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주장에 대해 스웨덴 출신의 유명 심리학자이자 플로리다 대학의 교수인 안데르스 에릭손은 딱 잘라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재능이 많은 사람도 노력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최근 출간한 저서 <정상: 전문성에 관한 신과학의 비밀>에서 에릭손 교수는 “성공의 진짜 비밀을 밝힌다”고 말하면서 세상의 모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에릭손 교수의 주장을 바탕으로 과연 ‘노력형 천재’란 가능한지에 대해 소개했다. 과연 우리도 모차르트가, 타이거 우즈가, 그리고 리오넬 메시가 될 수 있을까.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성공 뒤에는 아버지 얼 우즈의 열성적인 지도가 있었다. 이는 다시 말해 열심히 연습을 하거나 제대로 된 훈련만 받으면 누구나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처럼 천재 작곡가로 알려져 있는 모차르트에 대해 에릭손 교수는 “모차르트는 타고난 신동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차르트는 15세가 되서야 제대로 된 작곡을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에릭손 교수가 꼽은 모차르트의 성공 비결은 따로 있었다. 다름아닌 아버지였다. 다시 말해 모차르트가 천재였다기보다는 그를 천재로 만들어준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실제 궁정음악가였던 아버지 요한 모차르트는 아들에게는 훌륭한 음악 교사였다. 어린 아들에게 열성적으로 음악을 가르쳤고, 아들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어릴 때부터 함께 여러 곳으로 여행을 다녔다. 또한 아들에게 여러 대의 악기를 사주거나 수없이 많은 음악을 들려주고 분석해준 것도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이런 정성과 열정 덕분에 어린 모차르트는 스스로 작곡을 시작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모차르트의 예를 들면서 에릭손 교수는 “재능은 간혹 지나치게 높이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은 노력과 헌신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령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에 미쳐 있었던 가수 비욘세나 일찌감치 소문난 연습 벌레였던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와 축구 선수 메수트 외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즈의 경우를 보자. 우즈 역시 어린 시절부터 ‘신동 골퍼’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2세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던 우즈는 3세 때 이미 TV 쇼프로그램에 ‘꼬마 골프 선수’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으며, 그후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 3회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 등 골프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하지만 모차르트처럼 우즈의 성공은 그가 꼭 타고난 천재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뒤에는 훌륭한 조력자였던 아버지가 있었다. 어린 시절 우즈를 골프에 입문시킨 것도, 그리고 혹독하게 훈련시킨 것도 아버지인 얼 우즈였다. 일찌감치 아들의 훈련방법을 고민하던 얼 우즈는 아들이 티샷 연습을 할 때면 음악을 크게 틀어놓거나 동전을 던지는 등의 독특한 훈련법을 실시했다. 일부러 주위를 시끄럽게 해 집중력을 높여주기 위해서였다. 이런 아버지의 열성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과연 우즈가 지금의 천재가 될 수 있었을까.
이는 다시 말해 열심히 연습을 하거나 제대로 된 훈련만 받으면 누구나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에릭손 교수는 말했다. 이는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팝가수, 체스 기사, 바둑 기사의 경우에도 모두 해당된다. 단, 신체적 혹은 정신적 손상을 입지 않았을 경우에 한해서라고 에릭손 교수는 덧붙였다.
에릭손 교수는 신간 <정상: 전문성에 관한 신과학의 비밀>에서 천부적인 재능이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성공을 향한 비결은 무엇인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에릭손 교수는 “10년 동안 매일 세 시간씩 연습하면 누구든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데르스 에릭손 교수는 “아무리 재능이 많은 사람도 노력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팝가수 비욘세도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에 미쳐 있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교육 방식부터 생활 방식까지 자세하게 질문했고, 이 대답들을 바탕으로 몇 가지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각 단계별 학생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는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18세가 될 때까지 혼자 연습했던 시간’이었다. 가령 최고 실력의 연주자들은 평균 7400시간을 연습했던 반면, 중간 그룹은 평균 5300시간을, 그리고 그 아래의 그룹은 평균 3400시간을 연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 결과는 음악가들뿐만 아니라 운동선수, 암산 대회 선수 등에게 적용했을 때도 비슷하게 나왔다. 결국 문제는 ‘연습량’이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에릭손 교수는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다음의 다섯 가지 성공 법칙을 제시했다. 첫째,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한다. 가령 조깅을 할 때 머릿속으로는 회사일이나 TV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다면 아마 건강은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실력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실력을 한 단계 향상시키려면 달리는 자세와 몸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고, 계획을 세워 연습을 해야 한다.
