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만감 지수는 수치를 0에서 5로 나눈다. 포만감을 최대로 느끼는 경우에는 포만감 지수 수치를 5로, 가장 적게 포만감을 느끼는 경우에는 포만감 지수 수치가 0이 된다. | ||
매끼 먹는 음식 중에서도 배가 부르다는 포만감이 빨리 드는 음식만 골라 먹는다면 아무래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 포만감 지수가 높은 음식 위주의 식생활로 살을 빼는 포만감 지수 다이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좀처럼 빠지지 않는 살 때문에, 두툼하게 잡히는 뱃살 때문에 무조건 굶거나 식사량을 무리하게 줄이고 있다면 음식의 포만감 지수에 관심을 기울여 보자.
매일 밥상에 오르는 다양한 음식 중에서 특히 어떤 음식을 먹어야 적게 먹어도 빨리 포만감을 느낄 수 있을까. 호주 시드니대학의 수잔 홀터 박사가 개발한 ‘포만감 지수(ff:fullness factor)’ 공식을 이용하면 음식별 포만감지수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음식은 여러 재료가 함께 섞여 있고 조리방법에 따라 달라지므로 포만감 지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강남차병원 리뉴바디센터 김원우 교수팀이 수잔 홀터 박사의 포만감 지수 공식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적용해 실제로 느끼는 포만감과 일치하는지를 실험했다.
정상 체중의 건강한 성인 남녀 10명에게 밥과 국, 반찬으로 구성된 각기 다른 종류의 한국식 식사를 매끼 500㎉로 동일하게 맞추어 10끼씩, 모두 100끼를 제공하고 각 끼니마다 포만감 정도를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홀트 박사가 산출한 포만감 지수와 피실험자들이 느끼는 포만감 정도가 대부분 일치했다.
김 교수팀은 이 연구를 통해 한국인의 기호음식 1700여 가지의 포만감 지수를 산출해서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같은 식재료를 이용하더라도 포만감 지수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이 외국 음식보다 높았다. 또 생선류가 육류보다 더 높고, 김치류는 포만감지수 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통 음식 내에 다량의 지방 당분 전분이 많이 있을 때는 포만감 지수가 낮다. 포만감 지수가 낮다는 것은 곧 적게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는 정도가 낮아서 과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반면 수분 섬유질 단백질이 많은 음식들은 포만감 지수가 높아서 적은 양을 섭취해도 포만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따라서 포만감 지수가 높은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하면 적게 먹고도 배가 부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다이어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포만감 지수가 높은 음식은 포만감 지수가 낮은 음식보다 칼로리가 낮다. 따라서 포만감 지수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면 전체 칼로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김원우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너무 특정음식만 골라먹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자칫 한 가지 식품만 계속 먹으면서 살을 빼는 원푸드 다이어트에 가까운 식생활이 되면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지 못해 문제가 된다. 포만감이 높은 몇 가지 음식만 장기간 계속해서 먹지 않도록 한다.
대한비만학회 식품영양위원회 박진경 간사는 “포만감이 높은 음식은 섬유소, 수분은 많은 대신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칼슘 등의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골고루 음식을 먹되, 포만감 지수가 높은 음식 섭취를 늘린다는 생각으로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포만감이 높은 음식 위주로 먹더라도 다이어트의 효과를 높이려면 다른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운동을 같이 해야 한다. 운동을 하면 소비열량이 늘어나 체지방 소모에 도움을 준다. 또 운동으로 인해 근육이 증가하고 산소운반 능력이 증가하면 에너지 소비가 늘고 기초대사량이 늘어나서 요요현상을 방지한다.
흔히 살을 빼는 운동 하면 유산소 운동만 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지방분해 효과가 큰 운동은 유산소 운동이다. 하지만 칼로리 소모량이 높은 유산소 운동에 중점을 두되 근육운동을 병행해서 지방을 근육으로 바꿔야 하고 유연성 운동도 같이 해야 한다. 가벼운 근육운동을 하면 근육의 양이 늘어나고, 근육이 늘어나면 기초대사율이 높아져서 칼로리를 더 소모하므로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체지방이 줄어드는 대신 적당한 근육이 자리를 잡으면 한결 탄력 있는 몸이 된다.
유연성 운동은 근육을 부드럽게 하고 관절의 운동범위를 넓혀주는 운동이다. 운동 전의 준비운동, 운동을 마친 후의 정리운동으로 실시하는 스트레칭, 맨손체조 등을 말한다.
그렇다면 근육운동을 먼저 해야 할까, 아니면 유산소 운동을 먼저 해야 할까. 운동순서는 준비운동-근육운동-유산소 운동-정리운동 순으로 하는 것이 좋다. 1주일에 5회 이상 운동을 하되 운동시간은 1회에 30분~1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 게 좋다.
흔히 뱃살을 빼기 위해 윗몸일으키기 같은 복근운동을 열심히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크게 효과가 없는 방법이다. 김원우 교수는 “손에 두툼하게 잡히는 뱃살을 빼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에 근육운동, 유연성 운동을 병행한 전신운동을 해야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비만을 만드는 잘못된 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저녁 7시 이후에 음식을 먹는 습관, 과식을 하는 습관은 버리고 가능하면 천천히 식사를 하고 혼자서 먹는 것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먹는 것이 좋다.
평소 너무 활동량이 적지 않은지도 체크한다. 업무 때문에 틈을 내기 어려운 평일은 그렇다고 해도 주말에도 집안에서 TV, 컴퓨터게임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 가거나 서점, 도서관 나들이를 하는 등으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습관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조금만 노력하면 모처럼 가족과 시간을 보내서 좋고 당뇨나 지방간,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을 높이는 비만 걱정도 줄일 수 있다.
음식별 포만감 지수 | ||||||
밥 | 국·찌개 | 육류 | 어패류 | 야채·과일 | 술 | |
5 | 해삼, 참치구이 | 상추, 무, 배추, 오이, 고추, 열무김치, 배추김치, 산딸기, 파인애플 | ||||
4 | 가지냉국, 김치국 | 마른 오징어 구운 것 | 호박잎, 미나리무침, 수박, 깍두기 | 샴페인, 병맥주 | ||
3 | 율무죽 | 동태국, 참치김치찌개, 된장찌개 | 닭 가슴살 구이 | 오징어회, 모듬회, 도미구이 | 귤, 호박조림, 사과 | 생맥주, 막걸리 |
2 | 흰죽, 칼국수, 비빔밥, 짬뽕, 김치볶음밥 | 갈비탕, 부대찌개, 미역국, 곱창전골 | -삶은 사태, 삶거나 구운 돼지등심, 구운 돼지삼겹살, 돼지불고기, 돼지갈비구이 -통닭, 양념통닭 -소불고기, 소갈비구이, 비프커틀릿 | 갈치조림, 삼치구이, 조기구이, 장어구이 | 무말랭이무침, 해파리냉채, 바나나, 삶은 고구마와 감자 | 적포도주, 백포도주 |
1 | 자장면, 라면, 호박죽, 김밥, 현미밥, 보리밥, 쌀밥, 잣죽 | 떡국 | 곶감, 다시마튀각 | 소주, 보드카, 브랜디, 위스키 |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남차병원 리뉴바디센터 김원우 교수, 대한비만학회 식품영양위원회 박진경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