3만 1000원대였던 주가가 2만 9000원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2011년 12월에는 장중 1만 4000원대까지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때문에 박 고문의 사장 선임 강행 배경을 놓고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우건설의 ‘다음 주인’은 현대산업개발이 유력하며, 이미 인수 주체 간 사전 교감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문제를) 독자적으로 풀 수 있는 선은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시 주주총회를 ‘D데이’(오는 23일)로 정한 노조는 국회 차원의 ‘지원 사격’을 바라는 눈치다. 현 여권의 ‘낙하산 인사’가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를 초래한 만큼 개입할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신중한 반응이다. 친박의 사추위 개입 의혹을 제기한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달리 민간 회사인 대우건설의 문제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사추위 위원들의 양심선언 등 구체적인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대우건설 신임 사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은 산은과 노조의 각기 다른 입장과 여야 정치권의 복잡한 셈법이 맞물려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야기한 사추위의 의사 결정 과정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뭣이라! 현대맨을 모시라고?” 대우맨들의 끈끈한 조직문화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내정자(현대산업개발 고문) 이번 역시 비대우맨인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고문이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직원들은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현대산업개발 출신에 사장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 회사는 원래 선후배 관계가 끈끈한 데 반해 타사에는 배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며 “오랜 기간 터득한 노하우를 (타사 출신에) 뺏기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