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에서 예선 탈락의 부진을 거듭한 박태환이 자유형 1500m 출전을 포기하고 일정을 앞당겨 귀국했다. 연합뉴스
리우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대표팀의 한 관계자와 어렵게 전화 연결이 됐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태환의 조기 귀국에 대해 경기력 저조 외에 선수들이 보내는 불편한 시선도 한몫했을 것이란 내용을 전했다.
이번 리우올림픽은 유독 수영에서 도핑 관련 구설이 많았다. 지난 8일(현지시간) 리우올림픽 여자 평영 1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의 릴리 킹은 금메달 획득 소감으로 “깨끗하게 경쟁을 해도 승리할 수 있다”며 은메달리스트인 러시아의 율리아 에피모바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율리아 에피모바는 2013년 10월 도핑 검사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의 남성 호르몬이 검출돼 16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더욱이 에피모바는 올해 또 다시 약물 복용 사용으로 징계를 받았다가 박태환처럼 국제스포츠 중재재판소(CAS)의 사면 조치로 이번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릴리 킹은 그런 에피모바를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리우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인 맥 호튼 또한 이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쑨양을 가리켜 “약물로 속임수를 쓴 선수와는 인사할 시간이 없다”며 악수를 거부했고, 기자들이 쑨양과의 대결에 대한 소감을 물었을 때 “도핑에 걸린 선수와 내가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로 답변을 거부하는 등 쑨양을 무시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세계적인 수영 스타 마이클 펠프스 역시 맥 호튼의 발언에 지지를 표하며 “도핑 테스트에 2번이나 걸린 선수가 또 헤엄칠 기회를 얻었다는 건 슬픈 일”이라며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선수와 함께 경기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렇듯 약물을 복용한 선수들에 대해 대회 출전 선수들의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는 가운데 과연 선수촌 내에서 쑨양만 그 시선을 받았느냐는 게 앞서 말한 대표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즉 잇단 기록 저조와 함께 출전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선 긋기에 박태환이 속앓이를 꽤 많이 했을 거라는 내용이었다.
박태환은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인한 국제수영연맹(FINA)의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징계, 이후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놓고 벌인 대한체육회와 갈등 등으로 훈련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징계 기간 동안 제대로 된 훈련장조차 구하지 못했던 그가 본격적으로 훈련에 매진한 것은 징계가 풀린 지난 3월. 그러나 대한체육회 규정 때문에 올림픽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터라 훈련보다는 대한체육회와 확실한 상황에서 훈련을 해야 했고, 리우행이 확정된 것은 개막 한 달 전인 7월 8일이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2년을 훈련보다 소송 문제로 신경을 써야 했던 박태환으로선 이전 올림픽과는 천양지차의 환경 속에서 도전을 강행해야만 했다.
여기서 한 가지 물음표가 나온다. 박태환은 이토록 어려운 환경과 좋지 않은 여론 속에서 왜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을까? 정말 명예 회복을 위한 도전이었을까?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박태환이 왜 ‘다툼’까지 벌이며 올림픽에 출전하려 했을까. 나이로 보나 경기력으로 보나 훈련 여건으로 보나 그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은 낮았다. 박태환이 제소까지 하면서 출전을 강행해야만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박태환은 자유형 100m 예선에서 탈락한 뒤 현지 취재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모습으로 끝내길 원하지 않는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나서 웃으며 떠나고 싶다”며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 의사를 나타냈다가 이후 “당장 1년 뒤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라 머나먼 얘기는 섣불리 하기 힘들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동메달 되찾은 장미란과 임정화 “금지약물 드러나…기쁘고도 씁쓸하다” 지난 7월 28일, 국제역도연맹(IWF)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채취한 소변과 혈액 샘플을 재조사한 결과 11명의 샘플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왔다며 이들의 신상과 발견된 약물의 종류를 공개했다. 이중 여자 역도 최중량급(+75kg급)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흐리프시메 쿠르슈다(아르메니아)가 금지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당시 대회에서 4위에 올랐던 장미란(33)의 동메달 획득이 유력해졌다. 장미란에 앞서 2008년 베이징대회 여자역도 48kg급의 임정화(30)도 뒤늦게 동메달을 인정받을 예정이다. 그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던 시벨 오즈칸(터키)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뒤늦게 발각됐기 때문이다. 당시 임정화는 천웨이링(대만)과 합계 196kg으로 동률을 이루고도 몸무게가 510g 더 나가는 탓에 4위에 만족해야 했다. 임정화는 이 소식을 듣고 처음에 믿어지지가 않았다고 한다. “동메달로 승격된다는 뉴스를 보고도 믿기지 않더라. 