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YG-JYP, 3대 기획사가 먼저 매를 맞았다
소위 ‘3대 기획사’라 불리는 SM, YG, JYP 엔터테인먼트는 가장 역사가 깊고, 내실을 기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스타 사관학교라 불리며 전세계를 호령한 걸그룹을 다수 배출했다. 하지만 파열음은 이곳에서 먼저 나왔다.
SM은 대표 걸그룹 소녀시대와 에프엑스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2014년 제시카가 팀을 이탈한 데 이어 연이은 열애설로 입방아에 오르던 에프엑스의 간판 멤버였던 설리가 팀을 떠났다.
SM을 떠난 제시카는 올해 초 솔로로 앨범을 냈고, 소녀시대에서 한솥밥을 먹던 티파니와 경쟁을 벌였다. 결과를 떠나 SM으로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그림이다.
올해 초 솔로앨범을 낸 제시카는 소녀시대에서 한솥밥을 먹던 티파니와 경쟁을 벌였다. 사진은 8인조 소녀시대. 일요신문 DB
설리는 SM에 소속돼 있지만 가수보다는 배우로서 연기에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설리가 떠난 후 에프엑스의 컴백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것은 SM으로서는 뼈아픈 구석이다.
YG는 유일한 걸그룹이었던 2NE1의 공민지가 떠난 후 개점휴업 상태다. 리더 씨엘은 해외 활동에 집중하고 있고 메인 보컬 박봄은 각종 구설에 휘말린 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산다라박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YG가 이미 신인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에 집중하고 있는 터라 2NE1의 컴백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JYP는 대표적 걸그룹이었던 원더걸스와 미쓰에이가 멤버 이탈의 온상이다. 원더걸스는 리더 선예와 소희가 빠진 후 선미가 재가세하며 안정기에 접어든 반면, 미쓰에이는 최근 중국인 멤버 지아가 팀을 떠났다. 수지의 인기가 독보적인 상황에서 미쓰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 ‘잘나가던’ 우량 기획사들의 위기
3대 기획사의 뒤를 바짝 좇던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얼마 전 5인조 걸그룹 포미닛의 해체를 공식 발표했다. 이 회사의 시작을 함께했던 걸그룹이라 팬들의 아쉬움이 컸지만, 소속사는 멤버 중 현아만 재계약을 맺었다. 최근 솔로 컴백한 현아가 성공적으로 활동을 이어갔지만, 포미닛의 해체와 유일하게 큐브에 남은 멤버라는 것과 관련된 질문이 계속되며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4인조 걸그룹 시크릿 역시 멤버 한선화가 오는 10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소속사와 재계약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숱한 히트곡을 보유한 7년차 걸그룹이지만 최근 2년 동안 활동이 없고 또 다른 멤버 전효성 등이 솔로 활동에 매진하고 있어 사실상 시크릿도 해체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일본 내에서 가장 큰 팬덤을 확보하고 있던 카라는 일찌감치 해체됐고, 애프터스쿨도 원년 멤버인 가희, 정아, 주연 등이 연이어 탈퇴하고 2년 넘게 활동이 없는 상태다.
포미닛 해체 후 현아만 기존 소속사와 재계약을 맺었다. 사진출처=현아 인스타그램
배우나 솔로 가수들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연륜이 쌓이고, 깊이가 생긴다. 반면 아이돌 그룹은 표준계약서에 의거 첫 7년의 계약이 끝나면 해체나 탈퇴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멤버들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활발히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아간다.
하지만 인기와 경력이 쌓일수록 ‘새로운 것’을 보여주면서도 ‘오버’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진다. 인기가 쌓인 만큼 예능에서 마음껏 망가지기도 어렵다.
소속사와 마찰도 잦다. 시키는 대로 하던 신인 때와 달리 인기가 상승한 멤버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앨범 콘셉트부터 활동 방향까지 회사와 부딪치곤 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소속사와 소속 가수가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앨범을 만들다가 이도저도 아닌 콘셉트로 불협화음을 내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 핵심 포인트는 ‘인기 불균형’
걸그룹이 오래 존속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멤버 간 인기 불균형이다. 소녀시대가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했지만 멤버 9명의 인기가 균등한 것은 아니었듯, 모든 걸그룹 내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과 질투가 존재한다.
인기가 높은 멤버는 혼자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며 다른 멤버와 수입을 나누는 것에 대한 불만이 생긴다. 반면 인기가 낮은 멤버는 다른 멤버에 비해 회사에서 자신을 지원해주지 않는다며 서운한 감정을 갖는다.
또 최근 가수 활동을 통해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연기돌’ 진입이 쉬워졌다. 그중에는 가수보다 배우로서 더 각광받는 멤버도 적지 않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대접받는 그들이, 팀에서는 크게 대접받지 못하고 ‘센터’에 서지 못하는 것을 견딜 리 없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연기에 도전하며 그룹 탈퇴를 결정한 멤버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가수에 비해 생명력이 긴 배우의 길을 택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홀로 설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