둘째, 좋은 스승을 찾아야 한다. 그 누구도 스승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때 스승은 훌륭한 교육자나 그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스승은 이 둘을 합쳐놓은 사람이다. 어렵긴 하지만 스스로를 통제하거나 실수를 자각하는 내적 훈련을 하는 것도 좋다.
셋째, 나에게 알맞은 연습량을 찾아야 한다. 연습은 매일 하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하는 것이 좋다. 에릭손은 “더 이상 집중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 연습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째, 알맞은 연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잠은 충분히 자고, 건강하게 먹고, 스마트폰은 꺼둔다.
다섯째, 지루함을 극복해야 한다. 지루해지면 자연히 몸도 피곤해진다. 지루함을 이길 수 있는 방법으로는 연습 방식에 변화를 주거나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 등이 있다. 반대로 연습에는 관심이 없거나 툭하면 조롱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역대 최고의 여성 체스 선수 유디트 폴가(위)는 10대 중반이 돼서야 뒤늦게 체스를 시작했다. ‘가디언’의 전 편집장 앨런 러스브리저(아래)는 12개월 만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쇼팽의 발라드 1번을 틀리지 않고 연주해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혹은 노인이 되어서도 뒤늦게 실력을 키울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에릭손은 ‘천부적인 음악 재능’ ‘천부적인 체스 재능’ 등은 따로 없다고 말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학습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일찌감치 연습을 시작하면 전문가가 되는 것이 보다 수월한 것은 맞지만, 성인 혹은 노인의 경우에도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역대 최고의 여성 체스 선수로 꼽히는 헝가리의 유디트 폴가는 10대 중반이 돼서야 뒤늦게 체스를 시작했다. 심리학자인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체스를 시작했던 폴가는 체계적인 체스 교육을 받고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국 <가디언>의 전 편집장인 앨런 러스브리저(64)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쇼팽의 발라드 1번을 틀리지 않고 끝까지 연주하는 것이 일생의 꿈이었다. 그리고 매일 꾸준히 연습한 결과 그는 정확히 12개월 만에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새로운 뇌과학 연구 결과도 이런 에릭손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뇌의 가소성(뇌세포가 계속 유동적으로 변하는 성질)은 특정 연령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며, 뇌는 결코 늙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의견에 반박하고 있다. 올덴베르크 체육학협회의 외르크 쇼러는 “많은 정상급 선수들은 어린 시절 이것 저것 다 시도해봤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한 가지 운동만 훈련시켜선 안된다”고 말했는가 하면, 뮌스터대학 국제재능연구센터의 크리스티안 피셔는 “천부적 재능은 타고난 소질과 주변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에릭손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어쩌면 어떤 특정한 재능은 타고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 이때 중요한 점은 “태어날 때부터 완전히 음악에 재능이 없거나 수학에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또한 에릭손은 “창의력은 여전히 비밀에 싸여 있는 영역”이라고 말하면서 모차르트의 다양한 악기 연주 실력이나 절대적 음감은 학습할 수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불멸의 곡을 작곡하는 능력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기가 죽을 필요는 없다. 에릭손 교수는 “전문가들과 같은 집중력과 노력을 보인다면, 그리고 미개척 영역을 개척했던 선구자들의 특성을 터득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노력형 인간’들에게 용기를 북돋웠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