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이 몸의 기력을 높여주는 강정 강장제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압과 신경조절의 효과가 있다는 등의 약효는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은 ‘동양의 냄새’라며 코를 감싸고 고개를 흔들던 마늘에 대해 새삼스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90년대 이후 마늘의 항암효과가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오랜 세월 한국인의 건강을 지켜온 마늘의 효능과 새로운 쓰임새를 알아본다.
마늘은 거의 모든 음식에 빠지지 않는 양념. 독특한 맛과 향으로 입맛을 돋우는 훌륭한 조미료다. 마늘은 단순히 조미료로서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훌륭한 식품이다. 날것으로 그냥 먹기도 하고 구워서도 먹으며 술, 차로도 마실 수 있다. 양념으로만 사용할 뿐 아니라 마늘 자체를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은 위장병이나 간장 개선, 기력강화 등의 효과를 체험하는 사례도 많다.
동양, 특히 한국 사람들이 즐겨먹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마늘에 관한 기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된 것이 많이 남아 있다. 기원전 축조된 이집트의 피라미드 벽에는 동원된 노예들에게 나누어준 마늘의 양이 기록돼 있다. 노예들의 힘을 높이기 위해 먹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원전 4세기경 유럽의 패권을 쥐고 있던 마케도니아왕 알렉산더의 군대는 마늘을 상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세기 유럽에서는 마늘이 무서운 페스트를 치료하는 수단으로 등장했으며, 페니실린이 사용되기 전인 제1차 세계대전중 영국군은 부상군인의 상처와 화농 치료에 마늘을 이용했다.
마늘에 관한 기록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단군신화. 우리 민족이 마늘을 이용해온 역사가 그만큼 오래 되었다는 것과 마늘을 신성한 약재로 취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양의학의 고전인 <본초강목>의 기록을 보면 “강정 강장 정장 변비 식욕증진 보온과 항균 구충 혈압강화 신경안정 이뇨 각기 증상에 대해 마늘은 기를 내리며 고기와 곡식을 삭이고 악창과 옹종을 아물게 한다. 마늘즙을 먹으면 토혈하고 심장병이 낫고 즙을 달여 먹으면 목과 머리가 뻣뻣하고 등과 허리가 휘는 것이 낫는다. 쇠약한 몸을 보하고 입이 마른 것을 고치며 심폐를 기르고 열독을 없애며 피부를 윤기나게 한다. 노인은 삶아 먹는 것이 좋으며 여기에 생강이나 파를 넣으면 어린아이의 구역질에 좋다”고 되어 있다.
현대에 들어 마늘의 성분이나 효능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과학적인 입증 작업이 활발해졌다.
마늘의 다양한 약리적 효과는 주로 마늘의 주요 성분인 알리신(알린)에서 나온다. 알리신은 인체의 기본단위인 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세포 기능을 젊어지게 한다. 따라서 전신의 증상이 회복되고 건강하게 되는 것.
마늘의 매운 맛과 향도 알리신 때문이다. 조리에 이용하기 전 통마늘 상태일 때는 매운 맛과 향내가 거의 없는데 이때는 마늘 속의 알리신이 ‘알린’이라는 성분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자르거나 빻는 등 외부 자극이 가해지면 세포가 파괴되면서 알린은 매운 맛과 향내를 가진 알리신으로 변하게 된다.
마늘 속의 알리신은 소화를 촉진하고 장의 기능을 조절한다. 위의 점막을 자극해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며, 식품 중의 단백질과 결합해 소화를 돕는다. 또한 대장을 자극해 정장작용을 도우며 변비, 배뇨곤란 등 배설기능을 치유한다.
마늘의 정장작용은 배변을 돕기도 하지만 반대로 설사나 묽은 변인 경우에도 변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작용을 한다.
설사나 묽은 변의 원인은 대개 세균이나 신경성인 경우가 많은데, 마늘이 정장작용과 함께 신경안정, 살균작용을 하기 때문에 치료가 빨라진다.
알리신의 살균 항균작용은 페니실린보다 강하기로 유명하다. 알리신을 12만 배로 희석시킨 상태에서도 콜레라균 디프테리아균 이질균 티푸스균에 대한 항균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결핵 치료법이 등장하기 이전 결핵균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약으로 대접받은 식물이 마늘이었다.
그 외에도 알리신은 감기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균을 죽이거나 약화시키는 항바이러스 효능을 갖고 있으며, 피부에 직접 바르는 방법으로 무좀 습진 백선을 치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려움 및 아토피성 피부염 등 각종 피부병에도 효과가 있다.
최근의 대체의학적 관점에서 마늘의 효능을 연구해온 미국 암연구소는 지난 99년 마늘을 뛰어난 항암효과가 있는 식품 가운데 하나로 공식 분류했다.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작용이 뛰어나 간암 위암 폐암 등 각종 암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
9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영양학 교수 아론 플라이샤워 박사는 샘플 역학조사에서 평소 식사를 통해 마늘을 많이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과 결장암 위험이 각각 50%와 30%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기에 뉴질랜드의 루아쿠라농업연구소는 동물실험을 통해 마늘의 장암 억제효과를 입증했다. 이후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마늘 추출물을 사람의 종양에 이용해 성과를 얻었으며, 세계 각국의 수많은 연구자들이 각기 동물실험을 통해 생마늘이 암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지난 4월 고려대 의대 천준 교수가 얻은 마늘생약개발 특허 역시 동물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가 근거가 됐다. 쥐 38마리에게 인간의 전립선암 세포를 이식한 뒤 30마리에게는 알리신을, 나머지 8마리에게는 생리식염수만을 투여한 결과 식염수 그룹의 쥐는 8마리가 모두 암에 걸렸지만 알리신 그룹의 쥐에서는 4마리만 암에 걸렸다. 비율로 치면 100% 암에 걸릴 수 있는 조건에서 알리신(마늘성분)을 투여한 쥐는 13%만이 암에 걸린 것이다.
이 밖에도 방광암에 걸린 쥐의 치료실험에서 알리신을 유전자치료법과 병행해 투여하는 경우 절반이 살아남았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그밖에도 마늘의 효능은 다양하다.
인슐린 분비를 도와 당뇨병 완화에 도움을 준다. 알리신은 체내에 있는 비타민 B6과 결합, 췌장의 세포기능을 활발하게 하며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힘이 있다. 특히 당뇨치료 목적으로 마늘을 먹을 때는 비타민C와 함께 복용하면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고혈압 및 저혈압 환자에게는 정상혈압을 찾아주고 간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일본 연구진은 마늘이 고환의 정자형성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발표했으며 독일에서는 빈혈 예방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그밖에도 비만, 식중독 예방,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등 마늘의 효능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마늘이 아무리 건강에 좋아도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것은 역시 자제하는 게 좋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대학의 제야 헨리 교수(영양학)는 마늘에 다량 함유돼 있는 황산(H2SO4)이 장내의 자연적 섬유소를 파괴함으로써 대장염 및 피부염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마늘을 과잉 섭취하면 피의 응고를 막고 갑상선 기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윤은영 건강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