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 본격 나설 듯···박삼구-찬구 “그룹 재건이 우선”
박삼구 박찬구 회장간의 금호가 형제 다툼이 극적 화해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 건물=연합뉴스 제공
[일요신문] “이제는 각자 길을 가야···더 이상 싸우는 것 의미 없어” 지난 2009년 이후 이어진 이른바 금호가 형제의 난이 극적 화해모드로 돌아섰다. 지난 11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회장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모든 소송을 취하할 뜻을 밝혔다. 동생의 통 큰 결정은 결국 국내외 경영여건이 안 좋은 상태에서 금호그룹 재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어려움을 겪던 금호타이어 인수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1일 금호석유화학은 소송 취하 입장에서 “기업 스스로 가치를 제고하고 주주에게 이익을 되돌려주는 기업 본연의 목적에 더 집중하고자 금호아시아나와 모든 송사를 내려놓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며, “금호아시아나도 하루빨리 정상화돼 주주와 임직원,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과의 길었던 송사를 끝내면서 홀가분하다며, 무엇보다 그룹재건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소송 등 박찬구 회장과의 갈등은 다 내 부덕의 소치”라면서, 박찬구 회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금호타이어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형제의 난’이 일단락되면서 박삼구 회장은 금호 그룹 재건 일정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는 12일 금호산업-터미널간 합병을 선언하고 ‘금호홀딩스’ 출범을 발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 인수 등에도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금호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부인인 고 이순정 여사의 노제가 지난 2010년 5월15일 오전 광주 금남로 금호기념관에서 거행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이 슬픔에 잠겨 있다.출처=연합뉴스
앞서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와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등으로 재계순위 10권에 진입하는 등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건설 및 항공시장 침체 등으로 주가급락과 자금 조달 애로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매각하자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회장의 공격적 경영실패를 문제 삼으면서 형제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급기야 2009년 금호그룹이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해임안을 가결하자 갈등은 심화됐다. 이후 배임혐의로 박찬구 회장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형제간 갈등은 극에 달하며, 법적소송과 공방이 계속 이어졌다.
작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화그룹이 계열 완전 분리를 한 후, 부실 계열사를 박삼구 회장 측이 인수하며, 그룹 재건에 나서자 박찬구 회장 측도 진정성을 느끼며, 화해모드에 대한 관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금호타이어 인수를 두고 난항을 겪는 와중에 두 형제간의 갈등이 전면으로 재 부각되자, 이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동생인 박찬구 회장 측이 경영 등의 여건이 형인 박삼구 회장 측보다 유리한 상태였기에 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금호그룹의 재건 없이 경영위기에 대한 책임에서 두 형제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인 만큼 금호그룹 재건 후 또다시 형제의 난이 불거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