무엇보다 시벨 오즈칸이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소식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런 나쁜 방법으로 은메달을 따고 진심으로 행복했을지와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승부한 다른 선수들에 대해 죄책감이 없었는지도 궁금했다. 시벨 오즈칸은 스포츠 정신을 망각한, 정말 있어선 안 되는 일을 벌였다. 메달 따려고 4년을 피땀 흘려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었다.” 현재 용인대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는 장미란도 뒤늦게 동메달을 받게 된 데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미란은 2004년 아테네에서 은메달, 2008년 베이징에서 금메달에 이어 런던올림픽 동메달까지 돌려받게 된다면 올림픽 금, 은, 동을 모두 따낸 선수로 올라선다. 하지만 속내가 편한 건 아니다. 세계 역도계가 약물로 어지럽혀지는 상황이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선수라면 스포츠 정신을 망각한 행동을 해선 안 된다. 한 번의 실수로 선수 인생 전체가 매도될 수 있는 선택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동메달을 돌려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축하도 많이 받고, 밥도 사고했는데 이걸 진심으로 기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영] |
스포츠 한류 이끄는 한국인 지도자들…양궁만 10명 동문회장 방불 베트남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준 사격 선수 호앙 쑤안 빈(왼쪽)과 그의 스승 박충건 감독. 연합뉴스 베트남의 사격 선수 호앙 쑤안 빈은 지난 8월 7일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202.5점을 쏴 브라질의 알메이다 우를 0.3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호앙 쑤안 빈이 금메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박충건 감독의 지도력 덕분이다. 박 감독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건너가 사격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올림픽을 준비했다. 호앙 쑤안 빈은 지난 11일 남자 사격 50m 시상식장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메달을 획득한 진종오 옆에 선 은메달리스트 호앙 쑤안 빈은 애국가와 흘러나오자 진종오와 함께 왼쪽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의 행동은 스승 박충건 감독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리우올림픽 출전한 남녀 양궁 대표팀에선 외국팀을 지도하는 한국인 지도자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미국대표팀을 이끌고 올림픽에 참가한 미국의 이기식 감독, 대만 여자양궁 대표팀 구자청 감독에다 멕시코의 이웅-이상현 감독, 스페인의 조형목-이미정 감독, 말레이시아의 이재형 감독, 이란의 박명권 감독, 일본의 김청태 감독 외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말라위의 박영숙 감독까지 한국인 지도자들 10명이 외국 선수들과 함께 브라질을 찾았다. 그러다보니 양궁장에 한국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고 한다. 특히 아프리카 남동부의 작은 나라 말라위에서 양궁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알레네오 데이비드를 데리고 리우올림픽을 찾은 박영숙 감독의 휴먼 스토리는 꽤 관심을 모은다. 박영숙 감독은 1979, 1983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우승, 1983년 아시아선수권 6관왕을 차지한 것은 물론 1984년 LA올림픽에 김진호, 서향순과 함께 ‘양궁 트로이카’로 불린 양궁 1세대다. 2005년부터 세계 양궁연맹 국제심판으로 활약해온 그는 2014년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로 떠났다. 말라위 소년들에게 양궁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말라위에서 알레네오 데이비드를 발견한 박 감독은 그를 2016 터키 안탈리야 세계양궁월드컵에 출전시켰지만 데이비드는 체력 저하를 나타내며 평소보다 좋지 않은 성적을 내고 말았다. 그러나 세계양궁협회(World Archery)는 데이비드의 기록과 가능성을 보고 개발도상국 선수들을 위한 올림픽 참가권인 와일드카드를 허가했다. 이로써 데이비드는 말라위 최초의 양궁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것이다. 변변한 장비는 물론 양궁 점수 계산을 위해 산수까지 가르쳤다는 박 감독. 비록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알레네오 데이비드의 꿈(올림픽 출전)을 이뤄줬다는 보람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1980년대 현정화, 홍차옥 등과 함께 활약했던 권미숙 감독은 2014년부터 필리핀 탁구대표팀을 맡고 있다.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의 스승으로 유명했던 김선일 감독은 대만 사격 대표팀을 이끌고 브라질 리우를 찾았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김재범(은퇴)과 송대남(대표팀 코치)을 조련했던 정훈 감독. 지금은 한국대표팀이 아닌 중국대표팀을 이끌고 올림픽에 출전, 중국에 역대 첫 남자 유도 올림픽 메달을 선사했다. 중국의 청쉰자오가 남자 유도 90㎏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몽골의 르크아그바수렌 오트곤바타르를 꺾고 중국 남자 유도 올림픽 첫 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그동안 중국 여자 유도는 강세를 보였지만 남자 유도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중국유도협회가 2014년 대한유도회를 통해 정훈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고, 정훈 감독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정훈 감독은 현재 ‘중국 유도의 히딩크’로 불리며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